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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Dec 30. 2021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킹스맨이라는 독이 든 성배

킹스맨의 탈을 쓴 대체역사 액션영화

킹스맨은 2015년 철저히 B급정서를 표방한 재기발랄한 히어로 영화로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당시 매튜 본 감독은 본인이 킹스맨으로 하여금 내보일 수 있는 B급 정서와, 미국인들이라면 더욱더 재밌어할 요소들, 기존 클리셰들을 적당하게 비틀며 선보이는 카타르시스 등으로 꽤 많은 팬들을 거느렸다. 그러나 콜린 퍼스에게 원한이라도 품은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후속작을 내놓으며 기존 킹스맨 시리즈를 좋아했던 많은 팬들을 탄식하게 했다. 그러니까 관객들은 그의 병맛정서를 좋아한 것이지 병X같은 영화를 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걸작선] 40회 - 킹스맨: 골든 서클 1편 - YouTube)


이윽고 시간이 지나 킹스맨 시리즈의 기원을 그리는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가 최근 개봉했다. 평행우주론에 입각하여 본다면 꽤 재미있는 대체역사물일 것이고, 킹스맨 시리즈를 추억하는 이들이라면 또다시 탄식하고 말 것이다. 킹스맨의 왕관을 내려놓고 이 영화에 그 어떠한 시리즈물을 붙이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며.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올랜드 옥스포드 공작은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 콘래드가 세상사에 개입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눈앞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한 콘래드는 자신을 과잉보호하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결국 올랜드는 콘래드를 더 이상 보호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이 비밀리에 추적하던 악의 세력을 함께 소탕하고자 하며 그렇게 전쟁을 조장하는 원흉을 함께 파헤치기에 이른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시라예보 사건, 세계1차대전, 치머만 전보 사건 등과 같은 실제 사건과 인물들을 등장시켜 킹스맨의 기원을 다루었다. 역사를 제법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갸우뚱할 만큼 사실과는 꽤 거리감이 있으며, 실제 인물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그들은 히어로물에 등장하는 빌런에 더욱 가깝다. 또한 영국과 미국을 미화시킨 느낌마저 지울 수없는데, 이는 킹스맨이 영국의 산물임을 생각하면 납득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철저한 '대체역사물'인 것이다.


1편에 비하면 지독히도 혹평을 들었던 2편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하나의 독단적인 작품으로 보는 것이 관객과 감독 서로에게 이롭다. 킹스맨의 기원을 다루고는 있으나, 사실 이 영화가 프리퀄이 아니라고 할지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전편을 관통하는 어떠한 지점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킹스맨의 설립이 한 개인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전제는 오히려 1편에서 보여준 스케일을 축소시킨 것으로 느껴지는 데다가, 어거지로 킹스맨이라는 이름을 빌려 쓴 것은 아닌지 의뭉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이 영화에서 매튜 본 감독의 장점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극 중 라스푸틴과의 결투신은 발레와 액션을 접목시켜 신선하게 다가왔으며 킹스맨의 오마주를 떠올리게 하는 여럿 장치들도 적절히 잘 사용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킹스맨이라는 독이 든 성배를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 결과물이라는 것은 미처 비켜갈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킹스맨 1편에서 등장한 그의 B급 정서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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