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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Feb 09. 2022

<로키> 애잔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나르시스트 이야기

MCU사가의 모든 영화를 보아온 팬이라면 이 빌런에게 애정을 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배우가 가진 섹시한 목소리와 잘생긴 얼굴도 한몫하겠다만 애초에 이 캐릭터에 부여된 고된 서사가 보는 이로 하여금 짠내를 유발한다. 친아버지는 전쟁통에 자신을 방치하였고, 이를 지금의 아버지가 거두어 키웠으나 한평생 양아버지의 인정만을 바라다 실수로 자신을 길러주신 어머니를 죽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하는 비극을 겪는다. 아버지의 죽음과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이제 좀 인생이 평탄하려나 싶었건만 갑자기 등장한 타노스에 의해 뒤늦게 우애를 회복한 형을 살리려다 죽음을 맞는다. 그렇게 팬들은 눈앞에서 허망하게 죽은 로키를 바라보아야만 했다.


그런 그가 멀티버스라는 이름 아래 디즈니플러스 <로키>시리즈로 부활했다. 그의 의로웠지만 허망한 죽음이 사실일리 없다 믿었던 팬들에게는 이토록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그는 드라마 <로키>에서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나르시스트로 분했다.

<어벤져스:앤드게임>에서 과거로 시간이동을 한 어벤져스 멤버들에 의해 2012년 뉴욕침공 사태 종료 후 쉴드에게 붙잡혀 끌려가던 로키의 발 앞에 테서렉트가 떨어진다. 로키는 테서렉트를 들고 곧바로 도주하게 되는데 여기서 로키는 변종로키가 되어 분화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타임키퍼라는 존재와, TVA라는 거대한 조직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넥서스사건을 통하여 새롭게 줄기를 뻗어나가 탄생하게 된 다양한 변종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타임키퍼의 독재에 맞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자신의 변종들과 힘을 합친다.


<로키>는 기존에 공개된 다른 시리즈물과는 다르게 세대교체가 아닌 세계의 확장을 목표로 극을 전개한다. <팔콘 앤 윈터솔져>와 <호크 아이>가 새로운 히어로에 탄생과 같다면 <완다비전>과 <로키>는 마블 세계관의 확장과 기존 인물의 각성이라 보면 맞겠다. 로키는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며 TVA라는 거대한 조직과 맞서 싸우는 또 다른 로키로 MCU에 다시 입성하였다. 그의 허망한 죽음에 탄곡 했던 많은 팬들에게는 이보다 더 큰 쾌재가 아닐 수 없다.


극 중 로키는 꽤 많은 변종들을 만나며 그중에 한 명과는 심지어 사랑에도 빠진다. 평생을 형을 질투하며 아버지의 애정을 갈구했던 2012년 이전의 로키를 두고 생각해본다면, 방어기제로 가득한 자신 말고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던 그의 모습이 투사된 것만 같다. 그러나 그는 모종에 사건을 겪으며 자신을 진정 믿어주는 친우를 얻고, 변종된 자신일지어도 결국 타인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을 사랑하고 만다. 2012년 이후의 로키의 인생이 결국 형을 지키기 위하여 타노스에 맞서 숭고하게 희생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는 결국 성장할 수밖에 없는 아픈 손가락인 것이다.


변종 중 늙은 로키는 팬들이 염원하였던 대로 환영을 써서 타노스의 죽음에서 벗어나 평생을 숨어 살던 로키의 미래이다. 그가 결국 2012년 이후의 로키처럼 숭고한 희생을 택한 것을 보면 결국 로키는 그럴만한 사람(?)인 것이다. 앞으로의 시즌이 기대되는 바는 로키가 모비우스의 대화 끝에 연약한 자신을 수용한 만큼 자기혐오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팬들의 염원일 것이다. 그는 악동이어도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는 MCU의 아픈 손가락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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