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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May 27. 2022

<브로크백 마운틴>보편적이면서도 보편적이지 않은 이야기

나는 사랑을 교통사고로 정의하려 한신호등은 초록색으로 바뀌고 언제나 그렇듯 길을 건너려던 찰나 달려오는 차에 느닷없이 얻어맞듯 그런 일예상할 수도 없고 대비할 수도 없으며벌어지고 난 후에 차마 어쩔 도리가 없는 무섭고도 가혹한 일.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빠지고, 손쓸 새도 없이 이별하고 마는 과정들이 무서워 다시는 마음을 열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도닫힌 문틈으로 누군가가 기어코 걸어 들어오는 일. 애석하게도 사랑은 언제나 불안하면서도 행복한 그 중간 어느 즈음에서 나를 힘들게 했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보편적이면서도 보편적이지 않은 사랑에 대해 말한다. 두 사람의 사랑은 멀리서 보면 반드시 거세되어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범한 사랑과 다를 바 없다. 사랑에 모든 것을 선뜻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자신의 감정을 누구보다 빨리 깨닫는 사람과 다소 더딘 사람, 그리고 떠나는 사람이 가졌던 피로감과 남겨진 사람이 짊어져야 하는 미련까지. 사회적 통념과 가치관에 억압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사랑은 그래서 더욱 애잔하다. 용기 내는 사람에게 박수칠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겁먹는 사람에게 비굴하다 말할 수 없다. 그저 두 사람의 사랑에 같이 아파할 수밖에.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처럼 퀴어 영화이면서도, 퀴어 영화가 아니다. 영화 <아가씨>가 각자의 불행에서 서로를 구원하고 마는 한 연인에 대해 그렸다면,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무게를 다룬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두 주인공이 언제부터 동성애자였는지 혹은 양성애자인지 범성애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 사회적 가치관이라는 객관적인 것에 무참히 수장되고 마는 안타까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 결국 사랑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며 사랑에 대한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에 대해 말했고, 누군가는 사랑에 있어 어쩔 수 없이 형성되고 마는 갑을 관계에 대해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시작하고 마는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말하는 사람은 분명 자신도 그와 같은 경험이 있었을 것이고, 사랑에 있어 용감하지 못한 사람에 대해 말하는 이는 자신이 한번 즈음은 그 관계에 을이 되어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본 뒤 사랑에 대해 말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 영화가 고독하고도 처연한 사랑 영화이면서, 사랑은 누구에게나 있어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한 것임을 뜻하는지도 모르겠다.


옷장 한편에 에니스의 옷 위에 자신의 옷을 포개 놓은 잭과 그런 잭을 위하여 무언가를 다짐하는 에니스. 그가 다짐하는 것은 어쩌면 사랑에 있어 용감했던 에니스에 대한 감사이자 남겨진 사람이 짊어져야 할 상흔은 아닐까. 20대의 나는 떠나간 사람의 틀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을 사랑이라 말하고 싶었다. 누구도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애인이라는 빈 공간이 아닌 그 사람이어야만 채워지는 어떤 틀 같은 것이라고, 그렇게 사랑을 믿었다. 그 또한 무모한 것인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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