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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Jun 29. 2022

<탑건: 매버릭> 향수와 로망, 세습이 아닌 합심

미드 <프렌즈>를 시즌1의 1화부터 마지막 시즌의 마지막화까지 모두 챙겨본 나는 프렌즈의 주역들이 몇십 년이 흐른 뒤 만난 <프렌즈: 더 리유니언>을 보고 눈물이 맺혔다. 이는 해리포터의 주연들이 비슷한 형식으로 촬영한 <리턴 투 호그와트>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소년에서 청년이 된 주연들과 청년에서 중년이 된 이들이 안겨주는 감동은 사뭇 달랐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프렌즈> 시리즈가 사랑받는 이유는 스스로 청춘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고자 하는 현재 세대와 지나간 그때를 추억하는 기성세대를 충족하는 몇 안 되는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탑건: 매버릭>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속편이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와도 같다. 탑건을 보고 자란 기성세대가 가진 지나간 향수와 새로운 고민, 젊은 세대가 가진 아날로그에 대한 로망이 모두 이 영화에 담겼으니.

전설적인 해군 파일럿 매버릭은 특출난 전투기조종 실력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만년 대령에 머문다. 그는 아직 자신보다 어린 상사들 밑에서 현역으로 조종기를 몰지만 되려 그 자리가 그에겐 더욱 맞아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스맨의 부름으로 자신이 다니던 교육기관에 교관으로 오게 된 매버릭. 나라의 안보와 파일럿들의 목숨을 건 중대한 임무에 투입되어야 할 정예요원들을 선발하고 그들이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그가 훈련을 마쳐야 되는 상황. 그러나 누군가를 가르쳐야 할 선생이 되지 못한다며 교관 자리를 고사하고 싶은 그는 그와 함께 훈련 도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소중한 벗 구스의 아들 루스터와 재회한다.


<탑건: 매버릭>은 1987년 개봉한 영화 <탑건>에 이어 무려 36년 후에 제작된 영화이다. 극 중에서 뛰어난 조종실력을 지녔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성정을 지닌 청년 매버릭은 세월이 흐른 후 능글맞은 여유로 젊은 상사들을 회유할 줄 아는 중년으로 분했다. 매버릭이 학생에서 교관이 되고, 청년에서 중년이 된 것은 이 영화를 처음 극장에서 관람한 X세대를 반영한 듯 보인다. 동일한 캐릭터가 기성배우에서 신예 배우로 캐스팅되어 리부트의 개념으로 제작되는 것이 아닌 30여 년 전의 캐릭터가 그대로 등장했다는 것에서 영화의 주역이었던 배우 톰 크루즈와 그에게 열광했던 세대를 위한 예우와도 같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터미네이터'를 예전 관객들을 낚시하는 수준에서 극에 참여시키는 것과 달리 탑건이 매버릭을 대하는 방식엔 분명 그 시대를 향한 존중이 보인다.


더불어 청년에서 중년이 된 매버릭을 새로운 세대에게 레전드의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아닌 그들과 함께 앞으로의 미래를 그린다는 점에서 여타 히어로 영화에서 보아온 지난 영웅 서사와는 차이점을 보인다. 하나의 역할을 지난 세대가 세습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역할에서 미래를 함께 합심하는 것은 비단 영화의 이야기뿐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매버릭은 아날로그에 익숙하지 못한 루스터와 함께 고물에 가까운 전투기를 몰게 된다. 조작하기가 불편하기 짝이 없고 심지어 전투기의 주요 기능까지 망가진 고물 앞에서 낙담하는 매버릭에게 루스퍼는, 비행기가 중요한 것이 아닌 조종사가 중요하다는 매버릭의 가르침을 그에게 다시 전한다. 영화 <탑건: 매버릭>은 이토록 우아한 방법으로 여전히 레전드인 영화 자신과 관객 모두 그리고 앞으로 레전드가 될 이들에게 뜨거운 노스탤지어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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