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서 유 Sep 30. 2019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멜로 없는 멜로영화

씁쓸하고도 잔인한, 멜로 아닌 멜로

(위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개 사랑이란 이기적이다 못해 잔인하다. 누군가를 미치도록 좋아하는 그 순간에는 세상은 그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나의 세상 역시, 그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 사랑의 이 속성을 이타적이 아닌 이기적이라 부르는 이유는 어쩌면 이 모든 일말의 행동들이 ‘사랑에 빠진 나’를 위해 행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돌고 돌아 기어코 만난 주연들이 아닌, 그 들 주위에 허우적대는 조연들에 대한 이야기기에 가깝다.


뉴욕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돌아온 매튜는 사업차 홍콩으로 가기 전, 우연찮게 한 호텔에서 2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 리사의 흔적을 찾는다. 아무 말없이 사라진 그녀를 찾기 위해 그는 그녀의 발자취를 뒤쫓던 중 그는 리사의 아파트를 찾게 되고, 그는 자신이 리사를 다른 여자와 착각했음을 깨닫는다. 심지어 이름마저 같은 그녀에게서 매튜는 도무지 리사의 흔적을 지울 수 없고, 이내 그는 자신의 추억을 더듬어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리사를 찾기에 이른다.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주연으로 시작하여 조연으로 끝나는 영화이다. 거창하게 시작하여 초라하게 끝이 났다는 의미가 아닌 말 그대로 주연으로 시작하여 조연의 이야기로 끝이 나는 결말이랄까. 대개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오르며 두 주인공에 감정이입한 관객들이 그 들의 사랑을 축복하는 것과 다르게 이 영화는 반대로 사랑 이면에 있는 그 잔인함에 절로 마음이 애잔해진다. 그러니까 엔딩크레딧이 오르고 나서도 여전히 매튜를 사랑하고만 또 다른 리사(알렉스)를 절로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간신히 찾은 리사를 잃지 않고자 눈앞에 있던 자신의 약혼자를 가차 없이 버려둔 채 곧장 리사에게로 향한다. 2년 동안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냐는 약혼녀의 말에 전혀 가슴 아파하지 않은 채.


게다가 메튜를  향한 애잔하고도 처절한 알렉스의 짝사랑 탓에 그의 친구 루크 역시 자신의 사랑을 철저히 외면당한다. 순식간에 주연에서 조연들로 전략해버린 사람들의 그 처량함이라니.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미치도록 한 여자를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의 순애보가 아닌 그토록 이기적이고도 씁쓸한 사랑 그 이면에 관한 이야기에 더욱 가깝다. 영화의 원제인 위커 파크보다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라는 제목이 더욱 어울리는 것 역시 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안에 자행되고 마는 수많은 이기적인 선택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받는 사람들, 상처 주는 사람들. 행복하면서도 불행하고, 불행하면서도 행복한 사랑의 이중성.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그 이중성에 대한 잔인하고도 씁쓸한 멜로 아닌 멜로 영화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벤져스:엔드게임> 나의 오랜 영웅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