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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May 05. 2023

가오갤이 지킨 것은 자유와 평등 그리고 마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를 보고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사실 처음부터 국내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시리즈는 아니었다. 영화 자체가 미국문화와 개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지만 더욱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인데다가 감독인 제임스 건의 연출스타일이 호불호가 갈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시리즈 1편이 만들어지고 난 뒤 약 10년이 지난 지금, 가오갤이 수호한 것은 자신만의 시리즈가 아닌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전체였음을 최근 개봉한 마지막편으로 하여금 증명한 것으로 보인다. MCU의 팬으로서 실망만 안겨주던 페이즈4에 어쩌면 유일무이한, 가장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대체로 사랑받을 영화임이 틀림없다.

소버린종족인 아담워록의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로켓은 큰 부상을 입게 되고, 그런 그에게 자폭장치가 심어져 있어 의료팩마저 듣지 않는 상황에서 가오갤 멤버들은 로켓을 구하기 위해 그를 개조한 오르고에 쳐들어가고자 한다. 그렇게 그들은 로켓이 말하지 않던 그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되고 로켓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오르고의 수장 하이 에볼루셔너리티는 어떻게 해서는 로켓을 자신의 손에 넣고자 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3)는 제임스 건이 연출하는 마블영화의 마지막 작품이므로, 가오갤 시리즈로서는 마지막에 해당한다. 실제 배역과 배우들에게도 변화가 있을 예정이라 실질적으로는 가오갤시리즈의 마지막작품으로 설명되는 이 영화는 한 마디로 군더더기 없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두 가지 주제를 극의 잘 버무리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가오갤 시리즈의 대표적인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올드팝을 활용하는 능력 역시 탁월한 데다가, 서사의 큰 축이 로켓이라는 인물 한 명으로 움직이기 때문의 극의 방향성이 뚜렷한 편이다. 이미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다시 잡을만한 마블영화가 드디어 나온 셈이다.

앞서 서술하였지만 영화는 로켓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주제와, 멤버들 전체에 적용되는 주제가 서사의 중심이 된다. 로켓은 우생학과 동물생체실험이 그 중심이며 나머지 주제는 자신의 뿌리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자 자아를 찾는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평범한 동물이 개조되어 고등생명체이상의 지능을 가진 로켓의 캐릭터성과 각자의 원가정 속 가족들을 모두 잃고 새로운 가족을 찾은 가오갤 멤버들의 서사를 생각해 본다면 어쩌면 이 두 가지 주제는 가오갤 시리즈의 근원과도 같다.


우생학과 동물생체실험이란 주제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지난 시리즈에 비하여 꽤나 수위가 높게 표현되었다. 라쿤의 외형이 그대로 보존된 로켓에 비하여 다른 동물들은 그로테스크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꽤나 노골적으로 묘사되었다. 빌런과 다른 종족들의 외형 역시 그러한데 단순히 외계종족임을 넘어서 이는 주제를 더욱 잘 표현하기 위한 노골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고등생명체로 표현되는 인간의 의형을 지닌 외계종족 말고도 다양한 동물들의 목숨에 관하여 영화는 설파하고 있는데, 이는 로켓이라는 개인의 서사에 매우 중요한 이야기이므로 메시지가 겉돌지 않는다. 가모라를 잃은 퀼의 마음도 역시 무시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각자가 슬픔을 잊고 나아가는 것을 택했다는 점이 결말을 깔끔하게 만든다.

다만 앞서 말하였듯이 이 작품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빌런이자 새롭게 가오갤의 멤버로 합류하게 된 아담 워록의 캐릭터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거니와, 디즈니플러스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홀리데이 스페셜>을 보지 않은 이들은 맨티스와 퀼이 아버지가 같은 이복남매라는 새로운 정보가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새롭게 등장한 코스모라는 강아지가 염력을 사용하고 말을 할 줄 안다는 것도 모두 디즈니플러에서 스트리밍 되는 스페셜을 보지 않고서는 모두 새로운 정보들이기에 이러한 점들이 본 작품에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샘 레이미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만큼 도저히 극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은 결코 아니고 낯섦 정도의 새로움이니 앞선 스페셜을 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관람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좋은 작품에도 불구하고 마블의 고질적인 작품인 디즈니 플러스 스트리밍 작품과 극장 개봉 작품과의 간극이라는 단점을 품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가오갤3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작품의 완성도 측면도 있겠으나, 극장개봉 작품만 보아도 충분히 이해될 만한 서사로 진행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샘 레이미 감독이라고 그렇게 드라마 없이는 이해되지 않을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리즈 마무리 정석으로 보아도 무방할 가오갤3는 계속되는 관객들의 외면에 드디어 대체로 호를 외칠만한 작품임을 예감해 본다. 가오갤 멤버들이 구원한 것은 비단 자기 자신뿐만이 아닌 mcu라는 거대한 세계자체였다는 것을 이렇게 깨닫는다. 다만 앞으로 이 영화 이후로도 좋은 작품을 마블이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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