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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Aug 21. 2023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소설가가 속한 이상한 세계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와 김초엽 작가의 <책과 우연들>을 읽고 나면 소설가가 낭만적이기라기보다는 보통의 노동자와 다를 바 없이 느껴진다. 이는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읽으면서도 다를 바 없는데, 소설가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은 제목과는 다르게 이 책은 한국출판계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소설가가 속한 이상한 세계에 가깝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은 작가가 직접 체감하는 소설가라는 직업과 일반 대중들이 생각하는 소설가라는 직업 사이에서의 거리감, 한국출판계의 문제점 등을 고루 담은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가 철저히 소설가를 직업인의 입장으로 다룬 책이라면, 이 책은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말하는 것을 앞세워 한국출판계의 폐해에 관해 다뤘다는 편이 맞겠다.


작가의 전작 <당선, 합격, 계급>을 읽은 이라면 작가의 화법이 반가울 것이다. 기자출신답게 그에 주장에는 공신력을 실을 만한 근거들이 따라붙고 읽고 나면 에세이보다도 르포르타주에 가깝다. 저자가 채널예스에 기고한 글을 묶은 책이니만큼 책에 실린 글은 과거형에 가까우니 글 말머리에다가 '덧붙임'이라 하여 현재 저자의 생각이 함께 첨부되어 있다. 굳이 비유한다면 책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은 업계에 몸담은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실었다는 점에서 작가들의 블라인드 같으면서도, 책의 타겟층이 같은 현장의 동료이기보다는 일반 대중들, 예비작가들에 더욱 가깝다. 예비작가가 이 책을 접한다면 이제 갓 신입사원이 입사와 동시에 블라인드를 통해 사내 불합리함을 먼저 겪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성격이 비슷한 세 권의 책에 대하여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철저히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라면, 김초엽작가의 <책과 우연들>은 '집필'에 대한 이야기이고,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은 '출판계'에 관한 이야기로 정의해보려 한다. 이왕이면 이 책을 읽기 전 장강명작가의 <당선, 합격, 계급>을 먼저 읽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두 권을 다 읽고 나면 한국문단과 출판계가 이런 형태였구나라는 것에 다소 놀랄 수도 있겠다만, 이만큼 이에 대한 비판과 통찰을 현장감 있으면서도 쉽게 읽히도록 쓰인 책이 몇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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