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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Jul 27. 2023

<5년 만에 신혼여행> 사랑에 있어 철학을 논한다면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편이다. 기자출신인 그의 이력답게 장강명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신문기사를 읽는 기분마저 드는 그의 글은 정확히 나의 취향을 저격하였고 그의 염세적인 시선까지도 마음에 들었다. 세상을 조금은 삐딱하게 보는 그의 시선이 익숙하던 찰나, 그가 무려 신혼여행기에 대해 쓴 에세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자출신의 염세적인 사람이 쓰는 허니문에세이라니.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었다.


장강명의 <5년 만에 신혼여행>은 아마 그의 작품 중 가장 달콤할 것이다. 에세이의 큰 골자는 제목 그대로 5년 만에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행기로서만의 이야기를 채우지는 않았다. 결혼생활 전반과 그의 반려자인 HJ에 대한 관찰, 신혼여행지에서 겪었던 그의 고찰이 글 전반에 녹아있다. 신혼여행의 달콤함과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여행기를 바라는 이라면 <5년 만에 신혼여행>은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해외에서 며칠 묵은 이야기로는 책 한 권을 채울 수 없어서인지, 혹은 의도된 것인지는 몰라도 신혼여행기치고 꽤 많이 철학적이기 때문이다. 가령 뛰어노는 젊은이들을 본다면 젊음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그런 식의 구조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그 다운 신혼여행기이면서도, 그의 글을 처음 접한 독자는 다소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책의 후반에 갈수록 책의 온도는 따뜻해진다. 마치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부부간의 사이가 더욱 깊어지는 수순처럼, 신혼여행기치고 꽤 차가웠던 책의 온도는 후반부 집으로 돌아올 즈음이 되면 꽤 몽글몽글하다. 일전에 곽정은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 '사랑에 있어 철학을 논할 수 있다면'이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아마도 장강명작가는 곽작가의 말처럼 사랑에 있어 철학을 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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