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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May 22. 2023

<마당이 있는 집> 뒤틀린 믿음과 야망 사이

의사남편과 아들을 둔 안온한 가정의 주란은 마당이 딸린 새 집으로 이사를 오지만, 친구들을 초대한 그날 마당에서 시체냄새를 맡는다. 주란은 결국 마당에서 시체를 발견하지만 다음날 시체는 사라져 있다. 시체를 없앤 용의자로 남편이 의심되는 주란의 일상은 그렇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한편 제약회사 영업직인 남편을 둔 상은은 남편의 폭력을 못 이겨 결국 남편을 살해하게 된다.


지니TV 오리지널시리즈로 드라마가 곧 방영 예정인 <마당이 있는 집>은 남편을 살해용의자로 의심하는 주란과,  남편을 살해한 상은이 번갈아 1인칭 시점으로 등장하며 극을 이끄는 스릴러 소설이다. 온실 속 화초와도 같은 여자 주란과 잡초와도 같은 상은이 순서대로 등장하면서, 두 인물이 지닌 각각의 갈등이 같은 장면으로 또는 다른 장면으로 서술된다. 극의 마지막 반전은 이야기의 막이 오른 뒤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보였던 복선들로 하여금 개연성을 갖는다. 글에 흡입력이 있어 결말까지 가는 과정이 결코 지난하지 않다.


책의 반전은 꽉 막혀있으면서도 조금은 열려둔 문과도 같다. 결국 인간이 믿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주제의식은 영화 <곡성>이 떠오르기도 하며, 주란의 뒤틀린 모정은 영화 <마더>가 생각나기도 한다. 주란은 마치 알에서 깨어난 새처럼 수동적으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깨부수고 비상하지만 자신이 믿고 싶은 사실만을 애써 믿으며 진실을 외면한다. 폭력적인 남편을 살해하고 그의 보험금을 노리기 위하여 무고한 사람을 남편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하는 상은은,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함으로써 죄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편협한 시각으로 타인과 세상을 보는 두 여성의 연대는 그리하여 결국 아름답지 못하다. 상은은 자신의 야망만을, 주란은 자신의 믿음만을 쫓기에 두 사람의 연대는 결국 파국인 것이다.


불안정한 두 여성의 날카롭고 예민한 심리를 잘 묘사한 <마당이 있는 집>은 오히려 열린 결말이 아닌 닫힌 결말을 선사하였기에 독자의 사랑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명확히 닫힌 것도 아닌 결말이기에, 어떤 독자는 '설마'를 상상해 볼 수 있겠지만 그 마음은 흡사 주란이 품은 마음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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