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주토피아 2> 디즈니가 기억해야 할 화법의 중요성

by 사서 유

어릴 적부터 디즈니를 매우 좋아하던 사람으로서, 디즈니의 재부흥기 뒤 몰락을 보자니 참으로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개인적으로 꼽은 몰락의 원인은 PC를 말하는 '화법'에 있었다. 내 옳음만 주장하고 상대의 주장은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는, 그러니까 권유와 제안보다는 강요에 가까웠던 디즈니식 화법은 내가 사랑하던 디즈니가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즈니의 르네상스를 다시 불러일으킨 작품들은 디즈니가 억지로 PC를 주장하는 화법과는 달리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되 이야기를 조금은 비틀었던 작품들이었다.


왕자를 찾는 대신 스스로가 여왕이 된 <겨울왕국>과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문화권을 적극 반영시킨 <모아나>, <코코> 등. 무엇보다 <주토피아>는 토끼가 된 경찰과 실은 누구보다 잔정이 많은 여우를 보여줌으로써 디즈니가 그토록 주장하고 열변을 토했던 차별과 편견을 거부감 없이 사랑스럽게 그린 작품이었다. 더불어 차별을 말하는 작품에서 쉽게 다뤄지지 않던 약자가 행하는 역차별도 함께 그렸다는 점이 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자기 연민이 없이 화합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이 작품을 보며 나는 내가 사랑했던 디즈니가 이대로만 가길 바랐다. 망할 <인어공주>가 개봉하면서 그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지만.

common (18).jpg

영화 <주토피아 2>는 전작의 메시지를 계승함과 동시에 앞선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있게 말하는 작품이다. 집단 간의 차별, 혐오, 편견 등을 거두길 희망하던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거두고 난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다름으로써 벌어지는 갈등을 어떻게 하면 잘 봉합하고 화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전작이 조금 더 동화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이번 작품은 동화 후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조금 정신없기는 하다만 감독이 의도한 바를 이번 작품 역시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편견에 대한 이야기는 뱀을 등장시키면서 앞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계승함과 동시에 주디와 닉의 갈등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법에 대해 말한다. 더불어 이번 작품은 전작에 비하여 동물의 본능적 특성이 표면적으로 좀 더 나타난 편이다. 문명화된 동물들을 보여주면서도 동물들이 가진 기본적인 습성을 잘 버무린 전작에 비하여 고양잇과는 빛을 쫓고, 동물들 별로 신호를 각자 다르게 받아들인다던지 등 조금 더 종족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편이다. <주토피아>를 제작할 당시 감독이 의인화된 다른 작품들과는 다를 것이다라고 말했던 부분이 떠오르면서 이러한 디테이들이 세계관을 더욱 공고히 만든다. 이 작품은 결국 우화라는 점에서 영화 외적으로 받을 수 있는 시비들을 피해 갈 수 있는 몹시 영리한 설정이다.

common (17).jpg

개인적으로는 전작에 조금 더 애정이 가지만, 주토피아는 엄연히 1편과 2편이 같으면서도 다른 작품이다. 전작에서 끝맺은 이야기를 구태여 다시 소생시키는 속편이 아니라, 속편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디즈니의 괴상망측한 화법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전작의 장점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 시리즈의 팬으로서 몹시 다행스러운 점이다. 억지스럽거나 훈계하지 않고 그저 이야기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건네는 이 작품의 화법이야말로 평화화 화합을 주장하는 디즈니가 잃어서는 안 되는 표현방식일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주토피아 2>는 <백설공주>로 박살 나버린 디즈니를 다시 소생시키는 구세주와도 같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닉과 주디의 로맨틱코미디 같은 관계성은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 더 우정에 가까운 편이다. 그도 그럴 듯이 1편에서는 감독이 의도한 바는 다르게 '티격태격하던 이성이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된다'는 클리셰가 관객의 취향을 저격해 버렸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한 9년 전 개봉한 전작을 이미 보았더라도 꼭 다시 보고 가기를 바라는 바이다. 시간상 전편의 바로 뒷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전 기억만 믿고 속편을 봤다가는 놓치는 디테일들이 꽤나 많을 것이다.

common (16).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