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냥> 97분의 소동극

by 사서 유

영화 <간첩사냥>은 한국에서는 꽤나 자극적인 '간첩'을 제목에 달고 개봉했다. 그간 남파공작원을 소재로 그린 영화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실질적인 간첩은 등장하되 그를 멋있게 그리지 않는다. 현빈의 영상화보집으로 불리는 <공조>와 그와 비슷한 여러 영화들만 보더라도 간첩이나 공작원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는 어쩐지 북한군인이 멋있게 보인다. 영화 <간첩사냥>은 한국적인 소재를 가지고 오지만 이는 그저 소재일 뿐 성별이 다른 요즘세대와 기성세대의 버디무비를 표한다.

common (70).jpg

<간첩사냥>은 어딘지 아픈 손가락이다. 최근 하락세인 한국극장가를 생각해 보면 영화의 만듦새나 의미보다도 우선 응원부터 하게 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사실 개연성이랄 게 전혀 없는데 대체로 암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기타 독립영화들에 비해서는 재기 발랄하고 심적부담감을 주지 않는 유쾌한 영화이다. 영화는 극 중 일반인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를 입수하고, 간첩의 거주지주소를 알아내고, 총기를 구입하는 이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어떤 설명을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사실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개연성과 현실성에 대해서는 시종 물음표가 맴돈다. SNS 하는 간첩보다 되려 탈북민이 더욱 간첩같이 보이고, 시종 신경질적인 민서의 유교를 내다 버린 태도는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이 영화를 이끌고 가는 것은 오로지 영화 중반 이후 팀업무비로 전환되면서 마음 편히 볼 수 있다는 점,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노장의 연기력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영화는 하나의 연극무대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정된 무대에서 과장된 이야기로 오로지 극의 성격과 배우의 연기력, 무대전환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바라본다면 이 영화는 애당초 독립영화로서의 특징을 십분 살려 선택과 집중을 했을지 모른다. 개연성과 현실성은 애당초 <간첩사냥>의 세계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세대와 성별이 다른 두 주인공이 빚어내는 불협화음과 그 우정 속에서 말라붙은 인류애를 다시금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common (69).jpg

사실 독립영화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가 적은 편이라, 내가 보통의 상업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 영화를 바라보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영화 속에서 어느 정도 현실은 적당히 넘어가며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 감정을 바라보는 것이 어느 관객에게는 더 편할 것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 무대인사를 본 것이 화근이었다. 누구보다도 간절함이 묻어 나오는 배우들과 제작진의 눈빛, 특히나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갈 두 젊은 배우들에게 박수를 부탁하는 노장배우의 부탁이 이 영화를 애증으로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하나의 연극무대를 스크린에 옮긴 것이라 생각한다면, 영화의 개연성과 현실성은 눈감아지고 싶어진다.


*해당영화는 <씨네랩> 초청 시사회로 관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