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와의 공통점과 차이점
<레이디 두아>와 몇 년 전 쿠팡플레이에서 개봉된 <안나>의 공통점은 가난하고 불행한 여자가 여러 가지 신분을 바꾸며 기어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 불행한 여자는 젊고 아름다우며, 본인이 바꾼 신분 안에서는 최대한의 능력치를 이끌어 어느 전공자 못지않은 지식을 뽐낸다. 사랑에 상처받기보다는 남자를 이용하기도 하며, 끝내 사랑한 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이 이루지 못한 진정한 꿈이다. 다만 <레이디 두아>와 <안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21세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에서 얼마나 현실성 있게 신분을 위장할 수 있냐는 점일 것이다.
<레이디 두아>는 부두아의 아시아 지사장인 사라킴으로 유추되는 시체가 발견되면서 그녀의 족적을 밟으며 시작한다. 각 에피소드의 제목은 사라킴의 가짜신분인 이름으로 진행되며 극의 진행방식은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사라킴의 흔적을 좇는 형사 무경은 이 이야기 속에서는 그저 화자일 뿐이다. 그와 더불어 그의 막내형사는 '알고 보니 집안이 대단한 신입'이라는 이름 아래 그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 이야기는 그러므로 사실 배우 이준혁의 영상화보집이자, 신혜선의 연기차력쇼에 가깝다.
<레이디 두아>가 여러 시청자의 주목을 받고 화제성을 높이 끈 이유는 이야기의 장단점이 매우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마치 판타지처럼 현실성은 무시한 채 그저 하나의 평행우주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그 누구보다도 재미있는 시리즈가 되기 때문이다. 핍진성과 개연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면 주연배우가 만들어낸 인물에 몰입하면서 그녀의 결말이 어찌 될지를 그저 맹목적으로 따라가게 된다. 단점은 앞서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과연 무적자가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하다못해 현금으로만 살라고 해도 귀찮을 요즘 시대에 신원이 없는 채로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전제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 전제를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서 <레이디 두아>는 잘 만든 시리즈에서 도파민만 가득한 넷플릭스용 시리즈로 전략하고 만다.
앞서 말한 <안나> 속에서 '안나'는 대학생 때부터 적당한 거짓말과 위장이 가능한 정도의 신분으로 사칭행각이 어느 정도 현실의 위에 있다. 그녀는 실제로 능력이 출중함에도 불구하고 그럴듯한 배경 없이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가짜 신분을 만들어 그 기회를 탈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레이디 두아> 속 사라킴은 살인죄를 빠져나가기 위해서 무적자라는 설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적인 성공과 욕망의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에서조차 다른 신분이 되기 위해서라면, 애당초 사법시스템 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요즘같이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시대에서 각 나라별로 지사까지 따로 있는 외국의 유명한 명품을 대기업 오너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입점한다는 것이 다소 의구심이 든다. 사라킴 개인이 만든 허상의 브랜드와 신분이기에, 구글에 검색해도 아무리 나오지 않는 본사라면 대기업 오너가 아니라 일반 구매자들도 누군가는 파헤쳐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과거도 파묘되는 세상에서 개인 국내브랜드가 아닌 외국에 엄연하게 본사가 따로 있는 유령회사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도 이상하며, 부두아의 일반 직원들은 4대 보험을 가입했을 텐데 사업자등록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등 현실에서의 일들이 모두 물음표일 뿐이다.
<레이디 두아>는 작품 자체가 마치 '영화적 허용'을 어디까지 둘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화두와도 같다. 앞서 언급했던 많은 의구심들을 그저 눈감고 본다면 흡입력 있는 전개에 단숨에 에피소드를 몰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부자들의 양면성과 대중들의 군중심리, 명품을 소비하는 욕망과 허상 등을 잘 농축시킨 것도 분명하며 이 시리즈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 역시 분명 존재할 것이다. 다만 현실의 발붙이고 사는 시청자들에게 극의 현실성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