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퍼스(더빙)> 픽사가 만든 사랑스러운 아바타

by 사서 유

영화 <아바타>1편을 대담하고도 귀엽게 다시 쓴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 <호퍼스>는 발랄하게 <아바타>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지고 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타>에서 다소 부족하고 진부하게 느껴졌던 부분을 재치로 승화시켰다. 자연을 몰아내려는 인간의 욕심, 견고히 구성된 세계에 발을 들임으로써 구원자이자 파괴자가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픽사는 사랑스러움을 더했다. 이 덕에 비버를 사랑하다 못해 직접 비버가 된 주인공 메이블이 겪는 고난은 관객을 억지로 설득시키기보다 동화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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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퍼스>는 앞서 말했듯이 <아바타>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지고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자연과 환경이 위험에 처하자 비버 로봇에 들어가 아바타가 되어 동물들을 설득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주인공이 자신이 구하고자 하는 환경을 사랑한다는 당위성은 영화 <아바타>보다 더욱 설득력 있다. <아바타> 속 제이크 설리는 그가 장애를 가진 원래의 몸을 버리고픈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가 행동을 직접적으로 하게끔 하는 동기는 족장의 딸인 네이티리와 연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네이티리의 외형이 몹시 인간과 흡사하다는 것에 말이 나왔는데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 역시 이는 외계인이 아닌 인간을 위한 영화이기 때문이노라 인정했다. 자신의 유년시절과 할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공터가 개발 때문에 망가질 위기에 처한다는 점이 <아바타> 속 제이크 설리보다 더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메이블이 자연을 사랑하고 동물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일어나는 사고들로 인해 천방지축인 아이가 되지만 할머니는 자신의 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메이블이 할머니의 위로를 받으며 성장하는 시퀀스는 흡사 <업>에서 칼 할아버지와 아내의 생애를 보여준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 <호퍼스>는 이렇듯 뒤로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만들어놓는 판타지를 펼쳐놓지만, 앞서 메이블은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감정인 가족애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에게 자연스레 이입하도록 만든다. 영화 <업>의 그 시퀀스는 마치 이래도 울지 않을거냐며 꼬집는 억지 신파극보다도 눈물을 쏟아내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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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스>의 장점은 영화가 시종 밝고 재기 발랄하며 디즈니스러운 교훈을 잃지 않은 채 픽사가 지닌 유머 역시 그대로 간직한 데에 있다. 비버가 된 주인공이 제리시장을 설득하는 장면에서의 시퀀스는 픽사가 디즈니 소속이 되었음에도 그 들의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다는 방증처럼 보인다. 더불어 주인공 메이블의 행보가 보는 이로 하여금 때로는 무모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주인공 역시 행동보다 감정이 앞서 나가는 사춘기를 생각해 보면 또 그런대로 넘어가게 된다. 더불어 <주토피아>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즐거운 우화는 과도한 교훈을 주입시킨다기 보다도 그저 이야기 속에 화합이란 주제가 자연스레 녹아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편하다. 애써 유색인종을 등장시키고 억지동화처럼 사실은 얘네도 착한 애였다는 식의 이야기로 마블을 괴롭히던 디즈니의 단점이 다행스럽게도 <호퍼스>에서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 픽사가 픽사다운 이야기를 선보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는 시간관계상 자막이 아닌 더빙으로 보게 되었는데 이는 이 영화를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이유가 되었다. 전문성우를 기용한 것이 누구보다도 다행스러운 일이었고, 무엇보다 비 성우인 이수지의 연기는 크게 위화감 없기 때문이다. 화제성을 위해 더빙엔 재능이 없는 연예인을 억지로 주 배역에 앉히지 않고, 극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을 적절히 배치한 것이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는 행복한 일이었다. <너의 이름은>, <엔칸토> 등의 사례는 성우에 대한 몰이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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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하는 영화들에 대해 이렇다 할 칭찬을 쏟아낼 수 없던 요즘 픽사의 작품이 다시금 영화에 대한 애정을 높여 주었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부터 슈렉까지 픽사의 초기작들을 모두 보아온 이들이라면 이번 <호퍼스>역시 그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영화라 생각할 것이다. 더불어 슈렉과 같은 풍자가 짙은 작품을 픽사에서 한번 더 내준다면 좋겠다는 희망도 품어본다. 올해 6월에 개봉할 토이스토리의 새로운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