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서 유 Nov 17. 2019

호주워홀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과 도움의 글

워킹홀리데이 그 후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전에 목표가 있어야 하나요?


저는 26살의 나이로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에 호주로 떠났습니다. 저 역시 떠나기 전에 돌아오고 나서 어렵지 않을까, 모은 돈을 모두 쏟아부어도 되는 것일까, 돌아오고 나서 과연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등등 떠나기 전부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제가 호주로 떠나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4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느낀 환멸과 권태감 등등이 작용하였던 것 같습니다. 워킹홀리데이라면 캐나다와 영국이 있는데 왜 굳이 호주로 떠났느냐 물으신다면 제가 유학원에 상담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호주가 그나마 이민에 대하여 열려있는 편이었고 영국은 사악한 물가로 자신이 없었으며, 캐나다는 추첨이 되지 않으면 갈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말하자면 도피성도 어느 정도 있던 것 같고 유럽여행으로 외국살이에 대한 로망도 있었으며, 호주에서도 사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지면 한국을 조금은 덜 미워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거창하게 이민에 대한 환상도 있었으며, 이민을 위해 당장에 학비를 쏟아붓기 전 한번 살아보아야 하지는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습니다. 직접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무엇을 해서 무엇을 얻어와야겠다'라는 목표 없이 출국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저 역시 출국 전에 온갖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며 몇 백개의 글을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글들 속에는 가기 전 목표를 뚜렷이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우선 떠나라 하는 글들도 있었으며 궁극적으로 '왜 떠나는가?'를 알고 가야만 한다는 의견 역시 존재하였습니다. 아주 개인적인 저의 생각으로는 워킹홀리데이 1년이라는 시간은 개인적인 자아 성찰을 하기에는 터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대부분의 글들에서 공통적으로 말하였던 돈과 경험 공부 중에 목표를 설정하고 가라는 이유는, 한국에서도 역시 그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며 살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어디를 살던 돈을 많이 모으기 위해선 그만큼 자신의 자유시간 및 여가시간, 혹은 경험의 폭(가령 안정적인 근무시간을 위하여 오지잡 혹은 외국인잡을 포기하는 경우)등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고, 경험을 위해선 어느 정도의 돈을 소비해야 합니다. 사실 영어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임을 전제하고 저는 돈과 경험 중에 자신이 무엇에 더 가치를 둘 지를 먼저 파악한다면 앞으로의 1년을 더욱 만족스럽게 보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영어가 왜 중요한가요? 그리고 영어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워홀러는 엄밀히 말하면 관광객이 아닌 노동자입니다. 영어권 국가에서 일을 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영어실력이 필요로 요할 뿐만 아니라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느냐에 따라서 경험해볼 수 있는 경험의 폭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사실상 시드니는 한인잡도 워낙 많고 본인이 영어에 어떠한 뜻이 없지 않은 이상은 일하다가 즐기며 갈 수 있다 생각하지만 본인이 적어도 '영어'에 대한 뜻이 있다면 이는 다른 문제입니다. 또한 같은 워홀러인 친구의 말로는 멜버른과 브리즈번 등과 같은 지역에서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할 시 영어실력은 절대적이라 합니다.


한국에서는 영어 회화학원이나 유명 어학원에서 레벨 테스트를 받았을 때 친구는 무리 없이 사귈 수 있을 정도의 중급 레벨이 나왔지만 막상 현지에서 살아보니 제가 받은 레벨과 실제 사는 것은 달랐습니다. 카페에서 외국인 동료들과 일하였을 때 의사소통에 대한 갑갑함을 많이 느꼈고, 보스는 저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기도 하였으며 주문을 받고 손님을 상대하는 것에도 꽤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테이커웨이 스시샵에서 일하였을 때에도 종종 손님들의 말을 100% 이해하기 힘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스피킹에 치중하여 리스닝은 많이 취약한 상태로 떠났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며 직장생활을 하며 4개월 동안 일과 공부를 병행하였기 때문에 스스로도 많이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물론 외국인쉐어를 하며 의사소통에 벽을 느끼지는 못하였고 누군가는 저에게 영어를 잘한다며 칭찬해주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일하는 것과 친구를 사귀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한국인 오너 밑에서 한국인 동료들과 일을 하지만 손님들이 주로 외국인일 경우에는 쓰는 표현이 한정적이다 보니 스몰톡 외에는 의사소통에 큰 불편함은 못 느낄 수 있다만, 동료들과 오너가 외국인인 것은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또한 일하는 것과 떠나서 영어에 대한 두려움으로 외국인을 피하고 그로 인해 한인사회에서 한국인만 찾게 되는 것과 한국인과 외국인을 떠나서 외국에서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또한 현지에서 사는 것만으로는 영어공부가 되지 않습니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특히나 시드니 같은 경우에는 타운홀에만 지나가도 한국어를 틈틈이 들을 수 있으며, 저도 종종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 할지라도 어떻게든 살아지겠구나 라고 생각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느낀 점은 현지에서의 영어공부는 본인이 짬을 내어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지 않는 한 '내가 한국에서 배운 것들을 응용하는 시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만큼 영어 문법에 관하여 사교육이 발달돼어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며 저는 사실상 문장 구조를 알아야 말을 지어낼 수 있다고 믿고 공부한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기본적인 문법들을 배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로 가서 시작할 이유는 없으며, 또한 그럴 시간적 여유 또한 없습니다.


저는 호주로 출국하기 전 약 4개월 동안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영어공부를 하였습니다. 하루 공부시간은 약 1 시간 내지 2시간 정도였고 (그것도 퇴근 후) 아이엘츠 학원에서 공부를 하다가 제가 기초문법에 심히 약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Basic Grammar in Use (회색 책/한국어판) 한 권을 거의 풀었습니다. 때때로는 호주 유명 드라마인 Dance Academy를 영어자막으로 보며 제가 모르는 단어들을 정리하기도 하였고 되도록이면 출퇴근 시간에 음악 대신 드라마를 들으며 통근하였습니다. 그리고 가끔 지칠 때에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 O.S.T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영어에 대하여 욕심이 있던지라 처음부터 검트리로 집을 알아봐 외국인 쉐어에서 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를 겪고 소통하며 영어 역시 많이 늘었습니다. 구직이 힘들자 일식당 주방보조로 6개월 동안 일 하였고 (운 좋게도 그곳에서 저의 사수분이 태국분인지라 그 분과 3개월가량 같이 근무하였습니다) 중간에 오지잡을 잡느라 2개월가량 고생하며 돈도 많이 잃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아 실패하여 2개월가량을 테이커웨이 스시샵에서 일하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공부하지 않았다면 영어에 대하여 겁부터 먹고 외국인쉐어를 알아볼 생각은 못하였을 것이며, 한국에서 공부하고 왔다는 생각에 언어에 부딪혀 속상할 때에도 스스로 크게 후회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살면서 제가 영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한국인은 되도록 피하세요'라는 글에 관하여


저 역시 출국하기 전 수많은 글을 읽었던 사람들 중 하나에 속하는지라, 이러한 글을 심심치 않게 읽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을 호주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동생 친구에게 다시 들으니 감정이 꽤나 미묘해지더군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 말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기도 합니다.


영어공부를 위해서 가급적이면 한국인을 만나지 않는 게 낫다는 의견에 관하여 저는 사실 크게 동의하지 못합니다. 본인이 어느 정도 영어에 목적을 두고 호주로 오는 것이라면 시드니와 같이 한국인이 대거 거주하고 한인사회가 잘 발달한 도시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 외적으로 '한국인을 피하세요'라는 말은 아무래도 낯선 외국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어리숙함을 악용하여 자신이 무슨 형태로든 이익을 취하는(그곳이 꼭 돈이 아닐지라도) 일부 사람들을 기피해야 하되 그러한 사람들을 구분하기가 힘드니 가급적이면 쉽게 믿지 말고 경계심을 풀지 마라가 맞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는 1년 동안 모두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 들에게 많은 힘을 얻고 또 한국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여전히 제게는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온지라 어느 정도 사람 볼 줄 안다고 생각하고 또한 스스로가 내적으로 어느 정도 단단한 사람이라 여겼지만 막상 가족도 친구도 없이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낯선 땅에서의 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친구로 두지 않을 사람을 외로움 때문에 만나기도 하며, 쉽게 흔들리기도 하고 의지하기도 하며 마음을 열기도 합니다.


그곳이 비단 호주가 아닐지라도 어느 곳이던 사람이 환경이 갑작스레 바뀌면 그에 따라 쉽게 누군가를 믿게 되고, 의지하고 또한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 역시 존재할 거라 생각합니다. 내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연을 유지하지 마세요. 그곳에서 외로울수록 더더욱이요.


다녀오고 나서 무엇이 변하였나요?


사실상 말하자면 제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많이들 궁금해하실지 모르는 '영어'에 관하여는 조금 더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늘었고 자신감도 어느 정도 생기기도 하였으며 종종 영화를 볼 때에 쉬운 문장들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제 삶은 가기 전과 돌아오고 나서의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다만 저는 한국에서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았고, 내가 살면서 생각 없이 말했던 말들 속에서는 호주에서라면 상상할 수 없는 비하와 혐오 사상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호주에서는 웨이트리스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무시받는 직업들이 직업군으로 인정받으며, 아르바이트와 직장인의 개념 역시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고용형태로서의 구분은 있을지라도 '언제까지 아르바이트나 하며 살 거야'라는 말을 들을 수도, 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제 요지는 그만큼 호주가 선진국이며 대단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시민인식은 나라의 제도와 경제구조에 기인하기 때문이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고용형태에서 오는 불합리한 구조와 기이 상적인 노동환경과 임금격차가 없는 나라의 직업인식과 그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나라의 인식은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러한 환경에서 내가 혹은 내 아이가라는 생각으로 '이민'을 결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노동환경이 하향 평준화된 나라에서 보다 좋은 '임금'과 '복지'를 받기 위해선 모두가 경쟁에 내몰려야햐고 그 과정에서 '돈을 적게 버는 사람=노력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겨난 것일지도 모릅니다. 결과적으로 그 인과관계가 '너 커서 공부 안 하면 저렇게 서빙이나 하거나 배달이나 할 거야'라는 폭력적인 발언이 아이들의 교육열을 높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급훈이 되곤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물론, 저 역시 그 급훈을 보며 공부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세대 중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1년이라는 삶은 어찌 보면 길고 또 어찌 보면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 시간 동안 인생이 변화되는 것은 어쩌면 힘든 일이겠죠. 저는 그저 한국에서 체면 때문에 하지 않았을 일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그 과정에서 시야가 조금 더 넓어졌음을 느꼈습니다. 단적인 예로 '무슬림'이라는 종교가 주는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하우스메이트생활을 하며 가족같이 지낸 인도네시아 언니들을 통하여 내가 상상한 모든 것의 일부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편견이었음을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1년을 알차게 보냈고, 또 돌아오고 나서 재취업에 대한 불안감에 잠 못 이루는 날들 역시 많았습니다. 사실 말하자면 워킹홀리데이라는 것 역시 요즈음 흔히 볼 수 있는 경험이기에 어느 누구는 고생했다 인정할지라도, 어느 누구는 가볍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그 시간에서 성장하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 뿐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다녀온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긴 글을 마치며


저의 브런치북은 사실상 1인칭 시점의 수필 글로만 가득합니다. 굳이 저의 에 정보를 실지 않은 이유는 저 외에도 많은 들께서 좋은 정보를 제공해주시고 있으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는 누군가 제게 '워킹홀리 데이를 가려고 해요'라고 묻는다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닌 개인적인 의견에 대하여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친동생의 친한친구가 제게 여러 가지 조언을 물어왔고 그 친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다 보니 저 스스로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가고 싶다면 다녀오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호주에서 서른에 막차 타고 오신 분들도 꽤 많이 만났으며 사실 체류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타 국가에서 1년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는 워킹홀리데이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돌아와서 재취업에 관한 스트레스로 적잖이 고생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난 것에 후회는 남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호주에서의 시간은 제 직업과 제 나라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시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유익한 정보가 아니어서 죄송스럽고, 위 글은 저의 지극히도 주관적인 의견인지라 정답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성공한 워홀은 있어도 실패한 워홀은 없습니다. 도박과 마약에 연루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돌이켜보면 호주에서의 모든 시간은 제게 여행이었습니다.

이전 29화 [D+365] 귀국 / 미워하고도 사랑했던 나의 시드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