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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Oct 08. 2018

[D+10] 서큘러퀘이 / 마음의 휴양지

힘들 때마다 찾아갔던 Circular Quay

유럽여행에 돌아온 후 나는 배낭여행기를 적으며 '마음의 휴양지'라는 말을 만들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퍽 뭉클해지고 그곳에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해지는 곳. 나는 앞으로 먹고 살아가야 할 숙제를 떠안은 이 낯선 도시에서 몸 둘 바를 몰라하다가 유명한 관광지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종종 호주 생활이 지치고 외롭고 힘들 때마다 찾아가 위로받으며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질 미항에서.                    

처음 본 서큘러 퀘이의 모습은 게임에서 잘 만들어진 외국 항구도시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나는 그곳을 무려 4번이나 찾아갔는데, 갈 때마다 새롭게 느끼는 풍경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오페라하우스를 처음으로 보았을 때의 벅참과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던 아름다운 야경 그리고 타롱가주를 둘러보고 온 후 보았던 노을 녘과 샐러리맨들과 함께 벤치에 앉아 바다를 보며 샌드위치를 먹을 때의 여유로움까지. 갈 때마다 마음을 탁 트이게 해주어 도무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장소를, 나는 앞으로 발 디디고 살아야 할 곳에서 찾은 것이다.                                                    


실제로 타운홀에서 바라보았던 야경과 서큘러퀘이의 야경은 다소 달랐는데, 타운홀은 뭐랄까. 어두운 도시 한가운데에 영롱하게 빛나는 건물을 우뚝이 서서 바라보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면 달링하버와 오페라하우스의 야경은 그야말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황홀함이 있었다. 수평선 위에 얹어놓은 듯한 달링하버와 오페라하우스는 스스로가 밤이 되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뽐내듯이 영롱하게 빛났고,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노래들과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이곳이 관광객이며 현지인들에게 얼마나 사랑받는 곳인지를 몸소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국에서 페부로 느끼는 쓸쓸함과 입국 전 학습된 낯익음 사이에서 방황하던 때, 복잡하고 아름답던 그곳에 마음을 주고야 만 것이다.


나는 쓸데없이 정이 많아 오래된 물건에도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인지라 아끼는 장소에 나도 모르게 애정을 쏟고 만다. 마치 그 장소가 나오면 내 지분이 있는 것처럼 아는 체를 하게 되고, 가령 '이렇게 하면 더욱 좋다더라'등의 조언을 하게 되는 것이다. 보기만 해도 숨통이 트이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나의 마음의 휴양지. 호주에 살며 괜스레 누군가에게 와락 안겨 눈물을 쏟고 싶을 때에 찾아오고 싶던 그 품 같은 곳에, 나는 종종 의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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