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에 대한 소회
지난주 금요일, 승진을 했다. 꽤 오랫동안 승진을 하지 못해 고대했던 순간이었다. 굉장히 기뻤지만, 기쁨을 내색하지 않았다. 승진 대상자가 되지 못한 동료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복잡한 사정이지만, 고용형태가 달라 나와는 승진체계가 다른 동료들이다. 메신저로 축하 메시지를 받으면서도, 태연한 척하기 위해 애를 썼다. 누군가의 성장과 기쁨이 누군가에겐 좌절과 슬픔이 될 수 있다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승진을 한 것은 우선 월급이 늘어난다는 점이 좋다. 그리고 내가 회사 내에서 조금 더 앞으로 더 나아갔다는 느낌이 있어 좋다. 연차가 꽤 되었음에도 승진을 못하고 있을 땐 제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뒤쳐지는 듯한 느낌이 괴로웠다. 남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성격 탓에 더더욱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뭐라 할 수 없음에도) 나 자신이 가장 스스로를 괴롭혔었다. 그게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아 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연차와 직급에 맞는 업무와 책임이 내게 부여된다는 사실에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업무 양이나 강도도 좀 더 올라갈 것이다.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든다. 그리고 승진을 하지 못한, 정확히 말하면 시스템적 이슈로 승진을 할 수 없었던 동료들에 대한 여러 생각으로 마음이 어지럽기도 하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나 보니 승진에 대한 기쁨은 이틀 정도 갔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꽤 간사한 마음이다. (아마 월급을 받으면 다시 좀 더 기쁜 마음이 될 것 같다.) 승진을 하는 건,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고, 조직 내에서 더 큰 일과 책임을 부여받는 것이다. 직급이 있는 회사에서는 좀 더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뚜렷한 표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난주와 다르게 이번 주의 내가 더 성장하게 된 것일까. 더 나은 사람이 된 것일까. 더 일을 잘하게 된 것일까.
내가 잘하고 싶은 것, 더 높은 성취를 거두고 싶은 가장 큰 목표는 아쉽게도 회사에 있지 않다. 일전의 다른 글에도 썼지만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고, 재미있고 사랑받는 글을 쓰고 싶다는 목표와 꿈이 있다. 이러한 목표가 최근 급박했던 회사의 사정으로(이를 방패 삼는 나의 사정으로) 뒷전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에 나는 내가 더 성장하였는지에 대해 자신할 수 없고 오히려 일종의 자책감에 사로잡혀있다.
그렇다고 내가 이 회사에 대한 애정이나 목표, 성취하고자 하는 바가 없는 것도 아니다. 글 못지않게 내가 좋아하는 일인 ‘기획’을 돈을 벌며 할 수 있는 곳이기에 사실 나는 회사의 어떤 업무들은 꽤 좋아한다. 더하여 서툴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하고 있는 행정 업무들도 사고 없이, 혹은 사고가 발생했을 시 비교적 연착륙으로 해결해 나갈 때의 기쁨도 꽤 크다. 어느 정도는 회사 인간이기도 하다.
승진은 회사의 시스템 아래에서 지난 근로의 시간과 그 결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간의 수고로움이 인정받은 것 같아 정말 기쁘지만, 뭐랄까 그냥 나를 괴롭히던 자격지심을 조금 벗겨낸 것이 더 내겐 의미가 있다. 만년 ㅇㅇ같은 발상으로 스스로의 멘탈을 괴롭혔던 승진 이슈도 어찌어찌 해결되었으니 이젠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고 정말 더 성장하기 위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