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을 회고하고 기록합니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최근 일이 너무 많아서, 그리고 다른 방향성의 글쓰기로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일상의 기록을 남기는 글쓰기는 손을 놓은 지 거의 반년이 흘렀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루하루의 기록, 특히 일을 하는 나의 기록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여 짧게나마 글을 쓰려고 한다. 日記가 아닌 '일'記를 남기는 것도 꽤 의미 있을 것 같아 최근 생각했던 글감이었다.
나의 일記의 첫 번째는 어제저녁 진행했던 김태호 PD님의 특강이다. 나는 현재 모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마침 연말에 좋은 연사분을 초청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궁리를 하고 있었는데, 팀원 분께서 김태호 PD님을 알고 계셔 강연 부탁을 드려보겠다고 먼저 제안을 주셨다.
반신반의도 아니고, 거의 10~20%의 확률로 생각하고 부탁드렸는데, 어느 날 주말 김태호 PD님의 특강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갑자기 받게 되었다. 그때부터 정신없이 특강을 준비하였고, 어제 100명이 넘는 분들과 평일 저녁시간 2시간이 넘는 강연을 진행할 수 있었다.
PD님 섭외 후 행사까지 남은 일정이 많지 않았고, 협의 후 꽤 조용한(?) 홍보를 진행하였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특강을 신청해 주셨고, 또 참석해 주셨다. 그리고 예정보다 30분을 더 넘기는 자리였는데도 늦은 시간까지 거의 자리를 비우는 분들이 없이 모두 경청하며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발표 장표를 꽉꽉 채워 9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정말 솔직하고 다양한 경험을 공유해 주신 김태호 PD님의 특강은 내용이 좋았던 것뿐만 아니라, 강연을 하는 모습과 참가자 분들의 질문을 듣고 답하는 모습, 그리고 특강이 끝난 뒤에 잠시 나누었던 대화를 나누며 보여주셨던 모습 모두 인상 깊었다.
특강의 주제는 <플랫폼 시대의 콘텐츠 전략과 브랜드 확장>이었다. 예능 방송 환경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무한도전,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며 어떻게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더 나은 방향을 찾아 가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리고 그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다.
내가 재밌게 보았던 무한도전의 에피소드들의 후면에서 기획 의도가 담겨 있었는지, 그 각각이 어떤 치열한 고민 속에서 도출된 실험이었는지를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들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김태호 PD님은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후배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선배로서 정말 진지한 고민과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나는 공공의 영역에서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그리고 소소하지만 나 역시도 크리에이터로서 비슷한 고민과 도전을 계속하고 있기에 김태호 피디님의 강의에서 많은 공감과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일로서의 소회를 남기자면 무한도전을 보며 성장했던 내가 김태호 PD님을 모시는 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을 모으고, 행사를 잘 진행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올 해의 행운을 모두 끌어다 다 쓴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도, 그날 모였던 100명의 청중분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감히 확신한다.
최근 일이 너무 버거워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는데 가끔은 이런 일도 있으니 결국 버티고 또 열심히 힘을 내게 된다. 물론 이런 일은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이 직장에서 일하면서도 손에 꼽히는 순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것. 이 감정과 기억이 휘발되지 않기를 바라며 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