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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보고에 대한 어느 평범한 사무직의 소고

일단 한 달 쓰기 도전 프로젝트, 2024.12.23.

by 칠월의 도서관

고요하고 거룩한 밤이 다가오고 있는 길목에서 또 야근을 했다. 그것도 식비도 나오지 않는 무급야근을 이 시간까지! 연말 근태는 미리 신청해야 하여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속이 쓰리긴 하다. (왜 나는 야근을 하지 않고 일정을 맞출 수 있을 거라는 헛된 기대를 매 년 반복하는 걸까.)


남은 연차를 한 시도 근로시간으로 허비하고 싶지 않기에 무급 야근도 불사하며 두 개의 사업보고를 거의 마무리했다. 계획대로라면 내일 오후부터 연말까지 쭉 홀리데이인 대단히 홀리한 일정이다.


어제 잠을 설쳐 2시간밖에 못 자고 감기 기침증상이 좀 심해진 것 빼면 그래도 나름 할 만했다. 사실 결과보고 작성은 꽤 지난하고 반복 업무가 밑작업이 필수이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작업은 그 와중에도 1년의 시간들을 조목조목 회고할 수 있는 시간이라 꽤 재밌게 집중하여 작업했다.(크리스마스이브 반차 사수라는 배수진 덕분이기도 했지만)


1년의 시간을 십몇 장의 페이지로 이렇게 공들여 정리할 수 있는 기회는 일상에서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사무직의 숙명 같은 이 결과보고가 사실 완성하면 당분간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새끼처럼 정이 드는 건 나만 느끼는 감성일까. 아무튼 내일 쏘아 올릴 내 결과보고들이 부디 다시 돌아오지 말고 예쁘게 차곡차곡 결재를 받아 꼭대기까지 잘 올라가길, 비나이다.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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