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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번 생엔 산타가 처음이야.

일단 한 달 쓰기 도전 프로젝트, 2024. 12. 24.

by 칠월의 도서관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정에서 크리스마스만큼 중요한 빅 이벤트는 없다. 우리 집도 어김이 없어서 한 달 전부터 무슨 선물을 사야 하는지 파트너와 머리를 싸매며 고민했다. 아이가 원한 선물은 '티니핑 하우스라는' 크고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작년에는 실바니안 패밀리 빨간 벽돌 이층 집이었는데 점점 집이 커지고 있다. (내년엔 또 어떤 크고 아름다운 집이 날 찾아올까.)


아무튼 미리 선물을 사 창고에 숨겨두고 크리스마스이브 파티 후 아이와 함께 산타 할아버지께 편지도 쓰고, 함께 쿠키도 구워두었다. 늦게 자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없이 그냥 지나친다는 반협박으로 아이를 재웠다. 아이와 함께 누운 침대에서 나와 남편은 모종의 눈빛을 교환한 뒤 스르륵 잠자리를 빠져나왔다. 이제 드디어 대망의 산타타임이다.

쿠키 잘 먹을게 딸내미 :)

야무지게 산 빨간색 크리스마스 포장지를 꺼냈는데..., 티니핑 하우스가 너무도 크고 거대하여 포장지가 부족했다. 밤 10시에 밖에서 갑자기 포장지를 사 올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나는 포장지로 선물을 포장하는 게 아니라, 포장지를 각 면에 맞게 알맞게 잘른 후 선물상자에 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포장지가 부족하여 상자 6면 중 눈에 보이는 4면만 간신히 붙였다. 일단 눈으로 보이는 4면만 붙이고 아이가 내일 선물 포장을 뜯을 때 옆에서 정신없이 만든 후 재빠르게 포장을 같이 북북 뜯어버릴 계획이다.


겉보기에는 꽤 그럴싸해 보이는 선물 포장...이 아니다. 사진으로도 느껴지는 똥손의 기운


나는 어릴 때부터 정말 손재주가 없었다. 만들기가 필요한 수행평가 같은 건 그냥 점수에 대한 미련을 일찍이 버렸었다. 그런데 커서도 이렇게 장시간 고통받을 줄 꿈에도 몰랐다. 매장에서 다른 사람들도 포장지 하나만 사가길래 충분할 줄 알았다. 무려 하우스를 포장하는데 한 장으론 어림없을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 나의 패착이었다. 하지만 딸아, 나도 이번 생엔 산타가 처음이란다. 아직은 서툴지만 그래도 점점 더 나아지겠지. 과연 내가 능숙해질 때까지 아이가 산타를 계속 믿어줄 것인지가 문제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오늘 밤, 우리처럼 고군분투하고 있을 전국의 산타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후기 : 티니핑 디저트 캐슬에는 피규어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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