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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선물 받은 목도리

일단 한 달 쓰기 도전 프로젝트, 2024. 12. 25.

by 칠월의 도서관

크리스마스, 아이와 함께 외식을 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을 고민하다 근방의 가장 큰 백화점을 갔다. 아니나 다를까, 크리스마스인지 헷갈릴 정도로 조용한 상가들과 달리 백화점만큼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흥겨운 캐럴과 화려한 장식들이 가득했다.


그중 붉은색의 커다란 곰돌이로 만든 포토존이 있어 잠시 줄을 서고 사진도 찍고, 야외에 이벤트 팝업존에 있는 크리스마스 상점도 구경하고 회전목마까지 알차게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문득 요즘 자주 하고 다녔던 목도리가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남편이 사준 목도리였기에 옆에서 잔소리를 좀 들었다. 사진을 살펴보니 백화점 안에서 잃어버린 것이 분명했지만, 어느 순간 잃어버렸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았다. 사람도 너무 많았으니 반쯤 포기한 마음으로 사진 찍은 곳 정도만 둘러보려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곰돌이가 있는 포토존을 갔을 때 한눈에 잃어버린 목도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늘여진 줄의 안전선에 목도리가 곱게 걸려있었던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목도리를 찾고 목에 두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운이 좋았다. 고가의 목도리는 아니라, 누가 가져갈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닥을 뒹굴거나 밟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정도는 했지만 설마 그렇게 얌전하게 걸려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만난 약간의 행운과 누군가의 센스 있는 배려가 담겨있다 생각해서인지 목에 두른 목도리의 감촉이 더욱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바닥에 놓여있었다면 아마 목도리를 되찾았어도 이렇게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진 못했을 것이다. 이 목도리는 남편에게 한 번, 그리고 크리스마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게 또 한 번 선물해 준 목도리다. 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마치 크리스마스의 선물처럼 돌아온 목도리는 이제 내게 조금 더 특별한 물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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