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전자책 글쓰기 현실

by 책 쓰는 도서관녀

헤밍웨이 작가가 말했던 “모든 초고는 다 쓰레기다”라는 말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초고는 그저 씨앗일 뿐, 퇴고는 기적을 피워냅니다."

이런 뜻을 알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이 깊은 진실이 제 전자책 여정에서 빛을 발했어요.


작가의 가슴 벅찬 꿈을 품고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길에 발을 디뎠을 때,

저는 전자책을 만드는 길이 저를 얼마나 많은 난관으로 이끌지 미처 알지 못했어요.

제 예상보다 더디고 예측 불가능한 기술적 문제들과 끈질기게 씨름하며

'이것은 작가의 길인가' 하는 깊은 회의감에 사로잡히기도 했어요.

마치 미로 속을 헤매는 것처럼 답답했죠.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넘어, 저를 가장 깊은 좌절과 한계에 부딪히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 그 자체였어요.


제 마음속에 있는 글을 종이 위에, 화면 위에 옮겨 담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블로그에 자유롭게 올리던 글들을 '책'이라는 완성된 형태로 빚어내는 과정은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웠어요.

오랜 시간 몸에 배어 익숙했던 블로그 글쓰기 습관은

마치 끈적한 거미줄처럼 제 발목을 끈질기게 잡았어요.


감성적인 흐름을 따라 한 문장 한 문장 짧게 띄어 쓰는 버릇,

가벼운 대화체나 개인적인 감성 표현들과 글의 흐름을 끊고

독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반복되고 중복된 내용들은

'전자책'이라는 엄격한 그릇 안에서는 너무나 큰 걸림돌로 다가왔어요.

마치 오랜 친구와 이별하는 것처럼, 제 익숙한 글쓰기 방식을 떠나보내야 했답니다.


'책'은 블로그나 브런치 북과는 정말이지 여러 가지 면에서 큰 차이가 있었어요.

독자들이 편안하면서도 진지하게 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전자책의 글을 '문단'으로 끊어 쓰는 연습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어요.

마치 어린아이가 첫걸음을 떼는 것처럼요.


제가 써 내려간 모든 원고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꼼꼼히 살피고,

글 전체 문단을 브런치 스타일이 아닌,

격식 있고 체계적인 '책 스타일'로 바꾸는 일은

마치 글의 뼈대를 완전히 뒤바꾸는 '대수술'과 같았어요.


며칠 밤낮을 하얗게 새워가며 글을 붙잡고 씨름하는

고통스러운 나날이 이어졌어요.

제가 썼던 대화체 문장들을 거의 다 딱딱한 문어체로 바꾸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독자들에게 솔직한 제 심정을 전달하고 싶어 감성적이고 반복적으로 표현했던 문장들,

그리고 중복된 내용들을 과감하게 전부 걷어내는 데도

또 그만큼의 눈물 젖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이런 작업을 수십 번 거치며 브런치에 올렸던 글들은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했어요.

마치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가 되는 것처럼요.


원래 제가 정성껏 썼던 브런치 글 중에서

전자책의 새로운 기준에 잘 어울려서 '살아남은' 글은 거의 없었고,

기본적인 제목과 소제목만 남긴 채 대부분의 글을 다시 처음부터 새로 써야만 했어요.


그때, 제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파크'가 튀듯 스쳐 지나간 문장이 있었어요.

바로 헤밍웨이 작가의 유명한 말,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명언이었죠.

그전까지는 그저 대가의 농담처럼 가볍게 여겼던 말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직접 밤새도록 글을 고치고 고치며 경험을 해보니

그 말이 글을 쓰는 사람의 피와 땀이 녹아든 진실임을 온몸으로 알게 되었어요.


제가 처음 쓰려고 했던 브런치 글들은 '전자책'이라는 엄격하고 냉정한 기준 앞에서

아쉽지만 미련 없이 다 버려야 했고,

전체 내용과 주제에 맞춰 다시 처음부터 써야 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책을 편집하느라 매일 노트북 화면만 뚫어져라 보다가

제 눈은 빨갛게 충혈되고 심한 안구건조증까지 얻고 말았어요.

안과에서 처방받은 안약을 한두 방울씩 조심스럽게 넣으면서도,

오탈자와 맞춤법, 띄어쓰기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답니다.

그 모든 과정이 고통스럽고 힘겨웠지만,

동시에 '작가'로서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더없이 소중한 배움이었어요.


수많은 시행착오와 힘든 과정을 거쳐,

드디어 저만의 첫 전자책이 세상의 빛을 볼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저는 전자책을 만드는 이 치열한 퇴고의 시간을 통해

비로소 '책을 쓴 저자'라는 이름의 묵직한 무게와,

진정한 글쓰기의 의미를 깊이 깨달았어요.


초고는 그저 미약한 시작의 씨앗일 뿐,

그 안에 숨겨진 아름다운 보석을 찾아내고 눈부시게 빛나게 만드는 것은

작가의 집요한 노력과 끈질긴 퇴고였다는 것을 말이죠.


이 경험은 제게 글쓰기에 대한 깊은 겸손함을 선물하는 동시에,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한 자신감을 안겨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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