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으로>를 읽고,
'혹시 글을 읽을 때의 주의력이 예전보다 못한가요?'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졌나요?'
'스크린으로 읽을 때면 점점 핵심 단어만 찾아 읽고, 나머지는 건너뛴다는 사실이 느껴지시나요?'
'뜻을 이해하지 못해 같은 단락을 반복해서 읽으실 때가 있나요?'
컴퓨터가 등장하고, 인터넷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도 뉴스를 통해 바로 알 수 있고,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경기마저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우리는 많은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매체의 빠른 발전 덕분에 우리의 삶은 한결 편리해졌고,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게 되었고, 지루함을 느낄 틈이 사라졌다.
디지털 매체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지만, 동시에 우리는 중요한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것은 바로,
글을 천천히 읽는 능력, 글을 깊이 읽는 능력이다.
'지난 10년간 읽는 뇌를 연구하도록 제게 영감을 준 사실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읽는 능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문해력은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중요한 추천적 성취 가운데 하나입니다.' _ p.22
우리의 읽기 능력은 어디에서 온 걸까?
말하기나 듣기처럼, 읽기 역시 자연스럽게 배우기 때문에 '읽기' 능력은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시, 책으로>의 저자인 매리언 울프에 따르면, 우리의 '읽기' 능력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은 아니라고 한다.
'신경가소성'이라는 용어가 있다.
신경가소성이란, '뇌가 외부환경의 양상이나 질에 따라 스스로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특성'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뇌가 원래 가지고 있는 능력은 아니지만, 인간의 필요에 의해 뇌가 새로운 회로를 만들어서 그 행동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특성을 말한다.
우리는 원래 읽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뇌의 신경가소성으로 인해 성장하면서 읽는 능력을 터득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말과 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읽는 능력이 후천적으로 발달하는 능력인 만큼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 어떤 학습을 받느냐가 우리의 읽기 능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곁에 책을 끼고 자랐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책을 많이 읽는 것처럼, 후천적으로 발달하는 능력인 '읽기' 능력 역시 우리의 미래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당연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이 글을 읽고 있을 거다.
우리는 이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있다. 디지털 매체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SNS를 통해 주변 사람들의 소식을 듣기도 하고, 게임을 즐기기도 하고, 뉴스를 보기도 한다.
<다시, 책으로>에 따르면, 최근 '타임'지가 20대들의 미디어 사용 습관을 조사한 결과,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횟수가 하루 평균 150~190회에 이른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는 디지털 매체를 시도 때도 없이 접하고 있다는 말이다.
‘요즘 우리가 보거나 듣는 것에 기울이는 주의의 질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보고 듣는 것이 너무 많은 데다 그런 과다한 정보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많은 정보를 추구하기 때문이지요.’
‘그에 따른 불가피한 부산물이 바로 주의과잉입니다’ _ p.117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우리는 잠깐의 지루함도 견딜 필요가 없어졌다. 지루함을 느끼기도 전에 스마트폰을 꺼내 뉴스를 보고, 게임을 하고, 글을 읽거나 영상을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식당이나 카페에 가보면, 부모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루할 틈 없는 다양한 영상 덕분에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거나, 울거나, 지루해서 칭얼거리는 일이 사라졌다.
부모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기계였다.
지금의 청년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보며 자라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미 대부분의 청년들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에 주의를 빼앗겨온 아이들은 앞으로 '읽기' 능력을 어떻게 습득해야 할까?
아니, 과연 '읽기' 능력을 제대로 습득할 수 있을까?
몇몇 학자들이 인쇄물 읽기와 스크린 읽기의 차이를 연구하기 위해 한 실험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단편소설 한 편을 읽게 하고 질문에 답하게 하는 실험이었다. 학생 절반은 e북인 '킨들'로 소설을 읽고,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은 '종이책'으로 소설을 읽게 했다.
연구 결과, 종이책으로 읽은 학생들은 스크린으로 읽은 학생들보다 소설의 줄거리를 시간순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이 더 뛰어났다고 한다. 킨들로 소설을 읽은 학생들은 소설 속의 사건 순서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을 때를 생각해보면, 한 문장 한 문장에 집중해서 글을 읽는 게 아니라, 글의 핵심 정보만 찾아서 훑어보며 글을 대강 읽는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심지어, 이렇게 디지털 매체로 글을 읽고 난 후에 디지털 매체가 아닌 종이책으로 글을 읽으면, 종이책으로 글을 읽을 때도 디지털 매체로 글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글을 훑어보며 읽게 된다고 한다.
<다시, 책으로>에서는 이것을 '블리딩 오버' 효과라고 부른다.
우리가 디지털 기기로 글을 읽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신경가소성에 의해 우리의 뇌도 디지털 읽기 방식을 더욱 발달시키게 된다고 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읽기 방식에 익숙해질 경우 나중에 종이책으로 글을 읽으려 할 때도 종이책에 깊게 집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요즘은 영어 신조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tl; dr'
'너무 길어서 읽지 않음'이라는 말이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가 디지털 읽기에 익숙해질수록 글을 집중해서 읽어내는 인내력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읽기의 영향으로 인내력이 떨어지면서 배경지식과 비판적 분석 능력을 기를 수 없게 되었고, 이로 인해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펼칠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가짜 뉴스에도 휘둘리는 등 여러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청소년기부터 디지털 매체를 접해온 우리도 이런데,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매체를 접해온 지금의 아이들은 과연 어떤 변화에 직면하게 될까?
디지털 매체의 영향으로 우리는 글을 읽어내는 인내력을 잃어가고 있고, 집중해서 읽는 주의력을 잃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도 잃어가고 있다.
'깊이 읽기'를 통해 우리는 책에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깊이 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소설로 예를 들자면, 소설은 실용서와 다르게 즉각적으로 눈에 띄는 이득을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소설의 즐거움이나 이득을 잘 알고 있을 거다.
우리가 소설에 깊이 빠져 소설을 읽게 되면,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의 관점을 취해보면서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고, 나라면 어떤 기분을 느낄지 생각해보게 되고, 타인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게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동시에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게 된다.
'타인의 관점과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깊이 읽기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심오한 혜택입니다.' _ p.79
소설뿐만 아니라, 글 자체를 깊이 읽을 수 있게 된다면 배경지식을 쌓아 인생에 활용할 자원이 많아지게 되고,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돼 인생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신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는 디지털 읽기가 아닌 아날로그 읽기를 통해서, 더 자세히 말하자면 '깊이 읽기'를 통해서 가능하게 된다.
'글이나 텍스트를 얼마나 잘 읽느냐는, 우리가 깊이 읽기 과정에 시간을 얼마나 할애하느냐에 달렸습니다.' _p.72
<다시, 책으로>의 저자인 매리언 울프에 따르면, 우리가 어떤 읽기 방식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느냐에 따라 해당 읽기 방식의 실력이 더 늘어난다고 한다.
깊이 읽는 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디지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글을 깊이 읽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디지털 매체로 글을 많이 읽을 경우 종이책을 읽을 때도 디지털 매체로 글을 읽을 때의 방식을 활용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뉴스나 글을 읽을 때를 생각해보면, 문장 하나하나의 의미를 곱씹으며 글을 읽기보다는 그저 대충 읽으며 핵심만 파악하는 방식으로 글을 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깊이 읽는 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이런 디지털 매체로 글을 읽는 시간을 줄이고 종이책으로 글을 읽는 시간을 늘려서 깊이 읽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디지털 매체에 익숙해져 종이책 읽기가 힘든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처음부터 무리를 하기보다는 처음에는 쉬운 책, 얇은 책, 흥미가 느껴지는 책을 골라 천천히 깊이 읽기를 시작해보면 종이책 읽기가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물론, 무조건 디지털 읽기가 나쁘고, 종이책 읽기가 좋다는 말은 아니다. 앞으로는 두 방법 모두 현명하게 활용하는 독자가 현명한 독자, 현명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책 <다시, 책으로>를 읽고 정리해서 쓴 글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을 정도의 인내력을 가진 분이시라면 책도 꾸준히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요즘 디지털 기기로 글을 더 많이 읽는다면, 이번 기회에 종이책을 손에 들고 천천히, 그리고 깊이 읽어보는 시간을 조금씩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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