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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Jul 10. 2019

죄책감은 어떻게 삶을 짓누를까?

<내 감정을 읽는 시간>을 읽고,

40대 초반의 직장인 수진.


 수진은 대학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을 만큼 열심히 공부했고, 부모가 바라는 대로 좋은 직장에 취직했지만 남모를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었고, 취미 하나 없이 오직 회사만 다니던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공황장애 진단을 받게 된다.


'영상으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수진에게 처음으로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난 건 부산으로 출장을 가던 길에서였다.


 기차에 오른 그녀는 갑자기 숨이 가빠졌고, 심장이 쿵쾅거렸고, 곧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도저히 자리에 앉을 수가 없었던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기차에서 내리게 된다. 가까스로 주변 벤치에 앉으려던 순간, 그녀는 결국 기절을 하고 만다.


 응급실에 실려가 몇 가지 검사를 받았지만, 몸에 별 이상은 없으니 정기적으로 혈압을 체크하고 관리를 잘하라는 조언만 듣고 퇴원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나타났다.


 그날 이후 수진은 기차와 지하철을 탈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지만, 이내 택시와 버스도 탈 수 없게 됐다.


 회사에서 실적이 가장 높은 팀을 이끌어오던 수진은 결국 휴가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휴가를 통해서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자 수진은 결국 정신과를 찾았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게 된다.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


 사실, 수진에게는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그녀에게는 남동생이 있었다.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자신과는 달리, 많은 관심을 받는 동생이었다.


 하지만 남동생은 그토록 염원하던 사범대학 합격 소식을 받고, 친구들과 놀러 가던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떠나보내고 수진의 마음은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님 앞에서 차마 슬퍼할 수는 없었다.


 그런 부모님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슬픔과 아픔을 헤아릴 여유는 없었다. 그날 이후 어두워진 부모님의 얼굴을 보면서 자신이 어떻게든 부모님의 얼굴에서 행복을 되찾아드려야겠다며 정말 열심히 살아가게 된다.


 대학 4년 내내 장학금을 받고, 대기업에 입사해 첫 월급으로 선물도 사드렸다. 하지만 부모님의 얼굴에서는 여전히 웃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세상을 떠난 동생의 몫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죽을힘을 다해 세상을 살아나가게 된다.




죄책감의 재구성


 이 이야기는 책 <내 감정을 읽는 시간>에 실제 상담 사례로 나오는 이야기다.


 물론, 이름이나 직업, 나이는 변경했다고 한다.


 수진은 자신 때문에 동생이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님에도, 자신이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부모님의 고통마저도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은 늘어만 갔다.


 이제 부모님에게는 자신밖에 없으니 자신이 동생 몫까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마음에 오랫동안 짓눌리다 보니 결국 공황장애 진단을 받게 되었다.


 공황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런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죄책감에는 '내가 무엇을 못했다', '무엇을 잘못했다', '잘하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처럼 다양한 욕구가 들어있다고 한다. 특히, 무겁고 오래된 죄책감일수록 그 속은 더 복잡하다고 한다.


 우리가 이런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죄책감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층층이 쌓인 욕구를 알아차리고, 분리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앞의 수진의 이야기처럼 죄책감을 숨기고, 피하려고만 하다 보면 죄책감이 더 심해져 공황장애까지 이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감정이란 무척 복잡한 미로와도 같다. 그래서 더 찬찬히 들여다보고, 하나씩 보듬어줘야 본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도 사실은 나의 존재감, 나의 유능함, 나의 역할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아차린다면 덜 매일 수 있습니다.' _ p.100


 수진은 도저히 이대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자신을 억눌렀던 죄책감에서도 벗어나기 시작한다.


 수진 씨처럼 공황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에 매여 마음이 무거운 상태라면 숨기거나 피하기만 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자신의 무거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것은 어떨까?

 


이 글은 책 <내 감정을 읽는 시간>을 읽고 정리해서 쓴 글입니다. 영상이 편하신 분들은 위 영상으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더 다양한 사례와 다양한 감정이 궁금하시다면 직접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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