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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Apr 25. 2016

#01.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

'아직 직장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 이미 그것을 잃어버린 분들께 드립니다. 또한 아직 경영을 계속하고 있는 분들과 새로 그 일을 시작하려는 분들께 드립니다. 그리고 삶을 다시 한 번 시작하고 싶은 신섢나 충동을 가진 모든 분들께 이 책을 드립니다.' _ 첫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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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내게 건네는 첫인사였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 씨가 쓴 첫 책이다. 이 책의 첫판은 1998년에 나왔을 만큼 오래된 책이다. 구본형 씨는 '구본형 변화경영 연구소'라는 곳을 운영하며 칼럼니스트와 저술가로 지냈다.


 이 책은 1999년 교보문고가 발표한 '전문가 100인이 선정한 90년대의 책 100선'에 선정된 책 중 한 권이라고 한다. 지금은 이 땅에 안 계신 구본형 씨. 그는 자신의 첫 책에서 무엇과의 결별을 말하고 싶었을까?



 책의 제목만 들어서는 왠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별이 떠오른다. 결별과 사랑은 한 몸이기 때문일까. 첫 장을 넘어 목차에 들어서는 순간 내가 생각했던 사랑이라는 단어와 결별하게 된다. '직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변화와 개혁의 적들', '실업', '1인 기업' 왠지 요즘에 더 몸에 와 닿는 단어다.


 그는 1998년에 이미 대량 실업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던 걸까?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잘못된 깨달음으로 우리를 몰아간 것은, 우리를 기존의 체제에 묶어두고 통제하고 싶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세상이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과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_ p.15


 귀가 따갑도록 많이 들어서일까. 내 머릿속엔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라는 인식이 아주 단단히 박혀 있다. 이런 내게도 우리 사회는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수없이 이야기한다.


 청년들이 요즘 우리나라를 부르는 말이 있다. '헬조선' 한국에 사는 것이 지옥이라는 의미다. 구본형 씨가 말한 것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가족을 먹여 살리기는커녕, 본인 스스로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런 용어를 만든 것은 우리들이지만, 이런 말을 만들게 한 사람들은 일명 '가진 자'들이다.



 최근 총선이 치러졌다. 이번 총선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충격적인 결과였다. 여당의 참패인지, 야당의 승리인지 10여 년만에 여소야대의 구조가 되었다. 자신이 가진 것들을 빼앗기지 않으려던 자들이 선거에서 진 것이다. 물론 이긴 자들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이번 선거는 의미가 있었다. 국민들이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무능한 정부는 국민을 건강하게 만들 수 없다. 그리고 병든 국민은 건강한 정부를 만들어낼 수 없다.' _ p.24


 저자는 위와 같은 말을 했다. 무능한 정부는 무능한 국민을 만들고, 그런 무능한 국민들은 건강한 정부를 만들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을 계기로 정부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무능한 정부가 아니었다는 걸까? 아니면 국민 스스로 건강해졌다는 것일까?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지기 위한 사회는 없는 자들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었다. 구본형 씨는 1998년부터 알고 있었을까?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에 대량 실업 사태가 벌어질 것이며,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직업들은 사라져 갈 것이라고 했다.


 '개혁의 성공은 잉여 노동력의 감원을 수반하여 갈 것이다. 기술 실업이 심한 곳은 살펴본 바와 같이 생산 부문이 가장 심각하다. 또한 서비스 분야라 하더라도, 단순 반복적인 업무로 그 부가 가치가 작은 직무는 사라져갈 것이다. 이것은 현실이다.' _ p.149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컴퓨터와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10여 년 전부터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걸 무시한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어 길거리에 나앉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늦을 걸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은 기업이 존재하는 한 실업의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핵심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사람은 기업을 선택할 수 있다. 혹은 자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1인 기업을 꾸려나갈 수 있다.' _ p.76


 시작하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늦은 때가 아닐까. 저자는 스스로 1인 기업이 되라고 한다. 요즘 1인 기업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많이 돌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1인 기업은 그 범위가 더 넓다. 회사 안에서조차 1인 기업이 되라고 한다. 회사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우리를 기존 체제에 묶어두고 통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 그래서 즐기며 열심히 할 수 있는 일, 그래서 나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이다.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견딜 수 없는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욕망에 귀를 기울이라. 그리고 욕망이 흐르는 대로 일상을 바꾸어가라. 하고 싶은 것을 함으로써 즐거운 전문가가 돼라. 욕망만큼 강력한 자기 격려는 없다.' _ p.38



 저자는 말한다. 견딜 수 없을 만큼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즐겁게 하면서 최고가 되라고. 그것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돈을 벌기 위해 사는 삶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즐겁지 못할까? 그래야만 할 순간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물론 남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 사는 것이 결과는 빠르게 나올지 모른다. 그 틀 안에도 잠시 살아봤지만 난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아직은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 있는 삶이지만, 하루를 온전히 내 시간으로 보낼 수 있는 삶이다. 그런 하루들이 모여 내 인생의 한 조각이 되고, 그런 조각이 모여 나만의 그림이 된다. 남의 그림 조각을 맞춰주면 그건 남의 그림이지 내 그림이 아니다.


 느리게 가더라도 가고자 하는 곳에 닿기만 하면 된다. 가는 길이 즐겁고 행복하면 그것으로 된 거 아닐까.


04.25.16 / 도사남의 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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