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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Apr 26. 2016

#2. 완벽하지 못해 사랑이다

사랑은 무지개 빛

'저 헤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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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는 잘 지내냐는 나의 물음에 당신은 내게 이 말을 남겼어요. 다행히 당신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죠.


 당신은 처음부터 내게 이야기해줬어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당신의 이야기를. 처음 그를 만나러 가는 날부터 이별한 순간까지. 


 참 잘 맞는 사람이라고 했죠. 생각도 바르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기타도 치며,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죠. 대화도 잘 통한다고 했어요. 특히나 당신에게 참 자상하고 잘해주는 사람이라고 했죠.



 그런데 그런 그와 만나면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그는 목사가 되고 싶어 했죠. 당신에게는 그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어요. 당신도 신앙심이 깊기 때문에 오히려 좋다고 하기도 했죠. 하지만 문제가 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었죠.


 그는 목사가 되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했어요. 해외연수도 가고자 했고, 하고 싶은 공부도 아직 많이 남았다 했죠.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에게 쏟을 에너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죠. 그 기다림의 시간과 줄어드는 관심을 버티지 못한 건 당신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상대방이었죠.


 당신은 다 좋다 했어요. 목사가 되기 위한 길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된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벌이가 충분한 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죠. 그래도 좋다 했어요. 사람도 좋고 그가 가진 꿈도 좋다 했죠. 돈이야 당신이 벌면 된다고. 당신은 참 멋진 사람이에요.


 물론 그도 참 멋진 사람이라고 했죠. 그런데 그가 가는 길에 당신이 언제나 기다린다는 것을 그는 차마 지켜보지 못할 것 같았나 봐요. 당신이 괜찮다는 말에도 그는 안 될 거 같다는 말을 했죠.





 사랑이라는 거 참 어렵죠? 좀체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 말이에요. 당신은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이 생각난다고 했어요. 그때는 그들의 사랑을 알지 못했다고. 지금 그때로 돌아가면 더 멋진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했죠. 하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에요.


 사랑이라는 게 그래요. 항상 완벽하지 않죠. 지나고 나면 지나간 사람의 사랑을 깨닫는 경우가 참 많아요. 또 다퉈야만 헤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서로 아직 사랑함에도 깨질 수 있는 것이 사랑이죠. 사랑 때문에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항상 말해요. 사랑은 왜 이리 어려운 것이냐고, 도대체 왜 이렇게 힘든 것이냐고.


 왜 힘들고 어려운지도 사실 다 알고 있을 거예요. 서로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다른 생각을 하고, 서로 다른 길을 가죠. 그래서 부딪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서로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는데 그 두 사람이 사랑을 하면 사랑 또한 다른 색깔을 가지게 돼요.



 사랑은 참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죠. 처음엔 대게 핑크빛이라고 해요. 세상이 이상한 색깔을 띠고 있어도 핑크빛으로 보이는 게 사랑이죠. 흔히 콩깍지라고 부르기도 해요. 원래 내가 싫어하던 상대방의 행동은 사랑스러워 보이고, 싫어하던 말도 다 아름답게 들리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니 싫어하는 점도 좋아하게 됐다고 하기도 해요.


 다들 알고 있겠지만 사랑이 항상 핑크빛인 건 아니에요. 핑크빛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죠. 둘 중 한 명이든 둘 다든 마음이 변하게 되면 사랑의 색도 변하게 돼요. 이때 중요한 것은 그 변화를 알아채는 것이죠. 물론 변화된 모습을 잘못된 것이라 여기라는 것은 아니에요. 그것을 볼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죠.


 멋진 사랑을 하기 위해선 색을 맞추는 것이 중요해요. 나와 상대방의 색이 다르고, 서로가 하는 사랑의 색은 또 다르죠. 그 다양한 색을 모두 섞어버릴 줄 알아야 해요. 그 사람이 남색, 내가 보라색, 우리가 원하는 색이 핑크색이라면 그 색을 모두 섞어야 멋진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상대방이 남색이고 내가 보라색인데, 상대방에게만 핑크빛을 강요하는 건 무리가 있죠. 물론 나만 핑크빛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무리가 있겠죠. 사랑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색깔을 알고, 이해해줘야 해요. 그리고 서로가 가지고 있는 사랑의 색깔도 알고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하죠.


 물론 둘 다 노력이 필요해요.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사랑을 혼자 하면 항상 외로워요. 그래서 매번 아쉬운 것도 많고, 상대방을 다그치면 오히려 상대방과 더 멀어지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죠. 그래서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이해하지 못하거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사랑을 이어나가기 힘들어요.


 당신은 할 만큼 했어요. 본인의 색도 잃지 않았고, 사랑의 색도 함께 만드려고 노력했죠.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색이 아주 조금 더 중요했나 봐요. 아직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겠죠? 그래도 맘 편히 보내줘요. 원래, 오면 가는 것이 사람이고 사랑이잖아요.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라는 말, 어떤 말인지 이제는 이해가 가죠? 그렇다면 당신의 사랑도 이제 제법 성숙한 것 같아요. 사랑은 원래 완벽하지 않아요. 실컷 아파하며 성숙해가는 거예요. 사랑에 한 번도 아파하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요. 분명 무언가 오해와 착각을 하는 것이 있다는 걸지도 모르죠.


 당분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봐요. 그러면 분명 다음에는 좀 더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다음 사랑에서도 상대방과 다툼은 없을 수 없죠. 전과 또 다른 색깔의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그때는 또 다른 사랑의 색깔을 찾아야 하죠. 그래서 사랑은 항상 새로워요. 매번 다른 색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조금 더 성숙했으니 다음에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날 테니까.


 사실 연애 상담도 많이 하는 나지만, 내 사랑도 아직 완벽하진 않아요. 대신 꾸준히 성숙해가고 있죠.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완벽한 사랑을 꿈꾸고 있죠. 물론 완벽해지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거든요.


 이 글이 "제 이야기도 써주세요!"라는 당신의 바람에 대한 대답이에요. 읽어 볼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내가 당신에게 미처 다 해주지 못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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