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운 소풍
"오랜만에 목소리 듣고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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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계기로 만난 사람이 있습니다. 대학을 다니던 시절 다른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들과 친해질 기회가 있었죠. 거기서 당신을 만났어요. 단 둘이 만날 기회는 없었기에 그저 얼굴과 이름만 알고 지냈을 뿐이죠.
당신과의 거리는 쉬이 가까워지지 않았어요. 단 둘이 아닌 다 함께 모이는 자리가 끝나면 당신은 내게 항상 따로 연락을 했죠. "조심히 들어가세요. 많은 대화를 못 나눠 아쉽습니다. 언제 한번 꼭 따로 봬요." 당신은 왜 내게 항상 연락했는지 모르지만, 당신에게서 정말 건강한 기운이 느껴져 꼭 한번 만나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몇 번을 연락만 하다 결국 당신과 만나는 자리를 가지게 됐어요. 정말 기대됐죠. '또 얼마나 좋은 사람이 내게 다가오는 걸까.' 다른 친구도 함께 오고 싶어 한다 하여 흔쾌히 좋다고 했죠. 그렇게 당신과 만나 대화를 나눌 시간이 왔어요.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죠.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인생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각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좋은 사람과 좋은 대화를 나누는 그 시간은.
그 이후로 당신은 내게 '형님 형님'하며 연락도 종종하고, 찾아오기도 했죠. 본인도 누구보다 열심히 살면서 내게 열심히 사는 법을 물어보곤 했죠. 충분히 잘 하고 있음에도 더 잘하고 싶은 당신의 열정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그럴 때면 오히려 내 열정이 다시 끓어오르곤 했죠. '내가 더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줘서 힘을 줘야겠구나.'
하고자 하는 일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던 당신은 결국 큰 일을 벌이고 말았어요. 봉사를 하고 싶다던 당신은 봉사단체를 만들어 열심히 봉사를 기획하고 다니더니 단체가 커져 신문에 나기도 했죠. 거기서 더 나아가 벤처기업을 만들기까지 했어요.
벤처기업 역시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었어요. 봉사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사업이었죠. 왠지 당신은 해낼 것 같았어요.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묵묵히 앞으로 걸어나갔죠.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 등을 받더니 여러 매체에 글이 실리기도 했어요. 하고자 하는 일을 사랑해 온 힘을 다해 몰두한 결과겠죠.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멋지게 보고 있어요. 나 역시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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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요즘도 종종 제게 전화를 걸어오죠. 당신이 바빠서 연락하는 게 방해는 되지 않을까 싶었던 이 형보다 나은 동생이에요.
최근에 받은 당신의 전화는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어요. 항상 그렇듯 '잘 지내냐'라는 나의 인사에 웬일로 '힘들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죠. 하는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당신의 목소리엔 어깨에 무거운 짐을 잔뜩 지고 있는 사람의 기운이 느껴졌어요.
왜 힘든지는 묻지 않았어요. 왜냐고요? 내가 물으면 당신이 힘든 이유를 다시 떠올려 더 어깨가 무거워질 것 같았어요. 그리고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죠. 난 당신을 꽤나 잘 알잖아요. 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기도 하고, 어깨에 많은 짐을 지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겠죠. 마음의 여유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일을 궤도에 올리기까지는 아마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몰라요. 그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너무 바쁘겠죠. 몸이 두개라도 부족함을 느끼겠죠. 물론 일이 궤도에 오른다 하더라도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서 또 달라질 거예요.
할 일이 많으면 나 자신과 대화할 시간이 줄어들죠. 당신은 그러지 않았으면 해요. 하고자 하는 일에 열심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더라도 때로는 억지로 여유를 만들었으면 해요. 그 시간이 비로소 내가 가야만 하는 길을 반듯이 비춰주죠. 전에도 당신에게 말해준 적이 있어요. '울퉁불퉁한 길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바닥을 열심히 보며 걸어야 하지만, 멈춰서 앞을 보지 않으면 목적지로 향할 수 없다'고요.
힘들면 짐 좀 내려놓고 쉬어가요. 대신 그 마음만은 절대 잊지 않았으면 해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 그거 제 꿈이기도 한데요.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돕도록 할게요. 물론 스스로 잘 해낼 테지만요.
당신과 통화를 마치고 책을 읽다 시 한 구절이 눈에 띄었어요.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에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우리 아름답게 인생을 살아가요. 내 인생의 모토이기도 하지만 당신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힘든 시간이겠지만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다면 결국 목적지에 도달할 거예요. 지금 이 시간은 당신의 다리 근육이 되고, 체력이 되고, 밝은 눈을 가지게 해줄 거예요.
그러니 열심히 걸어가요 우리.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가고 싶은 길 열심히 걸으며. 힘들면 말해요. 언제든지 들어줄게요. 그리고 내 이야기도 들려줄게요. 당신은 언제나 내 이야기를 듣고 힘을 냈잖아요.
오늘도 날씨가 참 맑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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