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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May 02. 2016

#02. 오늘도 난 편지를 쓴다

등대를 발견한 순간이기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여기저기서 재밌다고 꼭 한 번 읽어보라 추천받았던 책이다. 꼭 한 번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여태 못 읽고 있었다. 그렇게 읽어보자 했음에도 이제야 책을 집어 든 이유는 작가 때문이 아니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 이 책의 저자다. 일본 작가로 추리소설로 유명하다. 이 책을 이제야 집어 든 이유는 이것이다. 추리소설은 내가 그리 좋아하는 류의 책은 아니다. 추리소설로 유명한 작가의 책이라 손은 안 갔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라 권유해 결국 이제야 읽게 됐다.


 이번에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 주변 사람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생각이 났다며 연락을 해 온 사람이 있었다. 책장을 넘기니 왜 사람들이 그렇게 나를 떠올렸는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소재가 '고민상담'이었기 때문이다.



 고민이 있으면 항상 내게 달려오던 사람들이라 그랬을까, 내 주위 사람들은 항상 이 책을 읽고 내게 연락을 했다.


 책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가게가 있다. 그 가게 주인은 할아버지다. 이 할아버지는 잡화를 팔며 고민상담도 해준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그 안내문을 보고 처음에는 아이들이 장난으로 고민 편지를 적어 넣었다. '공부 안 하고 1등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등의 아이들 다운 고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난이 아닌 진지한 고민상담 편지가 도착했다. 할아버지는 이때부터 진지한 고민상담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0여 년이 지났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가게는 홀로 허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나미야 잡화점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나미야 잡화점으로 도착하는 고민상담 편지를 받게 된다.



 책을 읽으며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작가 역시 고민상담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누군가의 고민상담을 많이 해줘 본 경험이 없다면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런 작가의 경험이 녹아든 소설일 것이라 느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바라면서, 막상 조언을 들으면 확신이 서지 않아 상대의 조언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소설에서도 그런 부분은 종종 나온다. 그런 점이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조언을 따르지 않음에도 조언에 감사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듣다 보면 참 흥미로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본인이 고민에 대한 답을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정작 당사자는 전혀 모르는 투로 말한다. 그걸 알았을까, 작가는 책에서 아이들이 고민상담 편지에 답장을 하도록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복잡한 고민일수록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선택이 더 현명한 경우가 잦다. 어른들은 생각이 너무 많고, 따지는 것이 너무 많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반면 아이들은 문제의 핵심만을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아이들을 등장시킨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내 이야기일 수도 있는 책을 읽으며, 고민상담을 청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됐다. '내게 고민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은 이런 마음이겠구나',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는 어떠한 마음일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과연 따듯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갔을까?, 아니면 더 복잡해진 마음을 이끌고 돌아갔을까?


 책을 읽으며 난 다시 답변을 고민하고 있었다. 책 속에 나온 이들의 고민에 대한 답변을, 나라면 어떻게 해줬을까. 과연 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답변을 해줄 수 있었을까,를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누군가는 나미야 잡화점에서 또 나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나와의 시간이 따듯했다거나 도움이 되었더라면 다시 내게 편지가 올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또다시 정성을 다해 진심 어린 답장을 준비해줘야지.


05.02.16 / 도사남의 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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