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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Apr 21. 2016

#1. 홀로서기

혼자가 돼야 비로소 여럿이 된다

'저... 왕따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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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우연히 당신을 만났습니다. 인사를 건네며 당신의 얼굴을 봤을 땐 깊은 어둠이 느껴졌어요. 못 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저... 아무래도 왕따인 거 같아요."


 당신이 내게 건넨 첫마디 말은 인사가 아니었죠. 첫마디 말 역시 어둠을 가득 품고 있었어요. 



 순간 심장이 ''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까. 아니면 더 강해지라고 용기를 낼 수 있는 말을 건네야 할까 많은 생각을 했어요. 


 내가 미처 어떤 대답도 하기 전에 당신은 말을 계속 이어갔죠.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렇게 한참을 내게 억울함을 털어놓았을까요. 초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생이나 된 사람들이 무리 지어 한 사람을 따돌리는 것은 정말 비겁한 일이에요. 당신의 말을 들어서는 당신이 잘못한 게 없었죠. 물론 객관적으로 보려면 상대방의 말도 들어봐야 해요.


 그렇지만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없었죠. 당신이 내게 억울함을 텋어놓는동안 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내가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였고, '사람들이 어쩜 그리 못됐을까?'였어요.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어렵죠.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죠. 물론 전보다는 관계를 이어나가는 방법을 잘 아는 것 같지만요.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어렸을 때 왕따를 당해본 적이 있어요.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이 있을 거예요. 초등학교 때였죠.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왜 제가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는지 모르겠어요. 무언가 원인이 있으니 그랬겠죠? 따돌리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자연스레 다시 친해졌어요. 참 웃기죠?


 세상에 내 편이 없다라는 느낌은 참 처참해요. 왜 사나 싶기도 하고,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싶기도 하죠. 억울함을 마냥 들어줄 사람만 있어도 좋을 거 같은데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을 때 더 처참해진 기분을 느끼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따돌린다는 것은 분명 원인이 있을 거예요. 그 원인은 내게 있을 수도 있고, 상대방에게 있을 수도 있죠. 왜 내가 잘되면 괜히 내 욕을 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 원인을 찾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찾는다 하더라도 상황이 쉽게 변하는 것은 아니죠.


 어릴 때는 친구가 정해지지만, 나이가 들며 내 친구는 내가 선택하게 되죠. 학교를 다닐 때는 같은 반인 친구들과 같이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친해지는데요. 나이가 들면 같은 반이어서 친해지는 친구는 거의 없죠. 적당한 관계는 자연스레 멀어지고, 친밀한 관계는 자연스레 더 가까워지게 돼요.


 지금 따돌림당하는 시간도 진짜 친구를 찾아가는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 친구들을 선택한 사람은 당신이에요. 설마 성인이 되어서도 같은 반이라고 친구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같은 반이라 친해지는 건 당연할지 몰라도 그런 관계는 같은 반이 끝나는 순간 함께 끝나게 돼요.


 당신에게는 이 말을 들려주고 싶어요.


 '혼자가 될 줄 알아야 비로소 여럿이 된다.'



 때로는 철저하게 혼자인 시간도 필요해요. 사람에 치이고, 인생에 치이다 보면 가장 중요한 ''를 제대로 돌아볼 수 없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야 내게 맞는 친구도 잘 선택할 수 있죠.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도 있죠. 오리는 오리끼리 어울려야지 거위한테 가서 친구하자 하면 안 돼요.


 또 한 가지,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해요. 내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내 주위 사람이 결정되는 만큼 내가 꾸준히 성장해야 내 주변에도 좋은 사람들로 가득 차게 돼요. 이때 성장한다는 말은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나를 깊이 들여다보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깨우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에요.


 혼자 있는 시간과 성장하는 시간을 통해 결국엔 혼자 반듯하게 설 수 있게 될 거예요. 저는 요즘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요. 다른 사람에게 치여 아파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실컷 할 수 있으니까요. 그만큼 건강한 사람이 되니 건강한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제 발로 찾아와요. 또 그만큼 건강한 사람이 제 눈에 띄기도 하죠.


 사람들이 나를 따돌리는 시간은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요. 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더 좋은 사람들을 친구로 둘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죠.



 제가 너무 긍정적인가요? 혼자 아파하다 쓰러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당신도 제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고 항상 찾아오잖아요. 홀로 바로 설 수 있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기운을 전해줄 수 있어요. 그러면 점차 밝은 기운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내 곁에서 좋은 사람으로 남기도 하죠.


 위기의 다른 면이 기회인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요? 똑같은 상황이라도 다르게 바라보면 좋은 면이 있어요. 작은 실패들은 큰 실패가 찾아오기 전에 경고를 해주는 알림이기도 하죠. 삶에 문제가 생겼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경고음이 울리기도 하죠. 당신에겐 지금이 그 시기인 거 같아요.


 이참에 철저하게 혼자인 시간을 가져보세요. 대신 나를 자꾸 어둠으로 몰아가진 말고요. '나는 안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좋을까?'를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어차피 살아야 하는 인생 지쳐 쓰러지는 것보다는 신나게 뛰어노는 게 재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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