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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Dec 25. 2021

나에게 걸어 보는, 출근길의 주문

2020년 1월의 여성 작가의 책 | 출근길의 주문 (이다혜)

책속의 말

하지만 당신에게 ‘자매애’라는 게 있다면, 그런 말이 오가는 순간 공격받는 여성을 향해 “같은 여자가 봐도” 어쩌고 하면서 비난에 동참하지 않는 정도는 요구하고 싶다. ‘이 정도는 괜찮잖아’라는 생각보다는 ‘아닌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더 널리 퍼지면 좋겠다.
혼자 이런 싸움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내가 항의할 때, 불만을 표현할 때 누군가 함께하면 그 다음에는 또 한 명이 거기에 동참한다. 남이 좋게 만든 세상에 나는 숟가락만 얹으면 좋겠지만, 당신에게만 좋은 세상은 없다. (p. 45)
책임지는 자리에 여성들이 많이 도달해야 다른 여성들을 능력에 맞는 자리에 배치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그것이 광의의 협업이다. (p. 80)
미성년의 나이에 나는 곧잘 무언가를 선언하고 다짐했다. 계획먼 분명하면 그것이 내 것이 되리라 믿었다. 나보다 나이 든 사람들의 멋진 삶을 동경하는 만큼 별 볼일 없는 삶을 살아가는 가까이의 어른들을 경멸했다. 어느 것도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다. (p. 157)




2020년의 첫 책은 반드시 재미있는 책을 고르고 싶었다. 

내가 실망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출간부터 SNS에서 화제였고, 나 또한 좋아하는 작가님이며, 언뜻 SNS에서 읽었던 이 책의 한 문장은 내 심금을 울렸다. 게다가 내용도 이제 직장생활을 꾸려나간 지 얼마 되지 않는 내게 적절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예감은 적중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거의 모든 구절에 형광펜을 칠하고 싶었다. 모든 말이 내 이야기인 것 같았고, 어떨 때는 사회생활 선배가 나를 앉혀두고 조근조근 혼내는 것 같기도 했다. 나의 미성숙한 생각에 얼굴이 확 달아오르기도 하고, 나를 토닥여주며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는 느낌도 들었다. 다정하지만 강직한 시선이었다.

나는 다른 회사보다는 훨씬 여초인데다가, 제도적으로는 출산 휴가, 육아 휴직을 사용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한 회사에 다니고 있다. 여전히 높은 자리에 여성이 훨씬 부족하지만 말이다. 나는 성격상 야망보다는 불안이 컸고, 회사의 안정적인 분위기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내가 오를 만한 능력이 되는가 아닌가를 떠나서) 그다지 높은 자리까지 오르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책에서처럼 높은 자리는 좋지 않은 결정을 해야하는 자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임지는 자리에 여성이 많이 가는 것 또한 일종의 협업이라는 말에 한 대 얻어맞은 듯 얼얼했다. 나는 내가 우물 속에서 다른 여성의 분투를 방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설령 내가 높은 자리까지 가지는 못하더라도, 안이한 생각으로 일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아직 나는 직장생활로 따지자면 초보 중의 초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나의 계획 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단 내 계획부터가 엉망진창이다. 그래도 힘들 때 멘토를 삼을 만한 책은 하나 발견했다. 나처럼 사회생활 초짜라면 일 잘하고 다정한 선배를, 어느 정도 알이 배겼다면 든든한 동료 같은 책이 되지 않을까. 출근길을 앞두고 주문을 걸어본다. 여성은 여성을 돕는다, 나는 건물주가 아니다, 나는 로또1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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