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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Jan 02. 2022

책 먹는 법, 그리고 책 읽기의 끝과 시작

2020년 5월의 책·도서관 관련|책 먹는 법 & 책 읽기의 끝과 시작

책속의 말

책 읽기야말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반성의 한 방법이지요. 책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세계와 견해를 접하고 이를 거울삼아 자신을 돌이켜 보는 것, 그것이 바로 독서가 가진 의미입니다. 이때 자신을 돌아본다는 건 자기 안의 허위와 편견을 들여다보는 것이며, 최대한 투명한 눈으로 자신과 세계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결국 문제는 삶입니다. 잘 살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잖아요.




이번달 책 관련 책을 2권으로 정한 이유는 <책 읽기의 끝과 시작>은 발췌독을 했기 때문이다. 한 권을 제대로 다 읽은 게 아니니 얇은 책이라도 한 권을 더 읽어서 보충했다.

"책 먹는 법"은 책을 어떻게 읽는가에 대한 저자의 대답이다. 유유에서 나오는 책이 대부분 그렇듯이 두껍지 않다. 내용도 머리를 싸매고 볼 만한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책으로, 저자의 오랜 독서 경험과 그것을 독자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책은 읽어야 하는 것, 이라는 교육을 받고 자라지만 사실 우리는 왜 책을 읽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어느날 책과 멀어지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읽는 이유, 그렇다면 어떻게 읽는지, 자신의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책은 어떻게 읽는지 친밀하게 말을 건네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나간다. 저자가 '자기 안에 질문이 있을 때 읽으라'고 말했는데 나는 과연 어떤 질문에 답하기 위해 책을 읽는지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였다. 사실, 그냥 재밌어서 읽기도 한다. 그저 쾌락을 위해.

나의 독서에 대해 돌아보게 된 결정적 계기는 "책 읽기의 끝과 시작" 때문이었다. 여기서야말로 나의 독서가 '쾌락적 독서'라는 것을 확인한 기회였다. 저자는 '어떤 이에게는 책읽기가 아무런 목적이 없는 행위이기도 하다. (중략) 이러한 쾌락적 독서는 읽기에서 시작하여 읽기에서 끝나므로,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이 읽은 내용 중에서 기억하는 것이 전혀 없다 해도 괜찮을 것이다.'라고 처음에 밝히고 있다. 그 문장을 보고 깨달았다. 나는 이제껏 쾌락적 독서만을 해왔구나! 저자는 책읽기의 본래 목적이 지식을 얻는 것이라고 하지만, 난 그 본 목적을 달성한 적이 드물다. (자랑은 아니지만.) 

여기서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이 서평 쓰기다. 책을 읽고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하고 그것을 글로 옮길 수 있다면 자신의 지식이 된다는 것이다. 1부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2부는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인데, 저자의 조언이 1~3페이지 정도 있고, 그와 관련된 저자의 서평이 실려 있다. 어떻게 보면 모범 답안이 함께 실린 셈이다. 아이러니하지만 2부에서 저자가 말하는 서평을 쓰는 방법을 읽으며 내가 쓰는 건 서평이 아니라 철저하게 독서 일기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서평에는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를 장황하게 쓸 필요가 없고, 좋다, 싫다는 각자가 알아서 느낄 것이니 측정가능한 술어로 말해야 한다고 했으니 내가 이제껏 썼던 것은 절대 서평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글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고 있으니, 내밀한 독서 일기라기에는 정체성이 흐릿하고, 그렇다고 서평이라고는 절대 할 수 없는 경계에 선 글인 셈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가 발췌독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 딱히 내 글이 서평이 아니라는 것에 충격을 받아서가 아니고, 이 책은 대부분 서평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3부 주제 서평에서는 정말로 문제집에서 모범 답안, 혹은 예시가 가득하듯 저자가 썼던 여러 서평을 소개한다. 그러다보니 흥미가 가는 책이나 주제를 다룬 서평만 읽게 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필요한 부분을 그때그때 쏙쏙 골라 읽는 것도 이 책을 읽기 위해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본다. 서평의 여러 형식을 소개하고 적절한 예시를 들고 있으니, 그 형식대로 쓰기 위해 참고하기에 유용하다. 혹은 어떻게 여러 권의 책을 하나의 주제로 관통하여 읽고 서평을 쓰는지 참고할 수도 있고 말이다. 잠깐 발을 담근 것뿐이지만 서평의 세계는 정말 넓고 무궁무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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