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 준비 기간 (3)

뉴욕에 갈 때 나의 상황

by 고성일

1990년에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입학한 나는 당시에 남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선택했던 것처럼 2학년까지 학교를 다니고 휴학을 하고 군 복무를 마치고 2년 동안 3학년과 4학년 과정을 다니고 졸업을 하려 했다. 그렇다면 1995년에 3학년으로 복학한 나는 1997년 2월에 있던 졸업식을 통해 졸업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그때 졸업을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할 교양과목들이 있다. 그런데 졸업 전에 어떤 3학점짜리 네 개의 과목 중에 두 개의 과목을 선택해서 반드시 수강해야 했다. 이렇게 설명해본다. 그 네 과목을 각각 1, 2, 3, 4라고 하면 1과 2는 가군에 속해있고 3과 4는 나군에 속해있었다. 그래서 가군에서 1이나 2를 수강하고 나군에서 3이나 4를 수강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두 과목으로 6학점. 한쪽에서만 두 개 과목을 들으면 전체 학점에는 추가가 되지만 졸업을 위한 필수 과목 이수를 못 한 것이 되기 때문에 졸업을 위한 학점으로는 모자라게 된다. 그런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학과 차원에서 1학년들이 꼭 수강하도록 한 교양과목들이 있어서(예를 들면 인류학) 조교님이 1학년인 나와 내 동기들의 수강 신청을 해주었는데 가군의 1과 2를 해버리신 것이다. 나군의 과목은 하지 않고. 나군의 두 개 과목 중 하나를 반드시 수강하는데 말이다. 그 당시에 우리는 그것을 몰랐다. 나중에 문제가 되리라고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김 EK누나 왜 그랬어요? 왜 그랬냐고요! 같이 늙어가는 요즘도 누나 보면 화가 난다고요! 내가 누나한테 애기한 적은 없지만!)

나중에 다른 동기들은 어떻게 그걸 알게 되어서 수강하지 못한 그 과목을 2학년이나 3학년 때 수강했나 보다. 그런데 나는 몰랐다. 1996년 4학년이 시작될 때 그 문제를 알게 되었고 내가 수강해야 할 그 과목을 신청하려고 했는데 웃기는 게 그 학기에는 그 과목이 개설이 안 된 것이었다. 그래서 2학기 때는 개설이 되겠지 했다. 그런데 2학기 때도 그 과목은 없었다. 이렇게 황당한 일이 있을까. 그런데 학생이 어찌할 수 없는 이런 문제는 당연히 학교에서 처리해줘야 한다는 순진한 믿음이 있었나 보다. 그래서 일단 나는 다른 과목을 통해 졸업을 위한 학점을 다 채웠다. 그런데 결국 졸업 직전에 내가 6학점이 모자란다는 통보를 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두 개 중에 하나만 들으면 되는 거라서 3학점만 들으면 되는데 또 왜 그랬는지 내가 듣지 않은 그 교양 과목을 두 개 다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행정실이라는 곳에 찾아갔다.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이게 또 왜 문제가 컸는가 하면 5학점까지는 학점 등록이 가능해서 한 학기 등록금을 다 낼 필요 없이 5학점만큼만 내면 되는 것인데 내가 더 수강해야 할 두 과목은 합쳐서 6학점이라서 한 학기 등록금을 다 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등록금 누가 내겠는가? 부모님이지. 내가 학점을 다 따고도 그리고 졸업 앨범 사진을 찍고도 졸업을 하지 못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부모님에게 털어놓는 날 화를 내시는 부모님에게 죄송하면서도 행정적으로 억울한 나의 얘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시는 부모님이 원망스러웠고 어쨌거나 나 자신이 한심했다. 그래서 나는 졸업 앨범은 받았지만 1997년 2월 졸업식에 가지 못했고 흑석동 캠퍼스에서 교양 과목 두 과목을 수강하고 이른바 코스모스 졸업을 했다. 하지만 코스모스 졸업이 그렇듯이 나에게는 학부 졸업식이라는 추억은 없다. 어쨌든 3월에 나머지 학점을 위해 학교를 또 가야 한다는 그런 우울감을 가지고 처음 가보는 미국에 갔던 것이다.


학위기.jpg 졸업 날짜가 1997년 8월 29일이다.
졸업 앨범 가운.jpg 졸업 사진을 찍기는 찍었으나...


졸업 앨범 정장.jpg 대학 내내 저런 헤어 스타일이었다. 거기에 유럽 여행때 독일에서 산 디즈니 백설공주와 난장이의 난장이들 넥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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