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성일 Mar 06. 2019

제5회 - 준비 기간 (3)   

뉴욕에 갈 때 나의 상황

1990년에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입학한 나는 당시에 남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선택했던 것처럼 2학년까지 학교를 다니고 휴학을 하고 군 복무를 마치고 2년 동안 3학년과 4학년 과정을 다니고 졸업을 하려 했다. 그렇다면 1995년에 3학년으로 복학한 나는 1997년 2월에 있던 졸업식을 통해 졸업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그때 졸업을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할 교양과목들이 있다. 그런데 졸업 전에 어떤 3학점짜리 네 개의 과목 중에 두 개의 과목을 선택해서 반드시 수강해야 했다. 이렇게 설명해본다. 그 네 과목을 각각 1, 2, 3, 4라고 하면 1과 2는 가군에 속해있고 3과 4는 나군에 속해있었다. 그래서 가군에서 1이나 2를 수강하고 나군에서 3이나 4를 수강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두 과목으로 6학점. 한쪽에서만 두 개 과목을 들으면 전체 학점에는 추가가 되지만 졸업을 위한 필수 과목 이수를 못 한 것이 되기 때문에 졸업을 위한 학점으로는 모자라게 된다. 그런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학과 차원에서 1학년들이 꼭 수강하도록 한 교양과목들이 있어서(예를 들면 인류학) 조교님이 1학년인 나와 내 동기들의 수강 신청을 해주었는데 가군의 1과 2를 해버리신 것이다. 나군의 과목은 하지 않고. 나군의 두 개 과목 중 하나를 반드시 수강하는데 말이다. 그 당시에 우리는 그것을 몰랐다. 나중에 문제가 되리라고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김 EK누나 왜 그랬어요? 왜 그랬냐고요! 같이 늙어가는 요즘도 누나 보면 화가 난다고요! 내가 누나한테 애기한 적은 없지만!)

나중에 다른 동기들은 어떻게 그걸 알게 되어서 수강하지 못한 그 과목을 2학년이나 3학년 때 수강했나 보다. 그런데 나는 몰랐다. 1996년 4학년이 시작될 때 그 문제를 알게 되었고 내가 수강해야 할 그 과목을 신청하려고 했는데 웃기는 게 그 학기에는 그 과목이 개설이 안 된 것이었다. 그래서 2학기 때는 개설이 되겠지 했다. 그런데 2학기 때도 그 과목은 없었다. 이렇게 황당한 일이 있을까. 그런데 학생이 어찌할 수 없는 이런 문제는 당연히 학교에서 처리해줘야 한다는 순진한 믿음이 있었나 보다. 그래서 일단 나는 다른 과목을 통해 졸업을 위한 학점을 다 채웠다. 그런데 결국 졸업 직전에 내가 6학점이 모자란다는 통보를 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두 개 중에 하나만 들으면 되는 거라서 3학점만 들으면 되는데 또 왜 그랬는지 내가 듣지 않은 그 교양 과목을 두 개 다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행정실이라는 곳에 찾아갔다.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이게 또 왜 문제가 컸는가 하면 5학점까지는 학점 등록이 가능해서 한 학기 등록금을 다 낼 필요 없이 5학점만큼만 내면 되는 것인데 내가 더 수강해야 할 두 과목은 합쳐서 6학점이라서 한 학기 등록금을 다 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등록금 누가 내겠는가? 부모님이지. 내가 학점을 다 따고도 그리고 졸업 앨범 사진을 찍고도 졸업을 하지 못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부모님에게 털어놓는 날 화를 내시는 부모님에게 죄송하면서도 행정적으로 억울한 나의 얘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시는 부모님이 원망스러웠고 어쨌거나 나 자신이 한심했다. 그래서 나는 졸업 앨범은 받았지만 1997년 2월 졸업식에 가지 못했고 흑석동 캠퍼스에서 교양 과목 두 과목을 수강하고 이른바 코스모스 졸업을 했다. 하지만 코스모스 졸업이 그렇듯이 나에게는 학부 졸업식이라는 추억은 없다. 어쨌든 3월에 나머지 학점을 위해 학교를 또 가야 한다는 그런 우울감을 가지고 처음 가보는 미국에 갔던 것이다. 

     

졸업 날짜가 1997년 8월 29일이다.
졸업 사진을 찍기는 찍었으나...


대학 내내 저런 헤어 스타일이었다. 거기에 유럽 여행때 독일에서 산 디즈니 백설공주와 난장이의 난장이들 넥타이.


매거진의 이전글 제4회 - 준비 기간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