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라는 이름의 인생 7

7. 謀事在人 成事在天 – 안타

by Equinox

[야구라는 이름의 인생 – 7. 謀事在人 成事在天 – 안타]

“모사재인(謀事在人)이되, 성사재천(成事在天)이로다!”

제갈량이 완벽한 계략을 통해, 사마의와 두 아들을 불타는 계곡안으로 몰아넣었는데, 때마침 비가 내려서 불이 모두 꺼지는 바람에 사마의 삼부자는 살아날 수 있었다. 이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던 제갈량이 내뱉은 탄식이다. “일을 꾀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있으되,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달렸구나!”

가끔 완벽에 완벽을 기해 준비했던 일이, 뜻밖의 요인에 의해 어그러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뭐 이 땅에서야 평범한 인간의 예측범위 안에 있는 위험성조차도 무시하면서 너무나 많은 인재(人災)를 초래하긴 하지만, 인간의 예측범위 바깥에 있는 천재지변(天災地變)으로 인해 일이 어그러지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뜻하지도 않았는데,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다. 현대문명의 총아들 가운데서도 상당수는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곳에서 발명/발견된 경우이다. 심장병 치료제를 개발하려다 발기부전 치료제로 만들어버린 Viagra의 경우, 만일 원래 의도대로 심장병 치료제가 되었다면, 그만큼 큰 돈을 벌 수 있었을까?

이렇듯 많은 일들이 인간의 의지와는 달리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는 야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타자에게 있어 최우선 과제는 안타를 치는 것이다. 2루타 이상, 홈런까지도 안타에 속하는 것이며, 타자의 능력을 측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잣대인 타율은 타수 대비 안타수를 의미하는 것이니, 이래저래 안타는 중요하다. 혹자는 볼넷을 통한 출루에 역점을 두기도 하지만, 볼넷은 어디까지나 차선책일 뿐,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서 배트를 세우고 투수를 노려보는 것은 바로 안타를 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안타라는 녀석은 참으로 아리송하다. 한 가운데 아주 잘 맞아서, 타자의 힘을 듬뿍 받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날아가서 아웃이 되는가 하면, 배트 끝에 살짝 맞은 타구가, 무인지대에 떨어져서 안타가 되기도 한다. 타석에 들어서는 대부분의 타자들이 이렇듯 배트끝에 살짝 걸치는 안타를 노리고 있지는 않을 테니, 전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따르지 않은 것이며, 후자는 뜻하지 않은 행운이 도와준 것이라 하겠다. 야구의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는 안타야 말로,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의 전형적인 예가 아닌가.

하지만, 역시 야구를 통해 얻게 되는 또 하나의 교훈이 있다. 비록 잘 맞은 아웃도, 빗맞은 안타도 존재하는 야구지만, 대부분의 타자들이 공을 잘 맞추려고 한다.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지만, 잘 맞은 타구가 빗맞은 타구보다 안타가 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이지만(成事在天), 그 이전에 일을 꾀하는 사람이(謀事在人)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 잘 맞아도 아웃이 될 수 있으니까 배트를 휘두르는 것조차 체념하고 있는 타자에겐, 삼진이라는 쓰디쓴 열매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무엇이든 자신의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자가 더 많은 성공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병살타라는 최악의 결과의 위험성을 안고서도, 가만히 삼진을 당하는 것보다 힘차게 배트를 휘두르는 타자들을 보면서,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지 않은가. 야구라는 이름의 인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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