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라는 이름의 인생 1

1. 타임아웃이 없는 스포츠

by Equinox

[야구라는 이름의 인생 – 1. 타임아웃이 없는 스포츠]


후반전 43분, 3:0으로 뒤지고 있는 축구 경기.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나, 지휘하는 감독이나, 심지어 보고 있는 관중들까지도, 이쯤 되면 포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한국은 독일을 맞아 경기 후반,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었다. 텍사스의 강렬한 태양은 비교적 추운 나라에서 생활한 독일 선수들의 진을 빼놓았고, 아마도 5분만 더 경기가 진행되었더라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한 시간이 존재하는 이 스포츠는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의욕이 넘치고, 이기고 있는 팀에 대해 맹렬한 공격을 계속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김없이 타임 아웃이 선언된다. 가끔 경기 종료에 가까워지면서 경기가 지루한 양상을 띄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제한 시간이 존재하는 축구의 속성 때문이리라.


이는 테니스나 배구처럼 일정 점수를 채우면 경기를 승리하는 스포츠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정 점수를 채워야 이기기 때문에, 축구보다는 강자의 의지가 더 반영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역전에 대한 제약이 야구에 비해 강하게 존재한다. 10:0의 스코어에서 지고 있는 자가 무시무시한 추격으로 9점을 뽑는다고 하여도, 이기고 있는 자가 1점만 뽑아버리면 끝이 나는 탁구를 연상해보라.


하지만, 야구에는 시간제한도, 점수제한도 존재하지 않는다. (콜드게임이 존재하는 아마추어 야구는 논외로 하자. 본 글은 무승부도 허용하지 않는 MLB를 대상으로 한다.) 아무리 큰 점수차가 존재해도, 9회말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내는 그 순간까지 승자와 패자를 알 수 없는 스포츠이다. 아니 동점인 경우에는 다음날 아침해가 뜨는 한이 있어도, 연장전이 계속 진행되는 잔인한(?) 운동경기인 것이다.


우리네 인생에도 시간제한이 없기는 마찬가지 아닐까. 물론 9회말 3아웃과 같은 죽음이라는 제한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때가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점과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승-패를 가릴 수 없는 것이 인생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비록 뒤지고 있어서, 상대방 마무리가 불펜에서 몸을 풀면 초조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언제고 역전의 기회는 오고, 역전할 수 있는 것이 야구이고, 또 우리네 인생이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다가 마지막에 성공한 어느 나라의 대통령, 막노동판에서 허드렛일을 하다가 대기업의 총수가 된 사업가, 창고에서 허름한 컴퓨터를 조립하면서 시작했던 세계 굴지의 컴퓨터회사 회장의 이야기들을 우리는 숱하게 듣는다. 이 모두가 시간제한이 존재하지 않는 인생이라는 스포츠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혹자는 말한다. 그것은 극소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분명히 실존하는 이야기이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릴지라도 어떤 소설가의 픽션이 아닌 현실이기에,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야구 역시 큰 점수차를 유지한 채 승리하는 경우가, 역전되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분명 역전승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포기하는 자에게는 영원히 역전승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환경에서 자라서, 인생의 평탄대로를 걷는 사람의 이야기보다, 험난한 역경과 고난을 딛고 성공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하고 즐거움을 주는 것처럼, 야구를 사랑하는 필자 역시 큰 점수차에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추격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더욱 열광한다. 야구에 시간제한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들을 위한 것이기에…. 그리고 그것이 우리네 인생의 모습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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