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라는 이름의 인생 2

2. 일발역전이 가능한 다득점 게임

by Equinox

[야구라는 이름의 인생 – 2. 일발역전이 가능한 다득점 게임]


앞서 축구 이야기를 했지만, 다시 축구 이야기를 예로 들어야 할 것 같다. 이에 앞서 필자는 스포츠에 대해 특별한 편견을 가지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대부분의 스포츠 팬들이 그렇듯이 필자 역시 땀과 열정이 살아있는 모든 스포츠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야구와 뚜렷이 대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축구를 예로 든 것일 뿐….


앞서 예로 들었던 상황(종료 3분전 3점차 뒤진 상황)에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에 대부분 역전에 대한 희망을 접는 이유는, 전술(前述)한 바와 같이 시간제한의 이유도 있지만, 축구에서는 멀티 스코어, 즉 다득점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에서도 기인한다. 예컨대, 헤딩슛으로 득점을 하든, 오버헤드킥으로 득점을 하든, 심지어 자살골로 실점을 하든, 점수는 단 1점에 불과하다. 이는 축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에 거의 공통된 사항이다. 테니스의 경우 한 포인트가 10~15점인 경우도 있으나, 단위가 커졌을 뿐 사실상 1점과 다를 바 없다. 농구 정도가 약간 차이가 있으나, 최고 점수인 외각슛이 일반 득점의 1.5배에 그친다는 점에서 야구보다 그 격차가 크지 않다 할 것이다.


하지만, 야구에서의 만루 홈런은 일반 득점의 무려 4배에 달하는 점수가 주어진다. 비단 펜스를 넘기는 홈런이 아니더라도, 재치있는 주루플레이는 단타로도 2점 이상을 뽑을 수 있게 한다. 필자는 오래전 뉴욕 양키스가 연장전에서 3점을 내주어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제이슨 지암비가 4점짜리 역전 끝내기 만루 홈런을 때렸던 것을 기억한다. 1~2점 차이가 아닌데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이러한 야구의 특징은 필자를 비롯한 많은 야구팬들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야구 경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야구만의 매력, 아니 마력(魔力)이 아닐까 한다.


우리네 인생도 때로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대역전극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때 한반도를 휩쓸었던 로또의 열풍도 그런 가능성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이 불러온 촌극이 아닌가. 물론 이런 경우는 지극히 희박한 가능성의 확률게임이지만, 완전히 0이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 실재하는 현실이다. 복권과 같이 소위 말하는 대박의 꿈은, 사행심 조장이라는 부정적이 요소도 존재하지만, 건강한 이성을 가진 이들에겐 유쾌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삶의 활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는 대역전극을 여기까지만 이해한다면, 당신은 야구의 일발역전적 요소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들 만루홈런이나, 주자 일소 적시타의 짜릿함만을 생각하지만, 그러한 드라마는 연출 이전에 차곡차곡 루상에 주자를 모아놓아만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빈농(貧農)의 아들이 대기업 총수가 되거나, 주경야독(晝耕夜讀)하는 고학생(苦學生)이 하루아침에 벼락출세하는 드라마 역시, 그 뒤에 숨겨진 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다는 사실. 일발역전은 꾸준히 준비하는 자에게 훨씬 더 높은 확률로 찾아온다는 것을 야구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일발역전만을 노리며, 루상의 주자를 불러들이기 보다 쌓는데만 열중할 경우, 일발역전보다 훨씬 높은 확률로 병살(double play)이나 삼중살(Triple play)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일발역전보다는 조금씩이라도 매회 점수를 올리는 야구를 하는 팀이 훨씬 강팀이다는 주지의 사실은, 야구라는 이름의 인생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또 하나의 교훈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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