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라운드를 벗어나는 최고의 가치 – 홈런
[야구라는 이름의 인생 – 3. 그라운드를 벗어나는 최고의 가치 – 홈런]
투수가 연출할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은 삼진이며, 타자가 연출할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은 홈런이라고 한다.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홈런은, 부수적으로 주어지는 다득점을 제외하고라도, 야구가 우리에게 주는 청량제라 감히 말하고 싶다. 경기를 멈추고 대관중의 환호를 한 몸에 받으며 유유히 다이아몬드를 도는 타자의 모습 또한 놓칠 수 없는 홈런의 묘미일 것이다.
하지만, 야구에 있어 최고의 가치라 할 수 있는 홈런의 외적 형태는, 다른 스포츠에서는 페널티를 부가하는 행위이다. 즉, 그라운드를 벗어나는 것이다. 필자가 자주 예로 드는 축구도 그렇고, 배구나 테니스 등은 아예 점수를 빼앗긴다. 공이 정상적인 경기가 진행되는 공간을 벗어나는 행위에 대해 이처럼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거의 야구만이 가진 특징이라 하겠다.
우리네 인생도 때로 정해진 궤도위로만 달리는 것보다 그것에서 벗어날 때 훨씬 큰 가치가 부여되는 경우가 있다. 모두가 인간이 하늘을 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길 때, 그것이 가능하다고 여긴 이단아들이 있었기에, 과거 새들의 전유공간이었던 하늘을 오늘날 인간이 장악하고 있으며, 영상과 음향의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고 여긴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의 안방에서 MLB를 즐길 수 있지 않은가. 인류 최대의 발견이라는 불(火)도,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이 불의 파괴적 속성 때문에 불로부터 도망가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불의 파괴적 속성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우리의 선조 덕분에 불은 인류의 통제하에 놓일 수 있었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도 없을 이 모든 것들이 고정관념이나 정해진 궤도에서 일탈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겠다.
하지만, 홈런을 노리는 타자는 각종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똑같이 그라운드를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홈런보다 현저하게 넓은 면적이 파울지역이며, 때려낸 공이 포물선을 그린다고 하더라도 힘이 부치면 펜스를 넘기지 못하고 뜬 공 아웃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배트에 많은 힘을 싣기 위해 스윙을 크게 하면 삼진의 가능성이 그만큼 올라간다. (삼진을 홈런의 기회비용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야구에서 최고의 가치인 홈런이 숱한 위험을 감수해야 성취할 수 있는 것처럼, 고정관념의 파괴나 일탈을 통한 혁신은 숱한 좌절과 실망의 위험을 감수해야 이룰 수 있다는 것. 야구가 우리네 인생과 닮은 세번째 공통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