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눈물 젖은 빵을 먹는 마이너리그
[야구라는 이름의 인생 – 4. 눈물 젖은 빵을 먹는 마이너리그]
군대에서 훈련을 하다보면, 흔히 듣게 되는 말이 있다.
“훈련에서의 땀 한 방울은, 실전에서의 피 한 방울이다.”
평소에 얼마나 대비를 했느냐는 결국 실전에서 드러난다는, 너무나 평범한, 그렇기에 너무나 당연한 진리이다. 메이저리그는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전쟁터에 곧잘 비유된다. 팽팽한 전선(戰線)의 대치 상황이 어느 한 곳의 구멍으로 와르르 무너지듯, 타자건, 투수건, 더 나아가 팀 전체에서도, 작은 약점은 곧 패배로 직결된다. 가능한 한 약점을 극복하고, 메이저리그의 전쟁터에서 승리자가 되기 위해, 모든 팀들은 산하에 마이너리그라는 훈련장을 두고, 어린 선수들을 훈련시킨다.
같은 야구 배트와 글러브를 들고 하는 운동 경기지만,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메이저리거는 이동시 비행기의 특급 클래스를 이용하고, 일급 호텔에서 1인 1실을 사용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정어리 통조림이라 불리우는 전세버스를 통해 길게는 십수시간에 걸리는 거리를 이동하며, 2~3인이 1개의 객실을 이용한다고 한다. 게다가, 메이저리거는 값싼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해 자체적으로 징계하는 규정을 두고 있을 정도로 품위를 보장받지만, 마이너리거의 최고 식사는 햄버거이다.
“자동차 1천대 분량의 햄버거를 먹어야 비로소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다”
자동차 바퀴를 햄버거라고 보고 약 4,000개의 햄버거를 먹어야 메이저리거를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햄버거만 많이 먹는다고 모두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보다 훨씬 야구인구가 많은 미국에서도, 마이너리거가 되는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그 마이너리거들 가운데서도 역시 극소수만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다. 그 기간이 모두 험난한 고난과 역경, 그리고 도전과 경쟁의 시간이며, 이를 뚫고 나온 자만이 메이저리거가 된다는 말이다.
몇 해 전, 한국인 마이너리거에 대한 특집 프로를 본 일이 있다.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꿈과 희망을 안고 태평양을 건넌 그들의 삶과 도전, 그리고 눈물이 담긴 영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선수의 마지막 말이 계속 뇌리에 남았다.
“고향, 친구, 그리고 애인…. 이런 걸 떠올리는 것 자체가 사치입니다. 이런 사치를 부릴수록, 메이저리그는 멀어져 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굳이 “도전과 응전”이라는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네 삶 자체가 도전과 극복으로 점철되어 있음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비추어봐도,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 뒤에는, 그것을 이긴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크나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 역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설 때 더욱 강인할 수 있었음은 새삼 예를 들 필요조차 없으리라.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묵묵히 자신의 꿈을 향해 하루를 불태우는 마이너리거의 삶. 무엇인가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걸어가야 하는 삶과 너무나도 닮은 꼴이기에, 야구라는 이름의 인생, 네번째 이야기로 꼽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