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족의 우당탕탕 호주 정착기
시드니에 온지 2주가 지났다.
한국은 눈이 펑펑 오고 체감온도 -20도라 하는데, 지구 반대편에 있어서인지 여기는 타 들어갈 것 같은 강렬한 호주의 태양빛을 맘껏 만끽하고 있다.
작년 중순 쯤, 뜬금없이 남편이 호주로 발령이 났다.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 선택권은 우리한테 있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예전부터 해외에서 살고 싶었던 꿈이 있었기에 '잠시' 고민하고, 바로 OK 해버렸다.
다만, '잠시' 고민했던 이유는 바로 나의 직장 때문이었다. 물론 남편의 회사도 너무 좋으니 호주에 발령도 내주겠지만, 나 또한 소위 모두가 말하는 꽤 괜찮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뭔가 내 입으로 대기업이라고 하니 민망한 표현이긴 한데 잘났다는게 아니고 그냥.. 그만큼 아쉬운 결정이었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써본다. 그 와중에 과거형으로 쓰니 참 아쉽고 섭섭하기도 하고 그렇다).
사실 나는 내가 하던 일을 굉장히 사랑하는 여자였다. 지금의 아기를 임신할 때만 해도 모성애라는 게 없었던 것인지, (아마 실제로 아기 얼굴도 못 보고 내 눈에, 내 손에 만져지지 않은 탓인지 큰 애정은 없었다) 요즘 세상에 육아휴직도 쓰지 않고 3개월만 출산휴가를 쓰고 회사 복귀를 하려고 계획하던 나였다. 그 정도로 내가 하던 일에 열정이 있었고, 애정이 있었다. 그랬던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에 가야한다니.. 이것 참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내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텐데, 몇 년 뒤에 다시 취업을 한다하더라도, 내 나이대의 직급이 딱 위에서 시키기 좋고, 동료, 후배들과 실무를 직접 신나게 해볼 수 있는 시기였기에 너무너무 아쉬웠다. 더군다나 사회적으로도 여자들이 출산을 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케이스를 여러번 보았기에, '나중에 내가 출산하면 추후 후배들의 앞날을 위해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지!'했었는데 결과적으로 나도 똑같이, 하필 그 시기에.. 이렇게 그만두려고 하니... 내 스스로의 마음도, 나의 평판도. 뭐 하나 시원스럽게 편안하진 않았다.
그런데 '호주'라는 기회는 이 모든 걸 감수하고라도 충분히 가치있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아기를 낳고 보니, 더욱 그랬다. 임신할 때는 몰랐던 감정들이 출산 직후에 물 밀듯이 밀려왔다. '워커홀릭'이었던 내가 '육아 체질'이라는 것을 나의 아기를 육아하면서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별로 관심 없었던 분야였는데, 나의 아이를 키우면서 매 순간, 모든 것들이 행복하고 사랑스럽고 시간이 지나가는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무언갈 하나 포기해야한다면, 나의 행복. 나의 커리어였고, 내가 앞으로 가져가야 할 게 있다면 내 아이의 행복, 내 아이의 미래였다. 그 과정에 있어 '호주'는 너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푸르른 자연에서 뛰어놀 수 있고, CBD에서 그리 멀지 않은 본다이 비치에, 맨리 비치에 주말마다 가서 수영할 수도 있는 이 환경이 이 아이에겐,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도 좋은 삶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괜찮았다고.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내 스스로를 격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