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이후의 이야기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에 대한 통찰

by 심해

파혼을 한 지 어언 7개월이 지났다. 시간이 손살같이 흐른다. 그동안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느껴지는 불안감으로 몇 달을 고생했고, 보고 싶고 만나고 싶어 울기도 했으며, 또 어느 날은 ‘이 천하의 나쁜 놈! 평생을 사랑하겠다고 맹세하던 사람이 고작 이런 일로 나를 떠나?’라며 화도 내봤고, 그 사람의 프로필에 들어가 어떻게 사나 염탐해보기도 하며 보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을 땐 감정이 압도되어, 무언가 이 감정을 해소하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았기에 울고 화도 내보며 내 마음속에 있는 부정적인 응어리들을 끄집어내는 시도였다. 글을 쓰면서 내 상처와 마주하는 순간이어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부정적인 감정들이 흘려지기는 했다. 아직은 힘이 들고 그가 보고 싶고, 생각날 때도 있지만, 그때처럼 엄청난 소용돌이는 지나간 것 같다. 다만, 내가 이 시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나의 선택만이 남았을 뿐이다.


나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어떤 일을 겪고 난 후 거기서 무언가를 배우고, 나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옮기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이 가장 크다. 특히 이렇게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후엔, 마치 그 고통을 그냥 흘려보내면 나의 성장의 깨달음이 구체화되지 않을 것 같아 이 작업을 좋아한다. 고통을 껴안고, 그 안에서 나를 알아보고, 길을 찾는 일. 그것이 내 생존 방식이자 나의 성장 방식이다.


이번에 내가 이별을 통해 깨달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나는 사실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 사람은 나랑 닮아 있었다. 나와 속도가 비슷하다고 느꼈고, 나의 비슷한 가치관과 생각이 좋았다. 사랑 받고 싶은 나의 마음을 어찌나 잘 알고 채워주는건지, 나를 있는 힘껏 사랑해 주며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그가 좋았다. 그로 인해 나는 정말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는 때론 불안했고, 어쩌면 조금은 미성숙했지만, 그럼에도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그의 마음은 내가 오래도록 꿈꿔온 사랑이었다. 그와 있는 내가 좋았고, 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그와 평생 함께라면 세상이 아무리 거칠어도 두렵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 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것을 충분히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보았지만 애써 가볍게 넘겼는지도 모른다. 지금 돌아보면, 그가 몇 번이나 용기를 내어 “힘들다.”고 말했던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때 내가 좀 더 알아채 주었더라면, 성숙했더라면, “무엇이 그렇게 힘든지”,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 “우리는 어떻게 함께 걸어가면 좋을지” 더 깊이 묻고, 더 많이 들어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때의 나도 나였기에, 결국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랑했고, 그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나도 좋고, 너도 좋은 것


내가 그 예전 연애를 통해 배운 것은 ‘내가 원하는 사랑을 하자’였다. 나의 욕구와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숨김없이 하는 연애를 다짐해왔었다. 마침 1년 후에 생각지도 못한 이 사람을 만났고, 이 친구의 배려 덕분에 내 욕구와 욕망을 대부분 이야기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내가 원하던 사랑을 했다. 그렇다고 그를 만나던 기간에 그를 내가 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있게, 그 사람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더 진지하게 고민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그 사람의 마음을 향해 진심으로 다가가는 일. 그의 작은 신호 하나하나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일. 그 안에 담긴 언어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그의 상황과 배경, 그의 성향을 바탕으로 그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일이라는 것을. 결국엔 나도 좋고, 너도 좋은 것이 연애라는 일.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건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나를 더욱 아껴주고 소중히 여기는 일. 그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




성숙을 위한 긴 여정


내 동생의 말마따나, 인생은 어쩌면 한 인간의 성숙을 위한 긴 여정 같다. 전 연애가 조금 부족했지만 그 부족함이 있었기에 이런 생각에 도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런 과정들을 경험할 수 있었기에,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이 이후엔 지금보다 조금 더 성숙한 사랑을 할 날이 오지 않을까. 그땐 정말 있는 힘껏
“당신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내 방어기제와 내 상처들을 당신에게 드러내고 나를 숨기지 않겠다고. 그리고 당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당신이 그것을 원한다면 내가 당신을 조금 더 사랑해 보겠다고. 당신이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더라도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먹구름이 드리울 날이 있으니, 그 구름이 걷힐 때까지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그렇게 그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해 주고 싶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사랑의 모양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또 한 걸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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