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걸. 걸.
나의 소울 푸드는 김밥이다.
그렇다고 모든 종류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동네마다 내가 좋아하는 가게가 정해져 있고 들르는
곳마다 사 먹는 메뉴도 따로 있다.
오늘 점심시간에 일이다.
일하는 곳과 가까운 곳은 프랜차이즈 김밥집. 유독 다른 곳보다 이 동네의 김밥이 더 맛있다.
가게의 내부는 긴 직사각형인데 출입문을 열면 좌측에 김밥을 싸는 간이 주방이 있다.
ㄷ자 형태로 되어있고 카운터가 바로 옆에 위치한다.
홀이 위치한 곳엔 7~8개의 작은 테이블들이 있고 뒤쪽으론 음식을 만드는 주방이 있다.
혼밥 하기에도 최적화되어 있는 집이다.
밥의 양보다 속에 들어간 야채가 많은 김밥을 좋아하는데 이곳에서 파는 모든 종류의 김밥은 딱 내가 좋아하는 양과 질이다.
적당하게 간이 배어있는 야채들과 조화를 이루는 밥의 양.
한 줄 먹으면 배고팠던 허기를 달랠 수 있고 오후의 일처리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여느 때처럼 가장 기본맛의 김밥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주문량이 꽤 밀려있는 듯했다.
그때 따르르릉- 매장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네,000 김밥 000점입니다. 어머 뚜껑이 열러서 다 쏟아졌다고요? 어머머, 죄송합니다.
다시 오실 수 있으세요? 얼른 다시 해드릴게요. 네네. 죄송합니다.”
연신 사과를 거듭하는 아주머니.
음, 대충 통화 내용만 들어도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되었다.
아니 뚜껑이 왜 열렸지? 그럴 일 없다며 연신 이야기하신다.
손에 들고 있던 짐이 많던데 어쩌고 저쩌고.
언뜻 듣기로는 가게에서 포장은 잘해서 보냈는데 들고 가던 사람의 잘못인 양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다른 손님들도 있는데 저렇게 말씀하셔도 되는 걸까...
적어도 내가 듣고 있는데 과연 그분이 오시면 어떤 상황이 생기려나.
배달 실수인가?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쯤
전화가 끊긴 지 2분도 안 되어 남자분이 들어왔다.
손에 붉은 떡볶이 양념이 새어 나온 봉지와 함께.
내가 오기 몇 분 전 음식을 막 포장해 간 듯했다.
상황을 설명하며 홀 쪽으로 들어가는 남자분과 구경하듯 나오시는 주방에 계신 이모님들.
다 쏟아진 떡볶이는 다시 조리해 주시기로 했고 남자분은 통화를 하러 잠시 밖으로 나갔다.
입구 쪽에서 김밥을 싸고 있던 주인아주머니와 그 앞에 서 있던 나.
“아니, 무슨 말들을 저렇게 하고 있어? 이러쿵저러쿵하면 뭐가 달라진다고.
얼른 음식 해서 안 기다리고 빨리 가져가실 수 있게 해야지.”
주인아주머니가 김밥을 싸면서 혼잣말하시는 듯했지만 나와 옆에서 도와주던 이모님은 들을 수밖에 없는 목소리였다.
그 말을 듣고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쩍했다.
맞아! 저런 게 바로 사장님의 태도지. 역시 사장님은 다르다.
지나간 일에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지.
우리는 은연중 과거에 사로 잡혀있을 때가 많다.
보통은 좋은 일 보단 안 좋은 일, 혹은 후회되는 일 앞에 꼭 붙는 말들처럼.
~~ 할걸. ~~ 가지고 올걸. ~~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할걸. 걸. 걸.
어느 책에서 봤는데 과거는 이미 없어진 일이다. 아니 없는 것이다.
그리고 다가올 미래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여기를 살아야 한다고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하는 일들을 묵묵히 하자.
평범한 순간에 평범한 상황에 깨달아지는 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