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드디어!
아빠, 엄마 그리고 반려견 '푸'와 함께 1박 2일 태안에 있는 어은돌해수욕장을 놀러 갔다.
아빠는 밑에 지방에서 올라오시고 엄마와 나는 경기도에서 내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중간 지점인 서산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연히 들어간 기사식당에서 먹은 제육볶음 백반은 최근에 먹었던 음식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직접 농사지은 상추를 내어주셨고 야무지게 싸 먹었다.
배도 채웠고 이제 진짜 해변가로 간다.
숙소에 도착했지만 아직 체크인 시간이 되지 않았다.
일찍 도착했으니 바닷가 구경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린 각자의 방식대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는 해수욕장 한가운데로 자리를 잡았다.
그곳은 붐비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적당하게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휴양객들은 저마다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뜨거운 햇빛 아래 파라솔을 펼쳐놓고 캠핑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여유를 즐긴다.
처음엔 책 3권을 챙겼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다 못 읽을 것 같아 가벼운 책 하나를 골랐다.
내가 가져온 책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여름밤 열 시 반'
어쩐지 지금 이곳과 잘 어울리는 책이다.
아빠는 자리 잡고 파라솔 펼치는 것을 도와주시고는 본격 낚시 갈 채비를 한다.
이 날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낚싯대와 낚시용품을 그득 챙겨 오셨다.
엄마는 뜨거운 햇살이 싫다. 살이 타는 것도 싫다. 모래도 싫다.
오로지 강아지 뛰어놀 게 하고 싶은 마음에 함께 했다.
반려견 푸는 엄마바라기다. 한 시도 엄마 곁을 떠나지 않고 달라붙어있다.
문득 강아지의 수영실력이 궁금해진 엄마는 무릎 높이까지 오는 해안가로 들어갔다.
강아지와 함께.
그 순간 혹시 모를 상황들이 떠오르며 급하게 엄마를 불렀다.
"꼭 안전한 곳에서만 놀아야 돼! 혹시 모르니까 강아지 줄도 하고!"
속으로 '괜찮겠지? 우리 푸 물에 빠지면 어쩌지'
걱정으로 머릿속이 하얘졌지만 그것도 잠시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우리 푸는 똑똑했다. 수영할 줄 아는 강아지였다. 귀여운 놈.
아빠, 엄마 그리고 푸는 방파제에서 시간을 보낸다.
나는 점점 더 뜨거워지는 햇살을 피해 자리를 옮겨가며 독서 삼매경이다.
책을 읽다 바닷가 아래로 비추는 윤슬에 마음을 빼앗긴다.
한쪽에서는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넷이서 웃통을 벗고 비치볼을 즐긴다.
하하 호호. 뭐가 그리도 재미있을까?
그 뒤로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패들보트 위에 쪼르르 앉아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 중이다.
점점 더 모래사장과 멀어지는 그들을 보고 아빠로 보이는 보호자 분이 헐레벌떡 뛰어간다.
"이 놈들 왜 이렇게 멀리 나갔어!" 하며 빠르게 수영한다.
다행히 안전요원분이 계셨고 이쪽까지 오시면 안 됩니다라고 주의를 준다.
내 눈앞에 펼쳐진 이 풍경과 상황들에 책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바닷가만 응시한다.
한 여름이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햇살을 뒤로하고 우리는 숙소로 들어갔다.
아침부터 움직인 탓에 피곤했던 우리는 낮잠을 조금 자고
과일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어느덧 붉게 물 든 태양이 서해의 하늘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요 근래 본 일몰 중 가장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우리는 저녁을 준비한다.
숯불에 삼겹살을 굽고 이것저것 챙겨 온 반찬들과 함께 맛있게 고기를 먹었다.
배가 부를 즈음.
아빠는 밤바다를 가신다고 한다.
깜깜한 밤. 온통 뻘이고 어두운 곳에 대체 왜?
평소 아빠는 낚시를 좋아하고 계곡에 나가 다슬기 채집하는 것을 즐긴다.
조개 캐고 낙지 잡고 싶다고, 그것 때문에 여기 온 것이라고 한다.
나는 그 누구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아빠가 바닷가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려보지만 소용없었다.
여기서 또 한 번 불쑥 걱정이 고개를 내민다.
이 짧은 여행에서 느끼고 발견하게 되는 찰나의 순간이다.
나는 겁쟁이였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과거형인 이유는 여전히 걱정은 많지만 더 이상 겁쟁이는 아니다. 어쩌면 전보다는 덜 하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겁이 많음을 인정하기로 했으니까.
여전히 시도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선 두렵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못할 건 없다. 해보지 않은 것보다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하고 싶어' 보다는 '해봤어'가 더 폼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밀린 일과들을 처리하고 메일함을 열었다.
두둥!
드디어 마침내 나는 5번의 도전만에 브런치작가가 되었다.
몇 개월 전 친한 친구와 X랑 셋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가장 허물없이 지내는 관계이기도 했던 우리. 나의 절친이 X의 친구이기도 한 그런 관계.
언젠가 나는 꼭 책을 쓰고 싶다고 했었다.
내 앞에 있던 이들은 "그래 써." "그런데 누가 너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겠어?"라고 했었다.
그때 난 다짐했다.
'두고 봐, 언젠간 꼭! 내 이야기를 쓴 책을 내고야 말겠어!'
그리고,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다.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어떤 이야기부터 풀어내야 할까. 기대되고 설렌다.
시간이 없다고 나 스스로를 보채고 부추기지 말자.
조급해하지 말고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걸어가 보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대된다. 오늘 하루 뒤집어지게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