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생은 처음이라

어떻게든 글을 쓰고야 말겠다는 의지

by 리븐제이

나는 당시 브런치스토리에 세 번째 작가신청을 하고 탈락의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이 바로

네 번째 작가 신청을 한 후였다. 여러 매체에서 알려주는 꿀팁들을 복습하면서 이 정도면 되겠지 싶었다.


그리고 난 북한산으로 향했다.


산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니고 종교를 떠나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템플스테이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언젠가 한 번쯤은 해봐야지'했던 나의 마음을 움직인 건 요즘 한창 인기 있는 MBC 김대호 아나운서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탔고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다. 집에 TV가 없는 나는 당연히 모르는 인물이었고, 처음 그를 알게 된 건 나이는 다르지만 평소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결이 맞아 대화가 잘 통하는 고객님의 말 한마디였다.


"요즘 김대호 씨한테 빠져서 매일 영상을 보는데 정말 웃겨요 크크큭,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어우 뭐랄까 요즘 사람들이랑 조금 다르더라고, 약간 나를 보는 느낌이었어."


도대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길래?


아니, 아나운서의 삶과 일과가 왜 그렇게 사랑을 받는 건데? 궁금해졌다.

그래서 처음으로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검색했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영상 하나를 접했다.


이 사람 뭐야? 재미있네?

어느새 이어질 다음 편을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다 보고 나서 또 다른 영상을 찾는 나란 사람. 아주 흥미진진하구먼.

어느덧 나도 그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14F 일사에프' 채널에서 정해진 요일에 올라오는 그의 영상을 기다리는 팬이 되어 버렸다.


나는 그를 잘 알진 못한다.

보이는 모습만 가지고 유추하건대 그는 갑자기 한 순간에 확 떠버린 사람이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직장인이었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으며 보이기 위한 삶을 살지 않았다. 그 흔한 인스타그램 계정도 없다.

본인이 키우는 반려묘의 기록을 위한 계정만 있다고 한다.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본인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본인만의 철학이 있었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본인의 직업에 맞는 행동을 하며 방송에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꾸밈없는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에

어쩔 땐 순수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고유함이랄까, 사랑받는 이유가 있구나 생각했다.




고즈넉하고 편안한 그 공간에서 속세를 벗어나고자 했던 만 하루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회향할

시간이다.


일주문을 나서기 전 내 마음속의 걱정과 불안은 이곳에 다 놓고 가볍게 내려가자는 마음으로 브런치 스토리 앱을 켰다. 그렇게 나의 4번째 탈락의 순간을 맞이했다.


나는 브런치 사수생이 되었다.


낙방할 때마다 내가 써 내려간 글들을 읽어보기도 하고 나의 프로필 사진이 잘못되었는지 혹은 소개가 이상한지 찬찬히 들여다보곤 한다.

이번엔 몰입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것 역시 나의 착각이었다. 결과를 확인하니 오히려 머릿속이 맑아졌다.


눈을 감고 그곳의 온도를 느꼈다.

얼굴을 간지럽히는 산들바람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짹짹 거리는 새들과 흐르는 투명한 물소리의 청아한 음감회를 듣고 있자니 머릿속까지 시원해졌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이 번-쩍 했다.

새소리를 벗 삼아 누워있다 알게 되었다.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그동안 나는 줄곧 전 남편과의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결혼과 이혼을 주제만으로 과거에 얽매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런데 왜 그렇게 나의 이혼 과정만을 풀고 싶어 안달이 났던 것일까.

세상엔 저마다 품고 있는 가슴 시린 사연이 있고 나의 이야기는 따지고 보면 막장 드라마와 같은

엄청난 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를 이 세상에 나쁜 남자로 알리고자 함도 아니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혼과 이혼이라는 경험을 통해 내가 알게 된 사실과 달라진 나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었다. 스스로를 책임지고 혼자만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나를 돌보는 방법을 기록하고 싶었다.


템플 스테이에 있던 방명록을 한참 들여다봤다.


익명으로 작성하기에 속에 묵혀뒀던 이야기들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느낌이었다.

어떤 이야기에는 재미가 있었고 어떤 이에게는 슬픔이 보였다.

누구나 다 하는 고민이 정작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처럼 여기는 안타까운 이도 있었다.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어렸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였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돌아갈 길도 없을뿐더러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과거의 아픔과 시련으로 점철되어 왔다면 지금부터는 온전히 나만의 색을 가진 고유함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30대 중반 여자의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금선사에서 배정받았던 내 방 이름은 ‘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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