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부업을 시작했다
호주 여행을 마치고 그 해 겨울 친구와 태국을 다녀왔다.
남편과 나, 우리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겸 떠났던 지난 여행과는 달리 방콕행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가벼웠다. 여전히 사이는 오락가락했지만 큰일 없이 무사히 잘 버텨낸 시간들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 즐기고 싶어 떠난 첫 번째 목적지는 치앙마이였다.
평소 잔잔하고 고즈넉함을 좋아하는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남편에게 함께 휴가 가자고 했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NO.
나와 함께 여행을 계획한 친구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 당시 친구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발리 한 달 살기 막바지였다.
다음 여행지는 베트남이어서 친구는 하노이에서 출발해야 했고 나는 홀로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비행기를 각자 따로 끊고 우린 방콕 수완나품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였던 나 혼자 비행기 탑승은 오히려 신났다.
공항 라운지에 들러 야무지게 밥까지 챙겨 먹었다.
6시간의 비행 끝에 방콕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친구는 카메라 어플을 켜며 다가왔고 꼬질한 나를 그런 식으로 반겨주었다.
만나자마자 키득거리기 바쁜 게 참 우리다웠다.
치앙마이행 게이트는 아직 오픈 전이었기 때문에 본격 공항 노숙 채비에 들어갔다.
그간의 일상들을 공유하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고 하도 수다를 떨어 배고팠던 우리는 다시 짐을 부치고 맥도널드에서 맥모닝을 사 먹었다.
인천에서 방콕 그리고 치앙마이까지. 길고 긴 시간 끝에 치앙마이에 도착한 우리는 공항 도착하자마자
옷부터 벗어 재꼈다.
호텔 체크인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시내에 가서 짐을 맡기고 마사지도 받고 쇼핑몰 구경도 할 참이었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첫 끼는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곱창구이집에 들렀다.
시원한 얼음컵과 맥주가 나오는 순간 동남아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우리의 첫 숙소는 '라야 헤리티지'
공항 노숙에 밤새 피곤했을 우리를 위한 장소였다. - 일부러 계획했다.-
시내와 거리가 있어 오롯이 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약간은 내가 우기기도 한 곳이었는데 다행히 친구와는 취향이 참 잘 맞는다.
배정받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감동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호텔의 인테리어며 소품 하나하나가 취향을 저격했다.
공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조식까지 맛있었던 그곳의 감동은 쉬이 꺼지지 않았다.
그다음 날 우리는 반캉왓으로 이동했다.
이곳 역시 내가 고른 숙소였다. 치앙마이에서 모든 계획은 내가 정하기로 했고 그다음 방콕 일정은
친구가 정했다.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는 내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소품샵이 바로 그쪽에 있었기 때문에 또 시내와 멀어진다며 투덜거리는 친구를 어르고 달랬다. - 나중엔 친구가 나보다 더 많은 쇼핑을 했다. 누가 친구 아니랄까 하는 행동이나 취향도 똑같았다. -
고요하고 유유자적하기 최적화되어 있던 반캉왓에서 내 취향의 색이 짙어졌음을 체감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X에게 부업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네가 할 수 있으면 한 번 해봐라.' 하는 심보였다.
'따뜻하고 다정한 말 한마디로 응원해 주면 어디 덧나나.' 마음은 또 뾰족해졌다. 보란 듯이 해내고 싶었다.
평소 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보니 엽서, 포스터, 소품 등 공간을 스타일링할 수 있는 작은 것들부터 해보자 결심하고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그리고 블로그를 오픈했다. 제일 처음 판매했던 것들은 엽서였는데 유럽과 호주를 주제로 여행하면서 직접 찍었던 사진들로 준비했다.
택배 안전봉투부터 시작해 제작 스티커까지 준비했는데 주문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며 칠 해보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확장을 시키고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오픈했고 홍보에도 집중하기로 했다.
그쪽 분야에 대해 무지했음에도 실천하고 보는 그때의 용기에 칭찬하고 싶다.
본업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내 고속버스터미널 상가를 다니며 발품을 팔았고 여행지에서 본 물건들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태국에 비싼 배송비를 내면서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들여오고 인스타그램으로 홍보했다. 지인들의 주문을 시작으로 점점 주문량이 늘어갔고 리뷰가 하나둘씩 올라오는 것들을 보니 너무 신나고 기뻤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예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똑같이 바라봐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배송 실수,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센터 관련 일이나 택배사 파업, 코로나19 여파로 물건이 한국으로 도착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등등 다양한 이슈로 인한 감당할 수 없는 부분에서 일이 생기면서 지치고 힘든 시간도 있었다.
무엇보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에 무리해서 종이 포장지와 엽서, 스티커 등 제작한 물건들이 많아서 남는 장사는 아니었다. 계산해 보니 사실상 마이너스였고 점점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다들 힘든 시기이다 보니 내가 물건을 가져오던 태국 브랜드에서는 한국으로의 직접 배송을 시작했고 그들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투잡이었던 나는 이도저도 안 되는 느낌이었고 결국 2년이 되었을 무렵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정리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즐겁고 소중했던 경험이면서 잊을 수 없는 실패다.
고작 2년이었지만 운영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도 그렇고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었을 때 오는 스트레스, 본업과 부업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했던 순간들, 의욕과 열정은 상상 이상으로 커야 하며 간절함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