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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븐제이 Jan 30. 2024

동네 산책

낯선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렌다. 떠나기 전부터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새로움을 마주하는 일은 늘 그렇듯 나를 흥분시킨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몸을 감싸고 힘찬 발걸음으로 나아가게 해 준다.

두리번거리며 동네를 탐방하고 살피는 일은 즐겁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할 때면 약간의 긴장감과 두려움이 몰려올 때도 있지만 이내 곧 안도하게 된다.

사람 사는 동네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걸어가거나 강아지들이 서로 인사하는 정겨운 모습들을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우연히 길을 잘 못 들어간 곳에는 생각지 못한 아름다움을 마주하곤 한다.

앞만 보고 걸어가는 찰나에 어린아이가 내 손을 잡았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내려다본 그 순간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었다.

하얀 피부에 머리를 가지런히 묶고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보는 눈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아이는 엄마와 착각한 듯싶었다.

바로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여기 있어, 엄만 줄 알았어?" 한다.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면서 상황을 정리했다. 귀여운 순간이었다.


익숙한 듯 새로운 동네 여행을 즐기며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떡볶이 집에서 쌀 떡볶이와 김밥을 먹으며 잠시 숨을 고른다.

지치키는커녕 재미있고 신선하기만 하다.

나갈 채비를 마치고 또 다른 동네로 향한다.

해가 저물어가며 노을 지는 아름다움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붉지도 노랗지도 않은 주황빛의 일몰은 언제나 마음을 안온하게 만들어준다.


어느덧 해가 지고 깜깜한 밤이다.

낯선 곳에서 마주하는 밤이 무섭지 않고 즐겁다.

좋아하는 빵집을 만나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이만보를 걸었다.

이상하리만치 다리가 아프지 않다.


좋아하는 산책을 아주 길게 하고 돌아온 느낌이다.


여행이 가미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산책은 여행의 맛을 준다.

익숙하고 편안한 동네부터 점점 넓혀가고 확장하는 재미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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