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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븐제이 Jan 20. 2024

헬스장에서 일어난 일

요즘 화두는 관계와 불안.


아주 잠시라도 머릿속을 맑게 하는 건 걷기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명상은 오히려 망상으로 가득해질 때가 있다.-

며칠 전 마음이 심란한 날에 일단 걸었다. 순간 잡생각이 사라지고 오로지 걷는 일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럴 땐 음악을 아예 듣지 않거나 내 마음 상태를 대변해 주는 한 곡만 무한 재생하며 듣는다.

중고서점으로 목적지를 정해두었지만 걸을 때면 일부러 더 멀리 돌아가기도 하고 아는 길 대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하며 발이 걷기에 집중할 있는 환경을 만든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간 도통 손이 가지 않았던 심리학과 철학 분야에 다시 손이 가기 시작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스테디셀러도 아니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잘 들어맞는 책을 찾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남들이 다 읽는 책을 골랐다면 아주 조금은 나만의 기준이 생긴 것 같다. 


금요일 저녁엔 퇴근 후 운동하는 피티샵에 들렀다.

사실 아침부터 마음을 먹고 운동복을 챙겨 출근길을 나섰다.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해질 때면 그 반대로 몸은 오히려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그런 상황이 올 수록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시도한다. 정리를 시작하거나 청소를 하는 것처럼.

처음 피티수업을 받은 작년 가을엔 내가 과연 저 기구들을 다 사용하며 운동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느덧 5개월 차가 되었고 힘들었던 운동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약간의 욕심도 생겨 속으로 '하나만 더! 하나만 더!'를 외친다.


우리네 삶도 그렇지 않을까.

나만 힘든 것도 아니고 모두 열심히 악착같이 살아가는 인생이다. 

힘든 순간 조금만 더 힘을 내 앞으로 나아가면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처럼 차곡차곡 마음의 힘을 길러야겠다고 운동을 하다 깨닫는 순간이었다.

당장 무게를 치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매일 조금씩 꾸준하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주어진 그릇에 담을 수 있는 만큼만 차곡차곡 천천히 쌓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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