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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이 크는 나무 Nov 04. 2020

여행의 이유 _ 김영하

2020년를 어떻게 보내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코로나19사태로 제대로 된 여행은 꿈도꾸지 못한채 한정된 장소과 공간에서 그렇게 보내왔던 것 같다. 한참 단풍시즌이었는데도 정부의 거리두기로 올해는 제대로 된 여행은 접고, 집앞 공원 산책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스크를 벗고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이때...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는 보류하기로.... 



오늘 리뷰할 책은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이다.

괜히 여행이 떠나고 싶어져서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작가는 소설가로 유명하다. 예전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여행 방법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책 '여행의 이유'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여행지에서의 경험이나 에피소드가 담겨진 책이 아닌 제목처럼 여행의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성찰과 생각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여행의 이유 목차


김영하 작가는 매년, 때로는 한 해에도 여러 번 여행을 떠나는 생활을 20년간 해왔고,  꽤 오래전부터 여행에 관한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의 여행까지 자신의 모든 여행의 경험을 담아 써내려간 아홉 개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여행의 이유'다.


지나온 삶에서 글쓰기와 여행을 가장 많이, 열심히 해온 저자는 여행이 자신에게 무엇이었는지?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여행의 이유를 찾아가며 그 답을 알아가는 내용을 이 책에 담고 있다. 



추방과 멀미


첫번째 이야기는 추방과 멀미라는 제목인데, 2005년 대학교수로 재직중에 있을때  소설이  잘 써지질 않아 겨울방학에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 상하이로 떠났다고 한다. 하지만 비자를 준비하지 않아 난생처음 추방을 당하게 되고, 이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입국하자마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미 계획한 여행은 뒤죽박죽이 되었고 예약한 숙박비나 식비도 날리게 된 것이다. 근데 소설가로써 이런 경험은 나쁘지 않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사실 여행이 계획대로 진행될때도 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길때도 있다. 날씨가 좋지 않다거나 예약이 잘못된다거나 늦잠자서 배를 놓치는 일도 생기게 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일들이 일상이 아니라 여행이기 때문에 뭐든 다 좋은 것이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 여행이다. 
-본문 22P

김영하작가의 생애 첫 해외여행은 중국 단체여행이었다고 한다. 중국여행 에피소드와 김영하작가가 운동권 활동을 했던 이야기까지 책에는 작가의 지난 과거의 활동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김영하작가는 호텔이 좋다고 이야기 한다. 새하얗고 푹시한 시트에 누우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들이 집을 떠나 호텔에 있고 싶어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호텔은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은 의무의 공간으로, 청소, 빨래 등등 해야할 일들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호텔은 집이 아니라서 해야 할 일 들에서 자유로운 곳이다.


작가는 오래 살아온 집에는 상처가 있다고 말한다. 가족에게 받은 고통, 서로에게 했거나 들었던 뼈아픈 말들이 사라지지 않고 집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고 말한다. 여행하면서 잠깐 머무는 호텔에서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김영하 작가는 호텔이 좋다고 한다. 


우리가 보통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때문이기도 하다. 풀리지 않는 삶의 문제와 맞서기도 해야되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내 경우만 해도 여행을 가면 왠지 리셋되는 느낌이 든다. 현실 도피라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행을 가면 낯선 장소가 주는 기운이 있다. 그래서 잠시 현실에서 멀어져 있다보면 새로운 에너지가 생기고, 다른 관점에서 모든 것들을 바라볼 수 있어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한다.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역시 여행의 이유가 맞다.


책에 김영하작가가 예전에 출연했던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TV프로그램 촬영에 관련된 이야기도 실려있다. 나도 안쓸신잡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프로그램에 나온 곳들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 우리나라 곳곳이 역사와 함께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었다.


김영하 작가는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때는 지식인들이 모여 자유롭게 대화하는 프로그램인줄 알았다고 한다. 함께 여행가서 개별여행을 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프로그램이 될지 전혀 상상이 안돼서, 제작진에게 물어봤는데, 제작진들도 편집을 해봐야 안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김영하작가는 미래에 어떻게 방송될지 걱정하지 말고 그냥 현재를 즐기자는 마음으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지금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과 마주 앉아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에 집중하자는 거였다. 이것이 김영하작가가 여행을 대하는 태도였다고 한다. 



우리는 여행할 때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낯선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다른건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현재를 어떻게 즐기고, 보낼지만 생각하게 된다. 현재 보내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 시간을 즐지기 못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묘약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만 여행을 떠나게 되고, 떠나고 싶은 건 아닐까...


김영하작가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도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관광객을 도와준 경험이 한 두번은 있을 것이다.

김영하 작가도 파리여행에서 겪는 일화를 소개한다. 철도파업 때문에 기차가 지연되어 좌석 때문에 곤란한 일을 겪게 되었는데 뒷좌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도와줘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고 셔틀버스도 안내해 주었다고 한다.  


발리에서는 혼자 여행하는 그에게 현지인 남성이 다가와 일대를 구경시켜주겠다고 제안을 했다고 한다. 김영하작가는 선한 그의 얼굴을 보고 그를 믿어보기로 했고 그는 평범한 관광객이 볼 수 없는 곳을 데리고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었다고 한다.


우리가 여행을 가면 곳곳에서 아무런 대가도 없이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다. 온전히 도움을 주는 그들을 믿었고 신뢰가 환대로 돌아온 것이다. 김영하작가는 이런 환대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 생각하다 언젠가 읽은 여행기에서 답을 찾았다고 한다. 지갑을 잃어버려 당황한 여행자의 버스요금을 한 할머니가 대신 내주었다고 한다. 나중에 갚겠다고 하자 할머니는 나중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에게 갚으라고 했다고 한다.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들은 현지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환대는 이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좀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준 만큼 받는 관계보다 누군가에게 준 것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세상이 더 살만한 세상이 아닐까. 이런 환대의 순환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게 여행이다" 라고 말한다. 


인생이 여행과 닮았다고 한다. 인류가 오랜 세월 서로 적대하고 경쟁해왔지만 한편으로는 지구라는 행성에 여행온 탑승한 승객이자 동료라는 것이다. 여행에 대한 생각은 지구별 여행자로서 우리가 지녀야 할 삶의 태도를 말해주고 있다. 신뢰, 환대, 인정은 우리가 살면서 없어서는 안될 삶의 가치이고 내가 살면서 누군가에게 베푸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노바디의 여행에 오디세우스와 괴물 키클롭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오디세우스가 신들의 저주로 10년동안 고생스러운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그가 괴물 키클롭스에게 허영과 자만을 과시하다가 자초한 일이라는 점에서 인생을 사는 우리들이 경계해야 할 것도 허영과 자만이다.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삶 자체가 긴 여행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작가가 생각하는 여행의 이유로 생각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삶의 이유와 목적에 대한 생각으로 연결되어지는 책이 이 책 '여행의 이유'이다.



나에게 여행은 무엇일까? 왜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여행의 이유가 우리의 존재의 이유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보았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살짝 어려운 철학책을 읽는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마냥 어려운 책이 아니라 뭔가 탐구하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내고 생각을 넓혀주는 그런 책이였다. 


요즘 코로나시대로 사회가 어수선하고 불안한 이때..나의 여행의 여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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