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위치를 다지는 시간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해오면서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셨던 분은 우리 사장님이시다. 대기업과 다르게 중소기업의 특징 중의 하나가 모든 결제 라인이 담당-팀장-부서장-사장 또는 업무 특성에 따라서 담당-부서장-사장, 담당-사장 이렇게 이렇게 스피드 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담당자 본인이 업무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고 그 업무에 따른 파생적인 다른 업무들도 같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난 이런 중소기업의 수혜자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결제를 올리는 과정에서 업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파악하게 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 여러 번 다각도로 생각하면서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인 광 접속함체를 생산팀에 생산 의뢰서를 보내려고 하면, 우선 팀장에게 현재고가 어떻게 되고 과부족 수량이 어떻게 되는지 정리해서 서브 데이터를 첨부해서 생산 의뢰서를 올린다. 이렇게 해서 팀장 결제를 득하고 사장님 결제를 올라간다. 사장님은 팀장보다 한 단계 더 높이 생각을 하셔서 질문을 하신다.
현재까지 출고 수량이 어떻게 되고, 잘 팔리는 규격은 어떤 제품인지, 올해까지 몇 개를 생산 지시를 했는지.. 이렇게 질문을 던지시면 실무자인 난 그 부분을 더 정리해서 보고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생산 의뢰서 결제를 맡기 위해서도 있지만 제품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자 올해 출고, 생산 수량을 기본적으로 정리하고 또 사장님께서 어떤 질문을 하실까 미리 여러 가지 생각을 해서 자료를 최대한 자세하게 분석하고 그것을 나의 머릿속에 넣고 결제를 올리게 된다.
최소 3개년 생산, 출고수량에 주요 업체별로 출고 수량을 분석하고, 규격별 출고수량은 어떻게 되는지, 분기별 출고수량은 어떻게 되고, 앞으로 남은 판매 시간을 계산해서 올해는 작년 대비 얼마나 더 출고되겠구나 데이터를 다 방면으로 분석한다. 이런 분석 데이터를 영업팀에 영업 자료로 정기적으로 주면서 영업활동에 반영하게 한다.
회사 생활하면서 인생을 살아오면서 우리 사장님한테 참 많은 것들을 배웠고, 많은 것들을 느끼면서 생활했던 것 같다. 보통 직장을 다니다 보면 1, 3, 5, 10년으로 위기가 있다고들 얘기한다.
1년 차 때는 직장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하다 보니 이 업무가 나에게 맞는 건지, 내가 생각했던 직장생활과 다르게 느끼기 된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보다는 좀 더 나은 곳이 있겠지 생각하여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 그러나 모두 다 처음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3년 차 때는 이제 신입사원 티도 벗고 직급도 하나 달게 되면서 이제 일할만한 위치에 있게 된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요구하는 것도 많아지고 그 기대에 부응하려다 보니 힘들게 느끼게 된다.
보통은 상사가 그러겠지만 옆에서 시도 때도 없이 갈구고 트집을 잡히다 보면 '정말 힘들어서 못 다니겠다. 여기 말고 내가 갈 곳이 없겠어.' 하면서 딴생각을 하게 된다.
난 이때가 특히 여직원들 사이에서 갈등으로 너무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룰에 무조건 맞추기를 원하고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면 사사건건 간섭을 당하고 강압적으로 사람을 대했다.
이때 나도 정말 이렇게는 못살겠다 싶어서 다른 곳에 눈을 돌려 이력서도 넣어 보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것 모두 직장생활을 해나가는 하나의 과정인 것 같다.
5년 차 때는 이제 회사에서 대리 정도의 중간 위치에 있다 보니, 회사에서나 주위에서 조금 나에게 섭섭하게 한다 생각하면 '내가 이 대우받고는 여기에 못 있겠다. 더 조건 좋은 곳으로 옮겨보자'하는 생각이 들어서 쉽게 그곳을 벗어나려고 한다. 그러나 어중간한 경력으로 다른 곳에 간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생각이 들 것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더 힘들 것이다.
7년 차 때는 내 동기가 나보다 먼저 진급을 하거나, 후배가 나를 추월해서 먼저 진급을 하게 되면 '이제 내가 설 곳이 없나? 그만두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 시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대부분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그 자리에서 다시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지금까지 조금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다시 힘내서 생활하면 된다.
그리고 10년 차 차장 직급도 달게 되고 10년 다녔으면 회사 생활 많이 했다 싶어 나를 알아주는 다른 곳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직장생활 말고 다른 자영업이나 이렇게 틀에 박힌 회사 생활이 아닌 자유롭게 내 시간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남자 직원 여자 직원 할 것 없이 한두 번을 다 생각해 봤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도 남편이 자영업을 하고 있어서 가게 직원을 대신해서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 가게에 나갈까 생각도 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보살피면서 가정생활도 즐겨보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던 그때. 신랑이 보기 좋게 한소리 했다. 자영업이 쉬운 것 같지만 또박또박 나오는 월급 받고 회사 다니는 게 속편 하다고. 자영업은 월 매출 5천을 벌어야 직장인 연봉 5 천하고 같은 거라고. 그렇게 자영업이 힘들고 수익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는 단지 겉모습이 좋아 보여서 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직장생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다른 결정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무엇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준비도 필요하고 마음가짐도 필요한 것 같다. 잠깐의 흔들리는 감정으로 앞으로 남아 있는 인생을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신중히 신중히 다시 생각해보고 내가 정말 새로운 세상과 맞설 용기가 있다면 그때 그만두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행복할 권리가 있는 소중한 존재들이고,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