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반 이후에는 인도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인도의 시대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
저자가 서문을 마치면서 남긴 말이다. 이 책은 저자의 이러한 주장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풍부한 통계자료와 더불어 저자가 직접 경험한 생생한 체험담 등을 바탕으로 생동감 있게 현재의 인도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언론인과 학자로서 20여 년간 인도에 관해서 취재, 연구한 모든 것들이 [인도의 시대] 이 책 한권으로 집대성한 것으로 보여진다. 인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전망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인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시점이 아마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이 정기적으로 쿼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2020년 8월 31일 이후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인도의 인구(14억 2,800만명)가 중국(14억 2,500만명)을 초월하는 인구 역전이 2023년에 시작되었다는 뉴스를 통해 인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경제적 흐름은 중국, 베트남에 이은 제3의 시장을 찾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에게 많은 자극과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기에 반갑게도 저자는 이 책 [인도의 시대]를 통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인도의 경제적 위상과 향후 인도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들어 자세히 설명한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서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느 정도 인도라는 나라가 정답게 다가온 걸 느낄 수 있었다. 고등학교 역사나 지리 시간에 피상적으로 접하던 인도가 아니라, 가장 최신 인도의 모습을 알 수가 있었다.
특히 나에게 가장 놀랍게 다가온 내용은 인도가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최고의 부자 국가였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앵거슨 매디슨 통계에 의거하여 서기 1년부터 2010년까지 2천 년간 세계 국내총생산액(GDP) 기준 1위는 중국이 아니라 인도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 따르면 오늘날 최대의 국가인 미국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 남짓이지만, 인도는 기원후부터 16세기까지 최소 1500년간 세계 부(富)의 1/3을 차지하고 있었다. 즉 이러한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현실적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강한 나라가 인도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가장 부유한 나라는 ‘인도’였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러한 인도의 중요성을 여러 가지 역사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데 그중 제일 유명한 것이 ‘인도’항로를 찾기 위한 ‘콜럼버스’의 세계 일주이다.
도대체 인도의 무엇이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모험가들과 상인들 그리고 철학자들을 불러 모았을까? 15-17세기 서구의 열강들은 앞다퉈 인도로 향하였고, 우리는 이를 대항해 시대라 부른다. 이러한 열기는 서양의 것만은 아니었다. 삼장법사가 불경을 구하러 떠난 곳이 바로 인도이고 가야 ‘허황후’의 고향도 바로 인도이다. 인도는 동서의 교차점이자, 어찌 보면 동서 문화의 시작점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정관념 속의 인도의 모습은 가난에 찌든 불가촉천민들이 넘쳐나는 곳이자 사회주의 경제에 기반하여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위축되어 있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나라의 모습이었다.
그러하기에 이러한 고정 관념에 사로잡힌 우리들에게 멀고도 먼 이 나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충실한 가이드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고 인도에 대한 지적 갈증을 풀어주는 책이 바로 이 책 [인도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21세기 현재의 인도의 모습을 가장 다양하게 다루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 느껴지는 책이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카스트와 자티(카스트 하위분류로 직업 및 혈족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분류)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또한 인도 내의 복잡한 정치지형과 요즘에 대두되고 있는 힌두 민족주의, 그리고 지금 인도의 집권당인 BJP가 바로 그 힌두 민족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정말로 가장 짧은 시간에 인도의 현재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저자는 인도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인도 문화와 인도 경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는 않겠으나, 기본적으로 이 책의 제목이 [인도의 시대]라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한 반론으로 이 책의 가치를 논하는 것은 거북한 일이라 하겠다. 미래의 희망을 찾아보자는 책에서 과거 인도의 과오를 들어 논지를 방해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여하튼 이 책의 주장은 “제1장 인도양의 시대가 오고 있다”에 잘 설명되고 있다. 사실상 나머지 300페이지 분량의 내용은 이 책의 제1장을 설명하기 위한 부록과 같다.
하지만 그 부록이 정말 알차다. 인도의 역사, 경제, 정치, 문화, 사회 전반에 걸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다소나마 인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포스코의 인도 진출 실패와 같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인도 진출 도전과 실패의 역사 또한 잘 기술되어 있어 인도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의 목적이 바로 한계라는 점이다. 즉 인도의 부상을 알리고 설명하려다 보니, 지나치게 긍정적인 내용이 부각되고, 세세한 내용이 늘어나 직관적인 이해를 방해하는 부분은 좀 아쉽다. 하지만 이는 저자의 후속 저작 노력으로 보완되리라 보인다. 오히려 인도가 부상하는 바로 이 시점에 인도에 대한 정보를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지적 호기심을 해소해 주는 훌륭한 책을 적기에 보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