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설렘반 두려움 반의 시작

사회에 첫 발을 내딛다

by 꿈이 크는 나무


내가 우리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대기업은 아니지만 강한 중소기업이라고 느껴서 입사하게 되었다. 강남에 작은 빌딩 4층에 20여 명 남짓한 직원들이 옹기종기 근무하는 모습이 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13년이상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한국통신(현 KT)이라는 공기업과 지속적인 거래를 하고 있어서 앞으로 통신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발전 가능성이 무한해 보였다.


그리고 나도 대학교에서 컴퓨터 동아리 활동을 4년 동안 해왔고 통신이라는 용어가 나에게는 조금은 익숙한 단어였던 것 같다. PC통신 세대인 나에게 통신은 새로운 신세계였고, 공부할수록 재미있었던 분야였다. 그래서 우리 회사가 중소기업이지만 나에게는 그만큼 매력이 있었다.


처음 회사 면접을 보러 가던 날 역삼동의 작은 4층짜리 건물 앞에 양반손이라는 탑차가 서있었다. 그 양반손 캐릭터가 새겨진 차를 보면서 처음에는 만두 회사인가? 내가 잘못 찾아왔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입사하고 보니까, 이 양반손이라는 브랜드가 작업 환경개선 상품의 대표 브랜드로 통신시장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 현장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던 브랜드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면접을 보고 입사한 회사, 처음 1주일 동안은 회사 카탈로그를 보면서 회사 분위기를 익히라며 정해준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전화도 울리고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 모습도 보면서 앞으로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도 되고 잘할 수 있겠지라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1주일의 시간이었다.


회사의 신입사원. 학교로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런 사회 경험도 없이 들어온 첫 직장 많은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던 시기였다. 직장은 학교와 달리 선후배 서열이 너무 강해서 그 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강압감이 나에게는 참 불편하게 다가왔다.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와서 그런지 뒤에서는 어떨지는 모르지만 앞에서는 나이 어린 선배들에게 선배 대우를 깍듯이 했다.


하지만 여자들은 학교에서도 선배들이 귀여운 후배라고 챙겨주고 도와주던 그런 환경에 익숙해서 그런지 소위 까다로운 여자 선배들이 너무 힘들었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사회생활을 3년 이상 먼저 시작해서 회사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던 여자 선배. 내가 분위기 파악을 못해서 그런지 내가 정말 미워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툭툭 던지는 말투나 뭐가 못마땅하다는 그런 행동들로 나의 첫 사회생활은 그렇게 힘들게 시작되었다.


주변이나 드라마에서 많이 봐왔듯이 어디를 가나 기존 멤버들의 텃세가 있다고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나에게는 알게 모르게 심적 부담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것을 그때 새삼 느꼈던 것 같다. 나에게 업무 인수인계해주던 선배도 입사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만둔다고 했다. 사석에서 왜 그런지 이유를 묻자 회사를 그만두는 시점에서 이런저런 얘기하는 것도 우습고 그냥 여자 선배들을 조심하라고 그 한마디만 했다. 본인도 회사 입사에서 자기 업무만 잘하면 되는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그리고 나는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 그렇게 회사를 떠났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에는 잘 이해가 되니 않았지만 1달 2달 회사 생활을 하면서 서서히 그 이유들을 알 수가 있었다. 참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선배라는 이유로 네네 하는 것도 그렇고 내가 보기에는 잘못된 행동이고 잘못된 처사인데도 후배니까 참아야 하고. 이중적인 생각이 교차했다.


하루는 남자 직원과 여자 직원을 대하는 잣대가 다른 선배에게 나도 모르게 대들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정말 억울했다.

우리 회사에 심선 접속자라는 제품이 있었다. 통신 선로 자재로 케이블과 케이블을 연결해주는 제품으로, 이 제품을 접속하는 접속 공구가 있었다. 회사 카탈로그에는 5/25P 접속자 수동공구라고 명시가 되어 있었는데 영업 직원들은 5P 접속공구, 외부 고객들은 접속공구, 손기계라는 다양한 용어로 불리우리 공구였다. 고객에게 제품 발주를 받아 출고를 할 때는 출고 전표를 기입해서 물류팀에 내리는데 내가 출고 전표에 5/25P 접속공구라고 기입해서 내렸다.


지금은 ERP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수기로 쓰는 일이 없기 때문에 모든 품명이나 규격들이 통일이 되어 있어 이런 잡음이 발생할 수 없겠지만 내가 입사한 당시에는 수기 세금계산서와 전표가 보편화된 때였다.


사건의 발생. 일명 관리팀에서 전산을 맡고 있던 선배가 나를 부르더니 품명을 왜 이렇게 기입했냐고 똑바로 써야지. 나보고 대학교 나왔으면 똑바로 해야지 학교 때 뭐를 배웠냐고? 제품명을 똑바로 기입 못했다고 나를 몰아세우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 정말 억울하고 어이없었다. 남직원들이 잘못 쓰면 고운 목소리로 '누구씨~ 이거 잘못했네요, 수정해서 다시 주세요'라고 상냥하게 말하면서 나에게는 막 대하는 여자 선배.


그날은 나도 참다가 한마디 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도 할 수도 있는데 그것 가지고 잘 배웠네, 못 배웠네 그 이야기가 왜 나오냐고 되 물었다.

그랬더니 그런 소리 안 들으려면 똑바로 하라고, 참 막 입사한 3개월 수습도 안 뗀 후배한테.

나도 그날 맘속으로 선배 대우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배라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 지금까지 바르게 살아왔다고 자부한 나에게 일명 싹수없는 선배하고 한판 붙고 나서는 너무 억울해서 화장실에서 한참 울었다.


그때서야 나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주었던 선배가 왜 그만두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자기보다 5-6살이나 어린 선배가 누구씨 똑바로 못한다고 다그치고, 지적질을 해대면 얼마나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을까. 그때부터 나와 그 선배와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그 선배의 타깃이 되었다. 일명 싹수없는 후배. 갈굼의 대상.

나도 나름 오기가 생겨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두고 보자 하면서 나는 내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대학교에서 컴퓨터 동아리 활동을 해와서 그런지 포토샵이나 HTML, 네트워크 환경이나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 지식이 있어서 그런지 회사 생활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수습기간 3개월 동안은 우선 우리 회사에서 취급하고 있는 제품을 익히는데 중점을 두었다. 영업지원팀으로 입사를 한 나의 주 업무는 전국의 전화국에서 주문을 받아 제품을 출고하고 세금계산서를 처리하는 업무였다.


내가 근무할 당시에는 모든 것들이 사람의 손으로 업무가 이루어지는 시기였다. 전화로 주문을 받아서 상담 및 주문 접수대장에 기록을 하고 출고 전표를 끊어서 물류창고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택배 송장까지 붙여 출고 준비를 해야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가 챙긴 물건이 어떻게 생겼고 용도는 어떻게 되는지 카탈로그와 매치를 하면서 제품 공부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제품 출고 준비하면서 제품을 눈으로 보고 만지면서 제품을 하나 둘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내가 아는 것을 자연스럽게 고객에게 응대할 수 있게 되니까 업무를 배울수록 자신감도 붙게 되었다. 고객지원 업무가 매일매일 반복되는 업무라서 다른 것에서는 크게 힘들지가 않았다.

제품을 잘 몰라서 고객 대응이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시간과 나의 노력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같은 팀에 있는 선임에게 질문을 하고, 옆에서 선임이 고객들에게 어떻게 응대하는지 양쪽 귀를 활짝 열어 듣는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모든 일들은 희생이 따르는 법.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그만큼 배우는 속도도 늦어지고, 내가 힘들어 진다. 신입사원이면 그만큼 시간을 할애해서 배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이건 누가 대신해서 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작도 나로부터 이고 마무리도 나로부터 끝난다. 회사 입사하고 1주일 정도만 정시에 퇴근한 것 같고, 그 뒤에는 거의 8시 이후가 나의 퇴근 시간이었다. 그때는 전체적인 회사 분위기가 그랬고 신입사원이라서 주변 눈치도 많이 보였던 때이니까.


품질보증팀에 입사한 여자 동기 하나는 입사 첫날부터 지방 협력업체에서 12시 넘게 야근으로 지금까지 입사 첫날을 이야기하곤 한다. 신입사원이라서 회사에서 핸드폰도 꺼놓고 근무를 했는데, 하루 종일 연락이 안 되는 막내딸이 혹시나 이상한 회사에 끌려간 건 아닌지,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입사 첫날부터 야근을 할 수는 있지만 그건 선배가 잘못한 행동이다. 업무 트레이닝 차원에서 바쁘다 보면 야근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최소한 가족들이 걱정할 수 있으니, 전화는 미리 드리라고 사전에 코치는 할 수 있는 거니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순간순간 사소한 거라고 넘어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그런 사소한 일들이 쌓여 큰 일로 발생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명대사^^


예전에 역린이라는 영화를 봤을 때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정조 현빈이 중용 23장을 내시인 정재영에서 얘기해보라는 장면인데, 참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이 된다. 무엇이든지 변하게 하려면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고 나부터 실천을 해야 주위도 변하게 되는 것 같다.


"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


나의 첫 사회생활은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이렇게 시작되었다. 한편의 스릴러와 모험이 가득한 나의 사회생활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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