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첫 발을 내딛다.
회사 생활은 나에게 참 많은 것들을 알게 해주었다. 학교에서 배운지식을 회사에서 적용해서 사용하기란 참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점수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고, 적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도 못하고 그냥 학교보다는 사회에 나가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거라는 의욕이 앞섰던 입사 1년 차.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는 전자 통신 용어들에, 회사에서 취급하고 있던 제품명 익히는데도 몇 개월이 걸렸다. 그렇게 하나하나 배우면서 재미라는 것도 알게 되었던 시절.
신입사원이라는 명칭은 어떻게 보면 회사 생활에서의 특혜를 어느 정도는 누릴 수 있는 좋은 단어인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서 나의 것으로 만들고, 모르면 당당하게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전혀 흠이 되지 않는다.
우리 회사는 통신 관련 제품들과 인쇄 재료 관련, 산업 환경 개선 상품 등을 주로 취급했었다. 통신 관련 제품들은 정말 다양해서 스펙과 제품을 빨리 익히는 게 급선무였다. 그리고 우리 부서의 주요 취급 제품은 아니었지만, 중소기업의 특성상 타 부서의 제품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고객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왔을 때 해당 부서에 쉽게 전달할 수가 있었다.
사건 사고가 많았던 입사 1년 차 때를 되돌아보면 제품에 얽힌 사연이 참 많았다. 동기 하나는 외부에서 '습수액"(잉크와의 반발 작용으로 선명한 인쇄를 가능하게 하는 혼합물)을 구매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고는 '쑥색이요?" 엉뚱하게 알아들어서 선배들이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터미네이터' 이름만 들어보면 갑자기 예전에 봤던 영화의 아놀드 슈왈제너거가 생각나서 뭔가 그럴듯한 제품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터미네이터'란 일반 인쇄 재료 약품이다.
실수를 통해서 하나씩 익혀가면서 조금씩 회사 직원의 일원으로 자리 잡아가는 시기, 입사 1년 차. 고객에게 제품 상담이나 응대를 할 때 모르거나 의문 사항이 있으면 당당하게 ‘죄송합니다. 제가 신입사원이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확인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전화 메모를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던 때가 신입사원 입사 1년 차. 내가 이 시기에 전화응대를 하면서 제일 많이 했던 말이 그 말이었던 것 같다. 잘 모르니까 양해를 구하고, 정확하게 고객이 원하는 것을 물어서, 찾아서 응대를 해주고. 이러다 보니 나의 어리버리 했던 입사 1년 차도 정말 빨리 지나갔다. 좀 부족해도 다시 익히면 되고, 같은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는 것. 사람이기에 누구나 실수는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 일에 대한 정성이 부족한 것이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신입사원 때 실수 중에 하나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계약한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납품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납품서류 중에 물품 납품 및 인수증라는 것을 작성해서 물건과 함께 제출을 한다. 인수처에서 납품한 물품을 확인 및 검수를 하고 이상이 없으면, 서류에 인수처에 서명을 해서 한장은 발주처에서 보관하고 한장은 납품한 협력사에게 준다. 그 서명된 물품 납품 및 인수증을 근거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물품에 대한 대가 지급을 받게 되는 프로세스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입사 1년 차 때, 그 당시 한국통신 충남망건설국에 납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수처를 한국통신 충남망건설국으로 인수증을 작성해야 하는데, 기존에 있는 서류를 활용하다 보니, 수도권 다른 건설국 이름으로 서류를 만든 것이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납품을 하러 내려간 영업팀 대리님이 납품 중에 당황해서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야단을 치셨다. 정말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었는데, 그때는 그것들이 쉽게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그때는 정말 출장 간 영업팀 대리님에게 미안하고 죄송했다. 나의 실수로 인해서 다른 누군가는 사과를 해야 되고, 그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 시간을 할애해야 하니, 얼마나 비효율적 인일인가. 다행히 납품처 담당자분이 잘 처리해주셔서 대전에서 서울로 다시 되돌아 오는 헛걸음은 안 했지만, 그 이후로 납품서류를 만들 때는 항상 납품처를 다시 한번 체크하는 버릇이 생겼다.
사람은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 그래서 그 실수를 통해서 어제보다는 좀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선배에 대한 고마움도 알게 되었던 에피소드이다. 대리님이 야단은 치셨지만 현장에서 잘 마무리해주셔서 경비나 시간낭비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정말 고마웠다. 그래서 내가 실수했던 부분을 후배가 들어오면 다시 한번 체크하게 한다.
회사 생활하면서 제일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 물품 오배송 사고이다. 전국을 모두 상대하고 하루에 출고되는 물동량이 많기 때문에, 수도권은 기본적으로 직접 납품을 하지만, 지방은 택배나 화물을 주로 이용한다. 그래서 주소를 잘못 기입하거나, 화물 지점을 잘못 기입해서 다른 고객에게 물건이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생기는 일이지만, 한 두 번은 실수라고 이해하지만, 반복되는 것은 본인의 마음가짐의 문제인 것 같다.
지금도 후배 하나가 술자리에서 가끔 본인이 물품 배송처를 잘못 기입해서 내가 엄청 혼냈다고 원망스럽게 얘기하는 이쁜 후배가 하나 있다.
우리 회사는 지방에 대리점에 가지고 있는데, 대리점은 보통 다음날 일찍 물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화물로 물품을 배송한다. 그런데 후배가 전북 전주지점에 물품을 보내야 하는데, 경남 진주지점으로 배송처를 잘못 기입해서 전주에 가야 할 물건이 진주로 간 화물 사고가 있었다. 그때 내 기준에서는 전주하고 진주하고 지역번호도 완전히 다른데 어떻게 그렇게 보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후배를 엄청 야단쳤다.
그리고 그 당시 전주 사장님이 엄청 깐깐하기로 소문난 분인데, 하필이면 그 대리점 물품 오배송 사고를 내서 나도 사후 일 수습에 머리가 아팠던 때였다. 내가 야단친 일 중 손가락에 꼽히는 일이기 때문에 나도 기억이 난다. 후배 입장에서는 내가 학교에서 한국지리도 안 배웠냐고 면박을 줬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심했나 싶기도 하다.
그 일 이후로 그 후배도 물품을 보낼 때 배송처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으니까 한 번씩 그런 일들을 겪고 나면서 배우는 것 같다. 후배는 지금도 그때 나에 대한 원망이 남아있어서 가끔씩 술자리 때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난 후배가 미워서 그랬던 건 아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에 그랬던 행동이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후배가 본인에게는 상처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한테 얘기를 하니 미안할 때도 있다. 그런 작은 일들이 겪고 해결하면서 하나씩 배워 나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인 것 같다.
아이가 처음부터 태어나자마자 걷지 못한다. 누워 있다가, 뒤집기를 하고, 기다가 잡고 서는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처럼 사회생활도 똑같은 것 같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상황과 여건에 따라 대처하는 것을 배우게 되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쌓아가는 것 같다.
예전에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참 재미있게 봤다. 사회와는 완전히 담을 쌓고 바둑이 인생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았던 장그래가 세상에 나와 회사 생활에 적응해 가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였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모습과 너무 비슷해서 많은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학교에서는 공부가 전부인 줄 알고 사회를 나갈 준비를 하지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회사 생활과 내가 겪는 회사생활과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속에서 신입사원이라서 모르기 때문에 실수를 하게 되는 거고 그러면서 우리는 조금씩 배워나가는 것 같다. 내가 그랬고, 나의 후배가 그랬고, 나의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실수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배운다.
신입사원 때는 실수를 통해서 좀 더 성장해 가며 자기의 위치를 조금씩 찾아가는 때인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어리버리 해도 괜찮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 같은 실수만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실수를 통해서 하나라도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실수하여 당황하는 동료가 있다면 괜찮다고 웃어주는 여유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의 실수는 크게 생각하고 나의 실수는 그럴 수도 있는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한테는 관대하면서 남한테는 나하고는 다른 잣대로 판단하려 든다. 우리는 똑같이 존중받을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 존재들이다. 나부터 조금만 바꿔 생각을 한다면 나의 주변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조금은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신입시절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있고, 미래의 내가 있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