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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섬주섬

소소한 일상 이야기

by 꿈이 크는 나무


얼마 전 박효신 콘서트에서 정재일 씨가 '주섬주섬'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제목, 가사와 멜로디가 참 좋았다. 콘서트장에 나오자마자 노래부터 찾아봤다.


주섬주섬..


길지도 않은 길을 걸어오는 동안
나는 참 많은걸 잃었구나
잊기 싫었던 기억들을 이 길 위에
나는 참 많이도 흘렸구나



노래의 가사처럼 그리 긴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잃고 잊고 살아가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친구를 통해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정신없이 앞만 보고 10여 년을 보내온 친구. 박효신 앨범이 7년 만에 발표된다는 소식을 듣고 잠자고 있던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사는 것에 치이다 보니 본인이 좋아하던 것들을 잊은 채 살아왔다.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 살아온 10여 년의 결혼생활을 친구는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이렇게 좋아했던 박효신을 한동안 잊고 지낸 시간들이 후회된다고 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만 생활했기 때문에 세상밖으로 나오는 것을 조금 두려워 했다. 이 친구는 아직도 011 2G 폰을 쓴다. 태블릿이 있어서 2G 폰이 불편한지 모르겠다고 한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나는 2G 폰을 쓰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친구의 사는 방식이니까 그 친구를 존중한다.



친구의 귀여운 협박으로 같이 팬클럽도 가입하고 콘서트에도 같이 동행했다. 박효신 정보는 어찌나 빠른지.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 나는 무슨 큰일이 난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박효신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10여 년 전에도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방청 신청 사연을 보내서 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송국에 갔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방청 신청을 하라고 흥분해서 전화를 한 것이다. 다행히 방청 신청 마지막 날이라서 세상과 소통을 시작하는 친구를 위해서 신청을 했다. 당첨 확률을 위해서 친구와 같이 신청을 했는데 내가 됐다.


당첨 문자가 오자마자 친구에게 전화를 했는데 어찌나 좋아하던지. 이번에 박효신이 나온다는 소식으로 방청 신청이 역대 최대인 5만 건이 넘어서 제작진도 놀랐다고 한다. 평소의 10배 이상이었다고 하니 그 경쟁률을 뚫고 된 거니까 기분은 최고였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청권^^


뭐니 뭐니 해도 방송 녹화하는 동안 친구가 너무 행복해해서 옆에 있는 나까지 즐거웠다. 이 친구랑 있으면 항상 즐겁다. 순수했던 10대 때 만나서 같이 열정을 불태웠던 오래된 친구.


나도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의 추억, 열정과 만나게 되었다. 사는 것이 바빠서 많이 잃고 잊었던 것들을 다시 찾게 해 준 친구가 고맙다.



친구 때문에 박효신 콘서트랑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가고, 좋은 노래들도 알게 되고 수확이 많았다.

이번 박효신 앨범의 테마가 꿈이다. 그래서 꿈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나와 주변이 모두 걱정없이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





주섬주섬 _ 정재일


길지도 않은 길을 걸어오는 동안
나는 참 많은걸 잃었구나
잊기 싫었던 기억들을 이 길 위에
나는 참 많이도 흘렸구나
주섬주섬 빈 가방을 뒤져

너를 위한 마지막 편지를 쓴다
반듯하게 접은 종이 위에
작은 돌 하나 올려놓고서
그래 그래도 난

공들여 접은 편지 위에
작은 돌 하나 올려놓고서
그래 그래도 난 다시 길을 가야지

어쩌면 이제 우리가 어딘가에서
다시 한번 마주칠 일은 없을 지도
버려도 다 버리지 못할 너의 기억
함께 가는 이 길이 외롭지 않아

반듯하게 접은 종이 위에
작은 돌 하나 올려놓고서
그래 그래도 난

공들여 접은 편지 위에
작은 돌 하나 올려놓고서
안녕 이제 난 다시 길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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